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istency and Modes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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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가 철학이라고들 합니다. 투자라는 것이 결국 미래의 uncertainty (불확실성)에 베팅을 하는 일이기 때문에 투자 철학이 없고 개별적 투자기회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다르게 되면 다수의 투자 건을 집행하는 VC의 특성상 리스크에 대한 노출이 너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투자를 시작한 날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느끼고 배우고 있는 부분입니다.

저는 투자를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이 업계에서는 아직 초보 투자자지만 저 또한 저 나름대로의 투자 철학을 만들기 위해서 매일 같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지금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투자를 하면서 느낀 저 나름대로 현재까지 제가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몇 가지 가치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이쪽 업계에 계신 많은 선배님들은 초보VC의 성장과정이라고 생각하시고 귀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Consistency: 일관성

 

저는 3천억 짜리 회사를 만들겠습니다“, “저희 회사의 내년 매출 목표는 1,000억입니다“. 수많은 회사들이 VC들 앞에서 pitch를 하며 장밋빛 미래를 그립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주장하시는 기업가분들 중 몇몇분은 사실 마음속 깊은 곳에는 자신의 회사를 그정도 규모로 키울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마음속은 회사 가치가 얼마가 되든 현재 자금 유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VC 투자 유치를 위해서 3천억짜리 장밋빛 미래를 over promise하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런 일관성의 이슈는 투자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warning signal로 나타납니다. VC는 투자자기 때문에 기업가가 약속한 성과를 이루지 못했을 경우에 대해서 다양한 ‘투자자 보호 조항’을 가지고 있습니다. down round의 protection을 위한 anti-dilution provision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런 조항들을 기업가에게 제시할 때 본인 마음속의 진짜 목표가 나오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회사의 매출 목표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회사가 목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들어날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제 관점에서는 오버스러운 장밋빛 미래나 고민이 덜 된 성장 목표가 문제라기 보다는 해당 기업의 대표님의 ‘일관성의 부재’가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투자를 진행하게되면 투자자와 기업가는 하나의 팀이 되어 기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되는데, 일관성의 부재는 곧 진실성의 부재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결국 더 큰 불확실성, 곧 더 큰 리스크로 이어지게 됩니다.

저의 경우 이렇게 일관성, 곧 진정성이 떨어지는 기업가의 경우 투자자로서 두 가지 큰 리스크에 노출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예측 오류의 리스크, 그리고 두번째 통제력에 대한 리스크입니다.

Forcasting Error Risk: 예측 오류의 리스크
예측 오류의 리스크는, 현재 투자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다양한 Fact base, 그리고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기업가와 team에 대한 평가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현상으로 인하여 저의 예측의 정확도가 떨어지게 되는 리스크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는 결국 현재 회사의 가치 (예측한 회사의 성장성과 그의 확율이 반영된)가 적절한 가격이 아니라는 것이고, 결국 리스크를 다시 반영한 가치의 재산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됩니다.

Controllibility Risk: 통제력에 대한 리스크
두번째는 통제력에 대한 리스크입니다. 일관성, 곧 진정성의 부재는 곧 향후 기업이 운영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잘 못된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이는 곧 투자자로서 회사가 다양한 문제나 위험에 처해있을 때 잘못된 정보로 의사결정을 하고, 또 결국 이로 인해서 회사가 더 큰 위험에 처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것은 결국 회사의 위기관리능력과 의사결정능력에 결정적인 디스카운트를 가져오게 되고 투자자로서는 아주 큰 리스크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Modesty: 겸손

제가 두번째로 중요시 여기는 철학은 ‘겸손’의 중요성입니다. 여기서 겸손은 투자자 앞에서의 겸손이 아니라 시장과 고객 앞에서의 겸손을 뜻합니다. 이는 대부분 자신이 만든 제품/서비스의 현재 상태에 대한 만족도로 표현되고 저에게 있어서는 투자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가치입니다.

Eric Ries의 Lean Startup에서 자주 나오는 MVP (Minimum Viable Product) 라는 컨셉이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미 잘 알고 계시는 내용이겠지만 혹시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면, 서비스나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때는, 가장 핵심이 되는 기능만 탑재하여 최대한 빠르게 시장에서 테스트를 해본 후에 점점 더 발전 시켜 나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는 얘기입니다. 이것은 결국 50개의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풀고 한 번에 채점하는 것 보다, 한 문제 풀고 한 문제 채점하고 또 한문제 풀고 또 채점하고 하는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확율이 더 높다는 것이죠 (채점하는 과정에서 배우기 때문에).

대부분의 VC 투자자들은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 얘기는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투자자들은 완벽한 제품/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제품/서비스가 현재 어느정도 완성이 된 것인지를 판단하고 그 완성도에 적합한 스테이지에 맞는 회사가치를 산정한다는 얘기입니다. 반 밖에 만들지 않은 제품은 나머지 반의 불확실성에 대해서 베팅을 하는 것이고 90% 만들어진 제품은 나머지 10%에 대해서 베팅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투자자가 보기엔 아직 반밖에 완성된 것 같지 않은데, 자신들은 80% 완성했다고 주장하는 경우에 발생합니다. 회사가 자신의 제품/서비스에 대해서 점수를 높게 매긴다는 것은 현재의 점수가 어떻든 간에 앞으로 채울 것이 그만큼 없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금만큼 현재 제품/서비스에 만족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곧 ‘자만’을 뜻하고 자만은 곧 성장의 한계를 가져옵니다.

물론 현재의 제품이 너무나 완벽하여 더이상 수정할 부분이 없다면 박수를 쳐줘야겠고 그런 회사는 VC들이 서로 투자를 하고 싶어서 싸울 겁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투자환경에서 봤을 때는 그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그렇게 많지 않고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답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기업가가 자신의 제품에 대해서 겸손하고, 더 채워넣을 수 있는 큰 그릇을 가지고 있어야 더욱더 좋은 제품/서비스가 나올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이 두가지를 보면서 동시에 회사의 사업내용과 팀의 역량들을 고루 평가하게 되지만 이런 부분들이 다 좋았을 경우에 최종적으로 의사결정할 때는 저에게는 개인적으로 이 두가지가 정말 중요한 factor인 것 같습니다. 조금은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가치임은 분명하나 저같은 투자자도 있음으로, 기업가의 입장에서는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제 나름의 지금까지 정리한 투자 철학을 못 쓰는 글로 정리하려고 하니 투박하고 두서가 없네요. 저도 정리하는 생각에서 써본 글이니 가볍게 읽어주시고 피드백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 김대윤
출처: http://joeykim.com/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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