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벤처스퀘어 윤필구 필진의 글 ‘VC를 만날 때 알아두면 좋은 팁‘에서 언급한 4가지 팁을 기억하는가? 투자자들은 믿을 수 있고 검증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싶어한다. 낯선 이가 보낸 이메일을 한번 읽어보고서 투자할리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읽고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어떻게?
현재 저 4가지 팁에 도달할 수 있는 ‘사다리’를 갖고 있지 못한 창업가가 많다. VC를 소개시켜줄 사람이 없거나, 어렵사리 VC를 만나 사업에 대해 소개하고 연락을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인 경우가 그러하다. 투자자와 스타트업이 한 데 모여 북적일 공간이 없는 현 상황에서는 대개 스쳐지나가는 인연으로 남기가 일쑤이다.
고용기 대표는 이러한 애로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위한 SNS’인 오픈트레이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를 만나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픈트레이드 창업 전 어떤 일을 했나?
■ 인터넷금융 / 크라우드펀딩 전문
고용기 오픈트레이드 대표(44세, 서강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정보통신전공 졸업, 前 한국금융플랫폼 총괄상무) : 사회 경력 18년 중 외국계 금융사 3년 정도를 제외하고는 벤처업계에 있었다. 이전 회사인 한국금융플랫폼에서 머니옥션(국내 최초의 개인을 위한 크라우드펀딩)과 오퍼튠(국내 최초의 기업을 위한 크라우드펀딩)이라는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를 운영하였고, 국내에 ‘소셜금융’과 ‘소셜펀딩’이라는 키워드를 처음 사용하며 시장을 개척하였다.
오픈트레이드 탄생 스토리를 들려달라
■ 투자를 하기도, 받기도 힘들어..지속적인 소통 창구의 필요성
5년간 크라우드펀딩을 하면서 느낀 문제점은, 기업이 아무리 스토리텔링을 잘해도 펀딩을 받기 힘들고 검증 또한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눈먼 돈, 묻지마 투자가 아닌 그 기업에 대해 잘 알고 투자할 수 있게 돕는 공시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들은 공시시스템이 있다. 기업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투자자들에게 공시할 의무가 있기 때문인데, 이는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주는 시스템이다. 스타트업도 결국 ‘기업’인데 기업의 활동 내역을 꾸준히 보여주는 시스템이 없었다. 스타트업이 아무리 사업계획서를 잘 만들고 IR을 해도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의 단면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 걸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이 어떻게 성장해나가고 있는지, 투자 전후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온라인 상의 공간이 없었다.
■ 자금이 필요한 단계인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에서 좌절하는 스타트업
많은 엔젤투자자들을 만나면서 발견한 그들의 공톰점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관심있는 스타트업을 3개월 이상 꾸준히 만나본다는 점이다. 그들은 스타트업의 잠깐의 모습을 보는 게 아니라 제대로 파악하고 나서 투자를 결정한다.
쉽게 말해 엔젤투자는 ‘엔젤투자자와 스타트업이 결혼을 하는 것’이다. 결혼을 잘 모르는 사람과 할 수 없지 않은가? 결혼하기 전에 사귀어보는 연애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온라인 상에서는 ‘사귀어볼 수 있는’ 장이 없다.
창업가에게 있어 창업을 독려하는 지원은 많지만 창업을 한 뒤에 성장해나가도록 돕는 단계가 취약한 상태이다. 오픈트레이드를 통해 엔젤투자와 대중을 통한 크라우드펀딩이 활성화된다면 스타트업이 창업 후에 맞닥뜨리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잘 넘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픈트레이드는 오랜 기간 고민해서 나온 서비스이다. 스타트업의 고민, 투자자의 고민, 전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크라우드펀딩이 하나로 녹아있다.
오픈트레이드를 한 마디로 소개한다면?
오픈트레이드는 페이스북 방식으로 스타트업과 엔젤투자자들을 연결해주는 SNS이다.
오픈트레이드의 서비스 구성과 특징에 대해 알려달라
■ 예비창업자, 스타트업, 엔젤/법인투자자 모두를 위한 순수 지분투자방식의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예비창업자와 스타트업은 아래의 항목을 충족시키면 펀딩신청이 가능하다. 엔젤투자자는 각 기업이 업로드한 정보와 현황을 둘러본 후 ‘관심추가’ 버튼을 클릭하여 해당 기업을 팔로우하고 업데이트되는 소식을 받아볼 수 있다.
- 관심투자자가 10명 이상일 것
- 가입한지 30일이 넘을 것
- 자사의 비즈니스모델, 팀구성, 차별성/핵심역량, 지적재산을 완성할 것
- 자사의 타임라인에 회사의 경영사항을 최소 20회 이상 작성할 것
■ 사업계획서에 한 줄로 적힐 수밖에 없던 기업의 다양한 활동을 타임라인을 통해 만나보고 실시간으로 묻고 답할 수 있어
오픈트레이드의 ‘오픈’은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오픈되어 있다는 걸 의미한다. 모든 소식과 피드백을 타임라인에 남기면 그 기업의 현재뿐만이 아닌 과거와 성장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
■ 스타트업-스타트업, 스타트업-투자자, 투자자-투자자간의 피드백을 통한 시너지가 일어나는 곳
최근에 이런 사례가 있었다. 오프라인 상에서 우연한 기회에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만나 명함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투자자는 그 스타트업이 실제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오픈트레이드에 방문하여 그 스타트업을 발견하고 사업계획서를 읽어보며 관심을 갖게 되어 다시 연락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스타트업들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사업 내역은 투자자로 하여금 향후에 투자를 검토할 수 있는 계기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다른 스타트업간의 협업도 자연스렇게 이끌어내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 스타트업의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어떤 기업인지 알 수 있게 되고, 더 나아가 스타트업 채용까지 이루어질 수 있다.
투자자의 경우 다른 투자자들이 관심기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집단지성을 통해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좀 더 성공적인 투자에 다다를 수 있다. 또한 크라우드펀딩을 하면서 위험 부담도 낮출 수 있다.
오픈트레이드만의 차별점이 무엇인가?
■ 평소 오프라인에서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을 그대로 온라인에 옮겨온 것
오픈트레이드는 오프라인에서 투자자들이 해왔던 투자 패턴을 온라인에 담았다. KICKSTARTER나 crowdcube의 경우 한 페이지의 기업 설명을 보고 커머스의 방법으로 투자를 해서 그럴싸 해보이나, 그건 그냥 그럴싸한 방법일 뿐이다. 커머스에서 발전하면 투자 플랫폼이 되기 힘들고, 투자를 하고 제품으로 회수하는 예약구매 소셜커머스로 발전하게 된다.
기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가 쇼핑몰 방식으로 기업의 현재만 보여주고 있다면, 오픈트레이드는 페이스북 방식으로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그 기업의 ‘미래에 투자’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유저 수는?
■ 실시간 자동 업데이트된 유저 수가 메인화면에
10월 11일 오픈트레이드 베타 버전을 런칭한 후 실시간으로 유저 수는 메인 화면에 업데이트되고 있다. 현재 46명의 예비창업자, 52개의 스타트업, 187명의 엔젤투자자, 37개의 법인투자자가 사용하고 있다.
향후 목표
■ 모바일 버전 출시와 투자 회수 솔루션 제공
오픈트레이드 정식 버전을 1월 초에 런칭할 예정이며, 모바일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서 투자 회수(M&A 등)에 대한 솔루션도 제공할 계획이다.
오픈트레이드의 지향점
■ 고령화사회, 직장 은퇴 후에도 자신이 보유한 전문성을 갖고 인생2막을 시작해야
주변에 은퇴하는 사람들은 뭔가 재미난 일거리를 찾고 있다. 오픈트레이드가 그 재미난 일거리(멘토, 엔젤투자자, 공동 창업)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 확률이 낮은 생계형 창업으로 가지 말고 본인이 그간 보유했던 전문성(노하우, 연륜, 경력, 네트워크)을 갖고서 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의 경우 은퇴한 사람과 젊은이들이 공동 창업할 경우 정부에서 지원을 하는 정책이 있다.
■ 풀타임 엔젤투자자의 탄생
엔젤투자도 하나의 직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재는 부업으로 엔젤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픈트레이드 안에서 풀타임 엔젤투자자가 탄생할 수 있었으면 한다.
끝으로 하고픈 말
■ 벤처생태계 활성화에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 되길 바라며
오픈트레이드가 내 개인적인 사업이 아닌 사회적인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 벤처생태계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활성화되길 바란다. 그리고 오픈트레이드가 좋은 사람, 좋은 스타트업, 좋은 투자자를 파트너로 만나는 장이 되길 소망한다.
안경은 기자 elva@venturesquar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