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가 진화하고 있다. ‘벼룩시장’이 미래의 상거래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유행 등으로 과거 ‘기업’에게 집중돼 있던 권력이 점점 ‘개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과거 미디어의 역할을 대신하는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이러한 흐름은 상거래의 기본 판 자체까지 뒤흔들고 있다. 즉, ‘벼룩시장’ 형태의 개인간 거래가 보편화되고 있는 것.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부각된 트렌드가 바로 ‘협력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 혹은 ‘공유 경제’라는 것이다.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2011년 4월 기사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방법’ 중 하나로 공유 경제를 소개하며, ‘소유하지 말라. 공유하라(Don’t own. Share)‘라는 간단한 실천방법을 제시하였다. 이에 따르면 기업들의 끊임없는 신제품 생산과 프로모션 행위를 통해 사람들은 점점 많은 물건을 필요로 하게 되지만, 사실 대부분은 잠깐 사용하다가 대부분 처박아 두게 된다. 이렇게 잠깐 필요한 잉여의 소비를 계속 하다 보니 아무리 넉넉하게 벌고 있어도 적자가 생긴다는 것. 때문에 결국 지금 자신에게 필요 없는 것을 남들과 나눠서 쓰며 지출비용을 줄이는 것이 새로운 대안이라는 말이다. 이런 방식의 공유 경제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경기 불황의 시기에 사람들에게 탈출구를 제공했다.
자연스럽게 지난 몇 년 동안 이런 ‘니꺼 내꺼 나누기’ 성격을 가진 서비스들의 성공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일 대표적인 경우는 미국의 소셜 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Airbnb). 소셜 숙박이란 자기 집의 남는 방을 인터넷 사이트에 등록해 놓으면 여행객이 저렴한 가격에 묵는 것을 말한다. 이 서비스는 현재 192개국 2만7천여개의 도시에서 하루 1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홈스테이식의 새로운 숙박 대안으로 떠올랐고, 세계 최대의 호텔 체인회사의 예약건수를 넘긴지 오래됐다. 개인간 거래 혹은 공유가 전자상거래의 새로운 주류로 떠오르고 있는 증거는 이외에도 숱하게 많다. 개인 자동차를 나눠서 타는 ‘짐라이드(Zimride)’, 땅주인이 텃밭을 빌려주는 ‘랜드쉐어(Landshare)’, 심부름 서비스 ‘테스크레빗(Taskrabbit)’, 투자를 개인들에게 받는 서비스 ‘킥스타터(Kickstarter)’ 등. 이러한 흐름 안에서 실리콘밸리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공유경제 서비스들이 집중적인 투자의 대상이 되고 있고, 심지어는 대기업들까지 동참하는 분위기다.
아직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가장 성공적인 공유 경제 서비스는 이미 세계적으로 자리잡은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 www.craigslist.org)’ 이다. 1995년도에 크레이그 뉴마크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지역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 크레이그리스트는 간단하게 말해 ‘온라인 벼룩시장’이다. 근본적으로 크레이그리스트는 철저하게 개인간 거래(P2P)로 이루어지는데, 흔한 배너 광고가 하나도 없고, 지역 카테고리와 회원이 올려놓은 물품 리스트만 존재하며, 운영자가 개입하는 일 없이 회원들이 자유롭게 e메일을 주고 받으며 거래하는 곳이다. 하지만 외관상 별볼일 없어 보이는 크레이그리스트의 기업가치가 트위터와 동일한 30억 달러(약 3.2조 원)에 이르고, 미국에서만 월 순방문자가 약 6,200만이며, 전세계 영문 웹사이트 중 페이지뷰 순위가 7위이다.
하지만 15년 동안 특별한 기술적 혁신과 디자인 업그레이드 없이 변함없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크레이그리스트에 대해서 어느듯 불만이 하나 둘씩 쌓인 상태이다. 그래서 요즘 실리콘벨리의 최고 관심사 중 하나는 크레이그리스트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의 발굴이다. SNS의 유행 및 모바일 기술의 발전 덕분에 그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이베이(ebay classifieds), 잘리(Zaarly), 야드셀러(yardseller)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크레이그리스트 킬러(Craigslist Killer)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중고물품 거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개인간 거래가 제일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은 ‘중고나라’ 네이버 카페. 약 900만 회원을 자랑하고 있고 누적된 중고물품수도 압도적이다. 하지만 중고나라는 기본적으로 카페 형태이기 때문에 단순한 게시판 이상으로 중고거래에 최적화된 기능들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한계다. 이러한 틈새를 노리고 새로운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특히 모바일 기술의 발달 때문에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출시 1년도 채 안되는 기간에 35만건의 아이템을 확보한 모바일앱 ‘헬로마켓‘이 대표적이다. 헬로마켓의 실적 중 괄목한 만한 것은 무려 약 43%의 거래성사율로 160억원대의 거래를 성공시켰다는 것. 헬로마켓은 8월말 웹사이트 오픈(www.hellomarket.com)과 함께 본격적으로 ‘중고나라’를 비롯한 온라인 카페 형태 중고장터들을 대안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실상 개인간 중고 거래는 결코 쉬운 분야가 아니다. 신뢰성 확보 및 사기 방지, 법적으로 허용이 안 되는 물품 거래의 방지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 때문에 공유경제 서비스 분야에는 단순한 상거래 커머스 전문가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맨파워가 필요하다. 즉 경제, 법률적인 이슈로부터 개인들의 심리, 사회문화적 맥락까지 읽어내고, 피드백을 통하여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대기업 등이 대규모 자본의 힘으로만 밀어붙여서 쉽게 성공할 수 있는 시장구조가 아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직접적으로 돈을 버는 사업은 결국 커머스 모델이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커머스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협력적 소비, 개인간 거래, 그리고 중고거래 서비스. 검색을 통해 인터넷 최고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네이버와 같이, 누가 새로운 커머스의 강자로 부상할지 큰 관심이 모이고 있다. * 공유경제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려면 국내에서는 CO-UP/Share 페이지를 방문하여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해외에서는 http://collaborativeconsumption.com/을 방문하면 된다. 그리고 공유경제 기반의 스타트업 소개는 다음 링크에서도 참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