“투자자나 창업자 입장 모두 밸류에이션은 항상 아쉽다. 하지만 아쉽더라도 재투자를 받는 게 합리적이며 파는 쪽에서 먼저 다가서면 잘 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
31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모바일 창업 코리아 2012-슈퍼스타M`의 3부 행사로 M&A를 주제로 한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직접 겪은 투자 경험과 투자 유치 경험을 소개하며 창업자들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과 대처 방안을 전했다.
토론자들은 벤처기업의 M&A가 대부분 인수자측의 제안으로 이뤄지며, 투자자나 창업자 모두에게 어느 정도 밸류에이션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은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의 사회로, 김길연 엔써즈 대표,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 등이 참가했다.
다음은 창업 콘서트 2부 `M&A,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 내용 전문.
▲송은강= 본엔젤스는 왜 앤써즈에 투자했나?
▲강석흔= 앤써즈는 상당히 좋은 기술과 팀을 보유하고 있었다. 앤써즈가 바라보는 시장의 잠재력에도 매력이 있었다.
▲송은강= 앤써즈는 왜 본엔젤스의 투자를 받았나?
▲김길연= 처음에는 투자를 받기보다 사업을 시작하는 데 막막함이 있어서 상의하러 갔던 것이었다. 무엇보다 회사를 경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 이후에 기관 투자가인 소프트뱅크와 KT, 스톤브릿지의 투자를 받았다.
▲송은강= 스타트업 회사의 어떤 부분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나?
▲임지훈= 결국 사람이다. 심도 있는 토론을 하다 보면 그 사람의 매력에 빠져들 때가 있다. 느낌이 오면 믿고 지원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예전에 없던 신사업일 경우에 사람 말고 고려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송은강= M&A가 진행될 당시 기업 가치에 대한 생각은 어땠나?
▲김길연= 항상 가치는 상대적이다. 가치의 높낮이를 평가하기보다 회사를 얼마나 더 키울 수 있는지 고민한다. 향후에 사업을 더 크게 키울 수 있다면 단독으로 움직이기 보다 M&A를 통해 다양한 사업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된다.
▲신현성= 회사가 급성장하는 경우에는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가치에 빨리 투자를 받아서 재투자하고 사업을 키워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임지훈= 냉정하게 말하자면 항상 아쉽다. 더 높은 가치로 투자를 받거나 팔렸으면 좋겠다.
▲송은강= 앤써즈는 케이티에 인수됐다. 인수될 때 어떤 생각이었는가?
▲김길연= 사업적 성장과 직원들의 배려 두 가지를 고려했다. 더 좋은 대규모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드는 비용적인 면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회사를 차리고 시간이 지나다 보니 변화가 필요했다. 사업적으로 큰 뜻을 펼칠 직원들에게 전환점이 필요했다.
▲송은강= 티켓몬스터와 리빙소셜의 합병 스토리를 알고 싶다.
▲신현성= 국내에서 500~1000억원 단위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회사가 없어 미국쪽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당시 리빙소셜에서 제의가 왔을 때 미국에서 비슷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회사와 노하우를 공유하고 같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투자 이상의 효과가 있었고 그 결과 현재까지 잘 성장해가고 있다.
2011년 3월에 리빙소셜이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인수에 대한 생각을 했다기 보다 한국 시장을 공부하러 온 것이었다. 그 해 6월에 리빙소셜에서 우리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연락이 와서 정식을 제의를 받았다. 리빙소셜에 대해 알고 경영진에 대해 알아가면서 그 회사를 사랑하게 됐다.
▲송은강= M&A는 보통 어떻게 진행이 되나?
▲강석흔= 대부분 인수자 측에서 접근해 온다. 인수 당하려고 다가가면 잘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특히 비상장 기업은 피인수 의향을 밝히는 순간 값이 내려간다. 처음부터 인수자 측에서 접근해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송은강= M&A는 처음부터 고려했었나?
▲김길연= 기업이 상장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14년이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당연히 신경을 안 썼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사업에 매진했다. 이후 투자자들이 들어오면서 서비스를 펼쳐야 하는데 재정적인 고민이 생겨났다. 큰 자원적 뒷받침이 있으면 빨리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바뀐 것이다.
▲신현성= 역시 별로 생각이 없었다. 성공적인 회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조금씩 마음이 바뀌면서 결정하게 됐다. 결론적으로 회사의 미래를 위해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송은강= 만약 M&A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보완하고 싶은 점은?
▲신현성= 좀 더 준비된 상황에서 진행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티켓몬스터 정도 규모의 회사가 M&A를 진행하는데 그렇게 절차가 복잡한지 몰랐다. 계약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회사를 경영할 수가 없었다. 계약을 잘 진행할 수 있는 전담팀을 꾸리거나 사람을 영입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송은강=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에 대해 소개해달라.
▲임지훈= 미국에서 몇 년 전부터 회자됐던 단어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는 성경처럼 읽히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많이 안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린 스타트업은 하나의 서비스를 구현하고 시험하는 데 10년전에는 최소 10~20억원이 있어야 가능했다면 현재의 모바일 환경에서는 1억원만 있어도 가능하다. 이 관점에서 린이라는 단어가 쓰였다.
민첩하게 시장성을 시험해보고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송은강= 린 스타트업이 투자자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임지훈= 빠르게 혁신하고 피드백을 적용하는 것은 너무 좋은 장점이다. 하나의 아이템이 실패해도 계속 성장해 나가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훨씬 편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벤처캐피탈에게는 고민이 될 수도 있다. 소규모의 투자를 계속 많이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송은강= 요새 M&A가 가장 활발한 분야가 모바일 분야다.
▲강석흔= 10년전 인터넷이 퍼지던 시대가 모바일 환경이 들어서면서 다시 돌아왔다는 뜻이다. 역동적으로 변하는 시장에서는 속도로 승부를 걸면 대기업이 뛰어들어도 승산이 있는 게임이 될 수 있다. 모바일과 인터넷이 스타트업의 중심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상황이 3~4년은 더 갈 수 있을 것이다.
▲임지훈= 공감한다. 십수년 만에 돌아온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10년전의 PC 시장보다 10배 이상 큰 시장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기존의 인터넷 강자들이 온라인상에서 지켜야할 것들이 많다 보니 모든 것을 한 번에 모바일 환경으로 옮기기 부담스러울 것이다. 앞으로 3~4년 간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면 대기업과도 충분히 싸워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송은강= 마지막으로 후배 창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석흔= 멘토를 찾아라. 뜻이 맞고 본 받을 만한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길연=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믿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
▲임지훈=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서비스를 보면서 “아, 이거 나도 옛날에 생각했는데.”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 저질러도 좋은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신현성= 창업을 하는데 있어서 아이템이 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템은 실수도 하면서 방향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다. 처음부터 창의적인 생각에 얽매이지 말고 기존보다 조금 발전된 생각이 있다면 뛰어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글: 고득관 / 전경운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33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