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학자 찰스 리드비터(Charles Leodbeater)는 그의 저서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원제: We Think)’에서 인터넷이 사회 및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바라보는 다섯 가지 서로 다른 시각을 훌륭하게 소개하고 있다.
첫번 째 시각은 인터넷이 그다지 대단한 것은 아니다(“No Big Deal”)라는 입장이다. 이베이(eBay)는 벼룩시장의 온라인 변형일 뿐이고, 아마존(Amazon)은 훌륭한 추천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하나 배달 시스템 이상의 것이 아니다. 이러한 입장을 오래동안 견지한 대표적인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다. 최근 온라인 사업에 대한 입장을 크게 수정하기는 하였으나 MS는 인터넷이 가져오는 변화를 과소평가했고 그 때문에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감내해야만 했다.
두번 째 시각은 인터넷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크나, 그 영향을 지금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주장이다. 데비드 에저튼(David Edgerton)은 “The Shock of the Old(오래된 기술의 충격)”이라는 책에서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확산되어도 구식 기술이 사라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자동차가 발명되었다고 바로 마차산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음원소비가 대중화되어도 CD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독일인 칼 벤츠(Carl Benz)가 1885년 처음으로 가솔린으로 구동되는 자동차를 만든 것 자체는 시장질서파괴 기술(disruptive technologies)이 아니었다. 벤츠의 가솔린 자동차는 엉청난 매연을 쏟아 내고 쉬이 고장나는 기이하고 값비싼 물건일 뿐이었다. 자동차가 마차산업을 몰락시키고 새로운 대중교통으로 자리매김을 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차 대전을 전후하여 포드자동차의 대량생산체계가 확산되고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곳곳에 만들어진 이후에야 자동차는 마차를 역사의 뒤안길로 내쫓을 수 있었다. 따라서 인터넷이 가져올 변화를 지금 예측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르다는 것이 에저튼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다른 관점에서 보면 매우 급진적이다. 카카오톡, 스카이프, 페이스타임, 보이스톡 등으로 인해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전통통신산업의 몰락이 또는 미국과 영국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종이신문산업의 몰락이 이제 겨우 ‘서막’일 뿐인가? 월드와이드웹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지 겨우 20년이 지났을 뿐이다.
세 번 째 주장은 인터넷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긍정적 영향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는 입장이다. 앤듀류 킨(Andrew Keen)은 “The Cult of the Amateur(아마추어를 추종함)”에서 세상의 복잡한 관계를 해석하고 수많은 정보 중에서 주요 정보를 솎아 내는 전문가의 권위가 인터넷을 통해 땅에 떨어지고 있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다”며 검색서비스가 인간의 독립적 사고능력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고 비난한다. 2006년 발표된 존 라니에(John Lanier)의 화제작 ‘Digital Maoism(디지털 마오이즘)’도 세번 째 주장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네 번 째 주장은 인터넷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강조한다. 이를 대표하는 사람은 클레이 셔키(Clay Shirky), 요차이 벵클러(Yochai Benkler) 등이다. ‘집단지성이라 무엇인가(원제: We Think)’의 저자 리드비터 또는 제프 자비스(Jeff Jarvis)도 이러한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대두되고 있는 주장은 인터넷은 긍정적 효과를 가지고 있으나 근래 빠른 속도로 그 긍정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바이러스 및 악성코드의 확산, 이를 막기 위해 탄생한 심층패킷검사기술(DPI)이 인터넷의 데이타 흐름을 검열 및 조정하는 경향, 독재국가에 의한 인터넷 검열, 다양한 망중립성 훼손 시도 그리고 페이스북 및 애플이 만들어가는 ‘가두리 양식장(Walled Garden)’ 등이 그 위험의 징후들이다. 요나단 찌트레인(Jonathan Zittrain)의 “The Future of the Internet, How to Stop it(인터넷의 미래, 어떻게 막을 것인가)”이 다섯번 째 입장을 대표하는 저작이다.
이러한 다섯 번째 입장을 대표하는 목소리들이 지난 7월 2일 “인터넷 자유 선언 Declaration of Internet Freedom”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2012년 1월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된 SOPA와 PIPA 반대 시위 참여 단체 및 개인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의 최소한의 요구를 이번 선언문에 담아냈다. 또한 이에 동의하는 단체 및 개인을 찾아 서명운동에 나선 것이다. 현재 서명에 참여한 단체는 EFF, Free Press, Amnesty International, Mozilla 재단, Reddit 그리고 독일의 Digitale Gesellschaft 등이다.
슬로우뉴스는 이번 인터넷 자유 선언을 아래에 간략하게 번역 및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는 자유롭고 열린 인터넷을 지향한다.
우리는 (유선 및 무선)인터넷과 관련된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이 투명해지고 그 과정에 참여가 보장되도록 힘쓸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해 아래의 다섯 가지 원칙이 지켜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표현의 자유: 인터넷을 검열하지 말라.
접근권: 빠르고 경제적으로 적절한 수준의 (유선 및 무선)인터넷이 모두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열림: 인간 모두가 자유롭게 서로 연결하며,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열린 인터넷. 인간 모두가 자유롭게 쓰고 읽으며, 자유롭게 서로를 지켜보고 서로에게 말을 하며 서로를 경청하며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는 열린 인터넷. 인간 모두가 자유롭게 창조하며 혁신할 수 있는 열린 인터넷을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
혁신: 제 3자의 허가나 방해없이 혁신하고 창조할 수 있는 자유를 우리는 보호하고자 한다. 새로운 기술이 차단되어서는 안되며 혁신적인 서비스가 (널리) 사용된다고 그 혁신 서비스를 처벌해서는 안된다.
개인(정보)보호: 인터넷에서 사적 정보는 보호받아야 한다. 또한 사용자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사용자 개인이 알 수 있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하며, 각 개인 사용자가 어떠한 기계를 사용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번 ‘인터넷 자유 선언’의 탄생 배경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래 글을 참조하십시요.
“The Declaration of Internet Freedom: how the net’s minutemen plan to protect the future“
글: 강정수
출처: http://www.berlinlog.com/?p=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