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방향성의 미묘한 차이가 디테일을 살려..고객은 다 압니다

강남역 사거리에 위치한 스터디카페 ‘에이블스퀘어‘의 대표를 인터뷰하러 갔다. GBDP x SEOUL 2012 (game biz-dev party), 위즈돔과의 공동작업, SparkSquare 멘토데이 등 스타트업 행사가 있을 시에 흔쾌히 장소 후원을 해주었던 사람인지라 필자는 나름 혼자만의 상상을 하고 갔다. ‘스타트업하는 청년들을 응원하는 중년의 대표’, ‘직장 은퇴 후 책을 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창업한 대표’ 등의 이미지를 그려보았다. 인터뷰 장소에 먼저 도착하여 한쪽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이 쭈뼛쭈뼛 인사를 건넨다. 순간 당황했다. ‘진짜?’

그렇게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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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 때 창업을 하다니, 어릴 적부터 사업에 관심이 있었나?

■ 주식투자를 통해 자본에 대한 공부를 했지만 여전히 남았던 의문 한 가지

성훈식 에이블커피그룹 대표(28세,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졸업) : 20살까지는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다. 남들과 다를 것 없이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뭔가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자본의 속성에 대해 이론이 아닌 경험을 통해 배우고 싶어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동아리에서 투자를 공부했다. 동아리 활동이 내겐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카페 에이블(에이블스퀘어의 전 이름)을 같이 만든 친구들을 만났고, 사회에 대해 공부했고, 필연적으로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었다.

경제 활동을 해보니깐 재미있었다. 투자라는 게 사업체에 대한 분석을 한 후 내 자본을 넣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활동을 4~5년 하다 보니 의문이 들었다. ‘나는 이 회사의 외형(재무제표)만 알고서 투자하는데 과연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를 한다는 게 똑똑한 결정인가?’라는 생각이었다. 이걸로 설사 돈을 벌지언정 회사의 표피만 보는 걸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사업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때 벌어놓은 3000만원을 갖고 2009년 8월, 친구들 4명과 에이블커피그룹 회사를 공동 창업하였다.

 

창업할 당시에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 공사대금을 갖고 잠적한 시공자

5명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 건축학과 친구여서 설계를 할 줄 알았다. 그래서 설계 등의 디자인은 우리가 하고 현장 일을 담당해주실 시공 담당자를 고용했는데 공사대금을 갖고 잠수를 타버렸다. 그래서 주소를 보고 시공자 집으로 찾아갔더니 시공자는 없고 아내와 딸만 있었다. 아내는 “남편이 집에 안 들어온지 3달이 넘었다”면서 “잡히면 나한테도 연락 달라”고 하더라. 공사대금을 돌려받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는 수 없이 5명이서 나머지 현장일 등 마무리를 다 했다. 그래서 지금도 인테리어에 대한 이해도만큼은 자신있다.

 

창업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

■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사업을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겠구나 

이 비즈니스 자체가 매력적이어서 창업을 했다기보단 같이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서 창업을 했다. ‘좋은 사람들’과 사업을 한 이유는 진정성 때문이다. 사업에 있어 중요한 건 신뢰이다.

 

사업에 있어 중요한 건 신뢰라..

■ 뻔한 내용이지만 진리, “신뢰가 정말 중요하다” 

신뢰는 정서적인 면에서나 비즈니스적인 면에서도 그 가치가 높다. 큰 조직에는 직원들의 비리를 감시하는 감사실이 있다. 그게 관리 비용이 되었건 다른 것이든 간에 재무적인 비용과 삶의 질과 관련된 비용이 든다. 같이 일할 때 즐겁게 일할 수 있고, 서로를 믿고 일할 수 있다. ‘신뢰’는 내가 정말 집중해야 할, 우리가 정말 집중해야 할 것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신뢰가 정말 중요하다.

뻔한 내용들이 진리이다. 어렵고 거창한게 아니라 심플한 것들. 사실 그 심플한 진리를 실천하는 게 제일 어렵다. 그리고 그걸 습관화했을 때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한 것 같다.

 
스터디 카페 탄생 에피소드를 이야기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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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능적인 것만 있는 독서실 / 시끄럽고 콘센트도 없는 맥도날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투자 공부를 할 때가 마땅치 않아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같은 곳에서 주로 모였다. 그런데 시끄럽고 콘센트도 없고..짜증이 났다. 이와 반면하여 독서실은 너무 기능적인 것만 있었다. 다른 모임 공간의 경우에도 가격과 디자인 면에서 20대 정서에 맞지 않았다. 학생의 입장에서 감성적 스터디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감성적 스터디 공간에 대한 니즈를 갖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이런 니즈가 있다고 생각했다.  

 

시장조사는 어떻게 했나?

■ 고객 조사와 경쟁업체 조사를 통해 데이터를 만든다

4~5년간 같이 투자 공부를 하면서 데이터를 보고 의사결정하는 게 반복되어 왔다. 우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데이터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한다. 에이블스퀘어를 기획할 당시 고객조사와 경쟁업체 조사를 했다. 고객조사의 경우 타겟층 대상의 FGI, 강남역 근처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설문지 조사를 했다. 사업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에, 경쟁업체 조사할 때에는 무작정 줄자를 가져가서 눈치보면서 테이블 수치까지 재본 적도 있다. 그밖에 회전율, 월세, 매출과 수익 조사를 했다.

 

스터디 카페 ‘에이블스퀘어’에 대해 소개해달라

■ 기능적인 면만 충족시키는 생산 공간은 가라, 정서적인 만족감까지 챙기다

스터티를 위해 필요한 공간이고 코어 타겟인 20대를 위한 모든 것이 갖춰져있다. ‘혼자서나 여럿이서 생산적인 활동을 하게 될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공간이고 싶다’가 우리가 지향하는 바이고, “If imaginable, it’s ABLE”이란 캐치프레이즈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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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다양성을 중시한다. 그래서 에이블스퀘어라는 이 공간도, 토익 스터디도 좋지만 좀 더 즐겁고 다양한 일이 벌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좀 더 다양한 모임, 좀 더 다양한 활동이 이 곳에서 일어났으면 좋겠다. 각종 스타트업 모임에 적극적으로 후원을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우리 세대들이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할 때 도움이 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생각한 게 카페에 컴퓨터, 화이트보드, 프로젝터를 배치하였다. 사무적인 인테리어가 아닌 좀 더 편안하게 생각하는 공간을 조성했다.

대부분의 생산 공간은 비용 중심적인 공간이 많다. 기능만 충족시키면 되는 공간. 하지만 우리는 그런 공간에 감성적인 게 들어갔으면 한다. 지적인 노동이 더욱 많아지는 우리 세대에겐 단순한 기능적 가치뿐 아니라 정서적인 가치도 같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정서적 만족감이 계량화되기는 어렵지만, 결과물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고객이 단순히 에이블스퀘어에 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에이블스퀘어 이용하면서 실제로 고객이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결국 고객이 무언가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나누고 지원하는 것까지가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의 범위이다.

일반적인 스터디룸에 카페 모델을 붙인다는 게 비즈니스적으로 좋은 의사결정은 아니다. 수익적으로 메리트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무언가를 해나가는 과정을 가치롭게 여기고 지원한다’는 비전에 맞게 좋은 공간, 고품질의 음료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것이 더 수익을 많이 얻는다고 판단해서 결정한 것이 아닌, 좀 더 비전에 가까운 결정이었다.

 

경쟁사와의 차별점이 무엇인가?

■ 기능적으로는 완벽하게 + 감성 = 몰입할 수 있는 공간

일반 카페에 비교시, “조용하다”가 차별점이다.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려고 LAB실 같은 경우 방음처리가 되어 있다. 그렇지만 삭막한 느낌은 피하기 위해 잔잔한 음악을 틀어서 감성적인 터치도 신경쓰고 있다. 기능적으로는 완벽하게, 그리고 감성 더하기. 스터디 룸과 비교시, 기능적인 편익(기능적인 완벽함) + 감성적인 편익(감성 더하기) + 자아표현적 편익이 차별점이다. 자아표현적 편익이란 결국 고객들에게 ‘에이블스퀘어에 온다는 것은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에이블스퀘어만의 전략이 알고 싶다

■ 고객중심적인 사고에서 출발한 사업 방향성이 차이를 만든다

전단지를 한 번도 뿌려본 적이 없다. 외부적으로 마케팅을 하기보다는 내부적으로 한 달 만 명의 이용 고객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한다. 고객중심적인 사고와 수익 중심적인 사고는 완전히 다르다. 어느 시작점에서 출발했는지 그 사업의 방향성이 처음에는 아주 미묘하지만 끝에 가면 굉장한 차이가 난다. 그리고 고객은 그걸 다 안다.

 

모두가 ‘고객중심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고는 말한다. 이론적으로는 알겠는데 좀 더 마음에 와닿는 실제 사례로 풀어놓는다면? 

■ 획기적인 차별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영진의 의사결정의 질에 달려

사실 에이블스퀘어와 같은 업종은 진입장벽이 낮은 사업모델이다. 이 얘기는 획기적인 차별화가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카피캣을 누구나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중심적 사고를 실제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경영진이 가장 큰 차별화가 아닐까 싶다. 테이블 배치를 예로 들어보겠다. 테이블을 많이 배치하여 무조건 더 많은 자리를 만드는 게 수익 중심적인 사고라면, 몇 개 이상의 테이블이 놓일 경우 인구 밀도가 높아져 고객의 몰입을 침해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키는 것이 고객중심적인 사고이다. 일종의 ‘타협할 수 없는 선’이다. 그리고 그 선의 정도는 경영자마다 다를 것이다.

비즈니스와 고객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 ‘이 의사결정이 우리가 만족할만한 수익을 내느냐’와 ‘이 의사결정이 우리의 사업철학과 맞느냐’를 파악하고 그 경계선 안에서 적절하게 포지셔닝해야 한다. 경영진 5명이 의사결정을 하는거라 속도는 느리지만 고객들한테는 만족을 준다.

이러한 접근은 굳이 카페 뿐만이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에서 적용된다. 그리고 그 의사결정이 회사의 기업문화, 브랜드, 제품의 가치를 말해준다. 운 좋게 우리는 카페 에이블이라는 작은 비즈니스를 할 때부터 디테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했고, 자신감을 얻고서 BtoB 사업에도 진출한 상태이다. 하면서 배우고, 배운 걸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프로세스이다.  

■ 디테일이 살아있어야, 살릴 의지가 있어야

고객들이 의식하지 못하지만 디테일들이 하나 하나 쌓여 전반적인 카페의 느낌을 주고, 이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강화되면서 고객의 입에서 “좋아”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디테일들이 다 살아있을 때 나오는 말이다. +100과 -50이 있는 것보다 +10, +10, +10이 있는 게 낫다.

손은 많이 가는데 유의미한 결과가 단시간 내에 나오진 않아서 어려운 게 디테일이다. 이와 관련한 수많은 의사결정이 생긴다. 엑셀시트에 의사결정들을 로깅하고 있는데, 쌓인 것을 따져보면 몇 천개쯤 될 것이다. 디테일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다보니 3년 넘게 에이블스퀘어를 운영하면서도 아직도 개선해야 될 부분이 많다.

 

고객의 피드백은 어느 통로로 듣고 있는가? 인상적이었던 피드백이 있다면?

■ 화장실 쓰레기통을 바꾼 게 그리 많이 회자될 줄 몰랐다

키워드 검색과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 올라오는 피드백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 또한 매장에 오시는 고객들을 인터뷰하여 만족도 조사도 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피드백은 쓰레기통이었다. 경영진 중 한명이 손을 가까이 대면 자동으로 열리는 쓰레기통을 배치하는 아이디어를 실행하였는데 많은 고객들에게 기억에 남는 인상을 준 것 같다. 고객들이 에이블스퀘어가 좋다고 하면서 이야기하는 게 그 쓰레기통을 바꾼 이야기었다. 아주 큰 팩터가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회자되는 걸 보며 ‘이런 디테일이 정말 중요하구나’라고 다시금 느꼈다.  

 

향후 목표

사람들이 몰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자리잡고 싶다. 지금은 강남에만 위치해 있지만 서울 내 어디든 가까운 거리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카페 수를 늘려나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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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하고픈 말

■ 젊은 사람들이 다양한 일들을 좀 더 많이 벌였으면

우리 세대가 획일적인 방향보다는 좀더 다양한 가치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걸맞는 다양한 활동들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거기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

안경은 기자 elva@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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