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처럼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성공은 실은 수년간 에너지가 축적된 것이다. 성장은 꾸준한 게 아니라 성장 에너지가 한동안 쌓이고 나서 비로소 끓는점에 다다르는, 지극히 비선형적인 것일 때가 많다 (“Growth is a step function”). 대박의 성공에 다다르기까지 하나의 과정이라도 심각하게 삐끗하면 그 과정에 다다를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만일 서버가 오랜 시간 뻗었다고 생각을 해보라 (지금도 아이러브스쿨의 실패요인중 하나라고 판단되는..) 그런 면에서 애니팡의 성공은 마치 동전 던지기로 치자면 10번이상 같은 면이 계속 나온거고, 그 과정에서는 물론 “운”도 때로는 개입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준비된 팀이 있었다는 것일 테다. head가 나오려는 찰나에도 그것을 tail로 뒤집는 건 결국 사람의 의지와 역량이니까.
아무튼 재미있는건… 이런 대박에 대해서 몇년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얘기해 왔다는 것.
- 삼성에 다닐때, 즉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컨텐츠 사업의 미래는 P2P를 통한 소위 “superdistribution” 이라는 얘기를 너무나 많이 들었다. 사람들끼리 휴대폰을 중심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 인맥을 통해서 음악, 게임등의 컨텐츠를 서로서로 추천하고 구매한다는 것. 그런 얘기들이 모든 대중들의 현실이 되기까지는 아무리 기술의 진보가 빠른 오늘날이라고 해도 약간의 시차가 존재하는 모양이다.
- 그렇게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2-3년전 카카오톡이 싸이월드보다 더 커질거라는 얘기가 돌았었고 그 얘기는 이미 사실이 된것 같다 (아니면 사실이 되어가는 과정중에 있거나). 그로부터 얼마뒤, 그러니까 한 작년쯤에는 카카오톡이 플랫폼이 되고 소셜 게임을 붙이면 대박이 날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그리고 그런 예측은 엄연한 현실이 되었다.
어, 어 하다보니 예측이 현실이 되어버린 것. 업계에 있다보면 “어, 어..” 하다가 실제로 되는 경험을 몇번 한다. 뻔히 알고도 당하는 셈.
따라서 반대로 지금부터 “어 이거 잘 되겠다” 싶은 것들은, 몇년의 필연적인 시차를 두고 실제로 잘 되서 대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팀의 실행력에 따라서 그 기간이 단축될수도, 길어질수도, 아니면 그 팀이 아니라 다른팀이 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거기에 대해서 말만 하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그걸 수년에 걸쳐서 직접 해내는 사람이 있다.
그럼 이처럼 “언젠간 되고야 마는” 트렌드는 어떻게 캐치할수 있나? 그 안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업계가 너무나도 빨리 변하지만, 마치 멀리서 보면 분간하기도 어려운 모자이크를 가까이에서 보면 서서히 어떤 패턴이 보이듯, 바깥에서 보면 빛의 속도보다 더 빨리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인더스트리에서도 그 안에 들어가서 한 점을 가만히 응시하다보면, 시간이 좀더 천천히 가는것처럼 느껴지면서 그 안에서의 변화의 흐름이 조금은 보이기 시작하는 때가 있다.
하다못해 면벽9년이라고 가만히 앉아서 벽만 9년동안 바라봐도 도를 터득한다는데, 한 산업을 수년간 계속 끊임없이 공부하고 바라보다 보면 그쪽 분야에 대해서 어느정도는 도를 터득할수 있지 않겠나. 야구에서 타자가 공이 한창 잘맞을때는 야구공이 농구공만하게 보인다고 하는데, 일반 산업에서도 홈런을 치려면 반드시 먼저 “보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누군가는 “결과론”을 이야기하면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어찌어찌 하다보니 우연히 잘된 것에 나중에 이유를 붙일 따름이라는 이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창업자들의 머릿속에는 늘 굉장히 큰 비전이 있다. 다만 그걸 실행하는데 시간이 걸릴뿐. 개인적으로 창업자 중에서 자기 비전의 크기에 자기가 오히려 감당 못하는 사람이 아닌 경우를 찾기 드물었다. 결국 먼저 “봐야만” 홈런을 칠수 있는거고, 애니팡 창업팀 역시 감히 말하건대 지금의 성공을 이미 창업했던 그날 미리 보았을 거라고 믿는다.
글 : 김창원
출처 : http://bit.ly/RXpD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