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master 혁신경영 (3) 혁신의 딜레마
– 망한 기업 없는 소련경제 붕괴… 부분이 죽어야 전체가 사는 ‘실패의 패러독스’에 답있어
– 혁신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실패책임 엄하게 물으면 안돼
– 혁신가엔 돈·명예 함께 보상
‘혁신’은 원초적으로 상극(相剋)의 갈등구조다. 혁신활동은 강력한 외부의 에너지가 들어가지 않으면 지속되지 않는다. 이런 혁신을 지속 가능하게 이끌어가는 힘이 기업가 정신이다. 생명이 세상의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듯이, 혁신은 좀더 질서 있는 형태로 사회의 가치를 창출해나가며 사회적 엔트로피를 감소시킨다. 그래서 혁신은 순리가 아니고 역리고, 기업가 정신은 기업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구현가능하고, 지속가능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혁신의 딜레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규모의 딜레마…생태계 혁신 전략
혁신은 규모의 갈등 구조다. 조직이 커지면 저하되고, 조직이 작으면 확산되기 어렵다. 혁신에 관한 연구 결과는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혁신역량이 중소벤처기업보다 현저히 낮음(20배 이상)을 밝히고 있다. 작은 혁신기업들은 혁신의 결과를 글로벌 시장에 전파하는 역량이 현저히 모자란다. 혁신과 글로벌 마케팅 역량은 단일 기업이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창조경제의 딜레마다.
와해적 혁신은 대기업 내부에서 개발하는 것보다 벤처기업의 혁신 결과를 획득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날로 확산되는 이유다.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 S&P 500대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혁신은 늘고 있다. 내부 R&D가 아니라 외부에서 혁신을 획득하는 인수·발전(A&D·acquisition and development) 또는 연계·발전(C&D·connect and development)의 확산인 것이다.
20배 혁신의 효율성 차이를 감안, 개발비의 10배를 받고 대기업에 매각되면 벤처기업은 10배의 이익을 얻고, 대기업은 2배의 이익과 시간을 줄이는 윈·윈 구조가 형성된다. 규모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방법은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선순환 혁신 구조에 있다. 대기업이 글로벌 마케팅의 효율성을 제공하고 중소벤처기업들이 혁신의 효율성을 제공, 이 두 가지가 선순환할 때 국가의 혁신역량은 극대화된다. 미국 경제가 유지되고 있는 큰 비밀이 이런 개방 혁신 구조에 있다.
기업의 경쟁력은 시장역량과 혁신역량의 결합이다. 그 이유는 지식원가 구조에 있다. 지식원가는 혁신에 들어가는 혁신비용을 판매수량으로 나눈다. 여기서 분자와 분모 모두를 만족시키는 단일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창조경제의 딜레마다. 분자인 혁신역량은 중소벤처의 영역이고, 분모인 시장역량은 대기업의 영역이다. 결국 이 두 가지 역량을 결합하는 구조를 갖는 기업생태계가 필요하다. 기술 이전의 활성화, 인수·합병의 활성화가 미래 경제 발전의 근간이다.
#시간의 딜레마… 신(新)리더와 미래시장
두 번째 갈등인 시간의 딜레마는 현재와 미래의 갈등이다. 혁신은 시간을 두고 성과가 나타난다. 오늘 혁신한 성과는 몇 년 뒤에 기업의 핵심역량이 될 수 있다. 1년 단위로 부서장이 바뀌는 조직에서 현 부서장의 성과는 이전 부서장이 실천한 혁신의 결과다. 이런 ‘시간 미스매치’ 때문에 혁신은 일반 조직에서 시행되기 어렵다.
하물며 사장까지 2, 3년 단위로 바뀌는 조직에서는 장기적 혁신보다 단기적 이익 극대화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혁신을 위해서는 조직이 개방적이면서 리더의 재임기간이 길어야 한다는 많은 연구 결과가 있다. 다른 해결책은 미래의 평가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의 벤처캐피털이 미국을 벤처산업의 메카로 만든 것이다.
벤처캐피털은 아직 미완성의 혁신을 평가해 가치를 제공한다. 미래 평가시장이 존재하면 혁신이 활성화한다. 이런 장기 평가를 대처하는 미래 혁신시장이 대기업 내부에서도 사내 벤처캐피털(CVC·corporate venture capital)로 등장하고 있다.
#부분과 전체의 딜레마…실패의 지원
세 번째 딜레마는 부분과 전체의 딜레마다. 혁신은 부분과 전체가 갈등하는 구조다. 모든 R&D 프로젝트가 100% 성공하면 그 회사는 실패한다. 실패의 패러독스다. 옛 소련 경제에서는 어느 기업도 망하지 않았지만 소련 경제가 무너졌다. 사람의 암세포는 ‘죽어도 죽지 않겠다’는 세포로부터 기인한다. 부분이 죽지 않으면 전체가 죽는다. 혁신은 본질적으로 실패를 내포하고 있다.
모든 혁신이 성공한다면 혁신이 아니다. 모든 부분을 성공시키겠다는 노력은 오히려 전체가 실패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의 국가 R&D 프로젝트 성공률은 98%다. 거의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R&D는 과연 성공하고 있는가.
옛 소련 경제를 상기해 보자. 한국은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10명이 10억원을 버는 구조라면, 실리콘밸리의 생태계는 10개의 기업 중 8개가 실패하고 2개가 성공을 해도 20억원을 버는 구조다. 성공의 확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공의 기대값이 중요하다. 혁신은 새로운 길을 여는 것이므로 성공시 보상이 크다. 반면에 실패 가능성도 크다. 혁신과 실패는 본질적으로 손의 앞뒤 관계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에게 실패의 책임을 과중하게 물으면 더 이상 도전하지 않는다. 혁신이 사라지는 이유다. 조직은 대체로 성공에 대한 보상에 인색하고, 질책은 많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혁신보다 안전한 유지 관리에 치중한다. 회사가 발전하려면 개인의 관점에서는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기업의 관점에서는 동시에 여러 개의 혁신 프로젝트가 추진돼야 한다.
부분과 전체의 패러독스를 이해하고 도전에 의한 실패는 지원하되, 경계에 의한 실패는 지원하지 않는 합리적 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혁신을 활성화하는 근간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중 평가와 주관의 객관화가 필요하다.
#혁신가와 대중의 딜레마…기업문화의 중요성
네 번째 혁신의 딜레마는 혁신가와 대중의 갈등이다. 혁신가에게 보상이 적으면 혁신이 사라지고, 많아도 반발을 불러온다. 혁신은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강력한 인센티브가 없으면 혁신가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등장했다가도 금방 사라진다. 혁신가들에게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혁신가는 대중으로부터 멀어진다. 혁신가가 실패라도 하면 질시하던 대중들로부터 돌팔매를 맞게 된다.
기업의 혁신가는 성공해도 실패해도 회사를 떠나게 되고, 결국 기업에는 혁신이 사라진다. 슘페터가 이미 한 세기 전에 자본주의 위기로 경고한 내용이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돈이 아니라 명예, 자아실현 등 다양한 가치에 기반한 보상이 필요하다. 대중에게는 돈을, 혁신가에게는 약간의 돈과 명예, 자아실현을 제공하는 보상체계가 필요하다. 궁극적인 혁신의 밑바탕은 게리 하멜의 말대로 기업문화다.
글 : 이민화 디지털병원수출조합 이사장·KAIST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