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기가비트(gigabit) 인터넷망 사업인 구글 파이버(Google Fiber)의 가정 내 설치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캔자스 시티(Kansas City) 일대에서만 적용되는 실험인데, 이 사업은 단순한 망 사업이 아닙니다. 바로 구글 TV, 유튜브(YouTube)와 함께 구글의 또 다른 TV 실험이죠.
물론 구글 TV 전략의 양대 산맥은 여전히 구글 TV와 유튜브입니다. 전자는 OTT(Over The Top) TV 플랫폼 측면에서의 전략이고, 후자는 새로운 컨텐트 유통 측면에서의 전략입니다. 이 양자는 뉴 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TV를 정의하기 위한 플랫폼과 컨텐트를 모두 아우르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졌죠. 바로 TV의 킬러 서비스인 TV 그 자체가 빠져 있습니다. 물론 구글 TV가 방송 망사업자와 제휴를 통해 통합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유튜브는 기존 방송 컨텐트에 대한 대체 유통 경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TV를 켜면 바로 나오는 그 TV에 대해선 구글이 가지고 있는 게 없었죠. 여전히 TV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말입니다. 구글 파이버 사업은 그 TV 틈새에 대한 실험으로 보입니다. 구글 TV는 플랫폼, 유튜브는 인터넷 비디오, 구글 파이버는 방송에 대한 TV 전략이 되는 것이죠. 물론 워낙 중복적이고 서로 상관도 없이 진행되는 것 같은 모습에 과연 저들 사이에 ‘유기적 전략’이라는 것이 있을까에 대해 의심스러운 바가 있습니다만.
구글 파이버는 월 120달러짜리 기가비트+TV 패키지를 선택하면, 기가비트용 네트워크 박스(network box) 외에 3가지 기기를 추가로 받습니다. 바로, 기가비트 망을 통해 HDTV를 볼 수 있는 TV 박스와 DVR 역할을 하는 스토리지 박스(storage box), 그리고 TV 리모트용 태블릿인 넥서스(Nexus) 7입니다. 실제 구글 파이버 TV 서비스는 어떤 모양일까요? 캔자스 시티에서만 설치가 되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꽤나 궁금한 모양입니다. BTIG 리서치라는 곳에서 직접 캔자스 시티에 가서 설치된 구글 파이버 TV의 스틸 컷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더군요. 하지만 이미 지난 7월에 구글에서 직접 구글 파이버를 소개하고 데모한 적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구글 파이버 TV의 UI와 대략의 서비스 시나리오를 엿볼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구글 파이버 TV 서비스에는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시장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충실히 구현해 놓고 있습니다. 잠깐 살펴보도록 하죠. 태블릿
지나치게 전형적 모양의 기본 블루투스 리모트 외에, 앞서 얘기했듯, 넥서스 7이 기본 옵션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EPG/탐색기, 검색, DVR 제어, 소셜네트워크 등의 기능을 제공합니다. 물론 음성 검색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태블릿 자체로도 TV 컨텐트를 볼 수 있는 동시 멀티스크린 기능도 제공합니다.
검색
TV 방송, 라이브러리, 넷플릭스 등 모든 소스로부터 컨텐트를 검색해 보여줍니다. 구글 TV에서도 이 기능이 핵심이죠. DVR
미국 TV 서비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죠. 동시에 8개의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습니다. 2 TB의 스토리지 박스에 HD로 약 500시간 분량의 컨텐트를 담을 수 있습니다.
컨텐트
로컬 채널 포함, 대략 200개의 라이브 채널을 HD로 제공하고, 수만 개의 온디멘드 비디오를 서비스합니다. 여기엔 넷플릭스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구글 플레이와 유튜브는 아직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구글 파이버의 TV 서비스는 그야말로 정석을 구현해 놓고 있습니다. 다만 초기 서비스라서 부족한 점은 많이 눈에 띄네요. 유튜브나 구글 플레이 같은 건 붙이기 어렵진 않겠죠. (최근의 유튜브 앱의 TV 연동 시나리오를 보시죠. 다를 바 없습니다.) 그보단 TV 앱을 포함한 구글 TV 플랫폼과의 결합이 아마 큰 숙제가 되겠지요. 구글 파이버가 그야말로 실험으로 끝날지 모르니, 처음부터 구글 TV와 어렵게 결합을 시도하는 모험은 배제하는 게 맞겠죠.
방송 서비스 측면의 TV 실험이라는 취지에서 본다면, 방송 컨텐트와 연계된 서비스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외입니다. 실은 이미 서비스 적으로 검증된 DVR이나 검색을 구현하는 것보다는 이쪽에 참신한 플랫폼을 고민해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구글이 TV 쪽에 많은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이런 방송 연계 서비스를 실험할 플랫폼이 마땅치 않습니다. 구글 TV라는 플랫폼이 있지만, 방송 신호를 그냥 바이패스하는 수준에 불과하죠.
방송 연계 서비스는 컨텐트 제공자와의 협력이 전제되어야 하니 매우 어려운 숙제입니다. (그러니 실험이 절실히 필요하죠) 겟글루(GetGlue), 지박스(Zeebox) 등 세컨스크린 서비스 업체가 많은 시도를 하고 있죠. 비슷한 서비스의 인투나우(IntoNow)를 인수한 야후가 사실 선구자입니다. 개방형의 TV 위젯 서비스를 일찌감치 내놓았고, 최근엔 방송 연계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했죠. 얼마 전엔 삼성 TV와 협력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많은 실험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구글에 과연 TV 시장의 문이 열릴까요? 예전 마이크로소프트의 노력이 생각나는군요. 구글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지요. 둘 다 TV 플랫폼의 장악을 위해 애를 쓰는 건 맞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른 산업 영역으로 쉽게 넘나들진 못했고, 구글은 제법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뭐든지 다 잘하는 것 같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제 TV 쪽엔 엑스박스(XBOX)라는 끈만 거의 유일하게 잡고 있습니다. 구글은 과연 어찌 될까요?
+ 위 서비스 화면들은 구글에서 제공하는 동영상을 캡춰한 것입니다. 그 외 그림들은 구글 파이버 홈페이지의 리소스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글 : 게몽
출처 : http://bit.ly/V72o8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