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 처음 온 이들은 인도인들의 강한 존재감에 놀라게 된다. 유명 테크기업에 방문해보면 최고경영진부터 핵심 엔지니어까지 인도계가 다수 포진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의 경우 비즈니스 담당 최고임원(니케시 아로라, CBO)부터 엔지니어링을 담당하는 핵심 수석부사장들 다수가 인도계다. 워낙 인도계 엔지니어들이 많다 보니 애플이나 인텔 같은 회사의 구내식당에 가면 따로 인도 음식만을 내는 코너가 항상 마련되어 있을 정도다. 실리콘밸리는 인도계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민자 출신이 미국 기업의 상층부에 오르려다 부딪히는 장벽을 ‘글래스실링’(유리천장)이라고 하는데 인도계는 이런 벽도 뛰어넘은 듯싶다. 펩시콜라의 시이오인 인드라 누이처럼 인도계로서 미국 대기업의 최고경영진 자리에 오른 사례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특기할 만한 것은 그들의 왕성한 창업정신이다. 지난달 발표된 카우프먼재단의 조사결과를 보니 지난 6년간 미국에서 이민자가 창업한 테크기업 중 32%가 인도계에 의한 것으로 나왔다. 이는 2위 그룹인 중국계(8.1%)부터 8위 그룹인 한국계(2.2%)까지 7개 이민자그룹의 창업 숫자를 합한 것보다도 많은 것이다. (이 인용과 위 그래프는 조금 다름. 위 그래프는 실리콘밸리에서의 창업만을 통계로 잡은 것인듯.) – 출처 Then and Now: America’s New Immigrant Entrepreneurs, Part VII
도대체 인도계는 어떻게 이렇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일까. 흔히 말하듯 우리보다 영어를 잘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높은 교육열 때문일까. 항상 개인적으로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한 행사에서 그 실마리를 얻었다. 얼마 전 인도계가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공공도서관에서 테크심포지엄이 열렸다. 지역 고등학교의 테크클럽이 주최하는 학생 대상 행사인데 학교에 붙여진 포스터를 통해 이 행사를 알게된 중학생 아들이 가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갔다. 유튜브 등 실리콘밸리 테크기업의 간부와 CEO 등이 와서 강연하는 행사였다. 인도계 학생인 테크클럽 회장이 사회를 맡았는데 자리를 가득 메운 참석자의 절반 이상이 초중고생인 인도계 학생과 학부모였다. 유튜브의 인도계 중역이 온라인비디오의 발전 현황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자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는 근처 인도레스토랑의 협찬으로 인도 음식이 제공됐다. 그 뒤 20대 후반의 젊은 인도계 청년이 연사로 나섰다. 알고 보니 그는 고등학생 때 인터넷회사를 창업해서 150만달러에 팔았다는 성공담의 주인공이었다. 수업을 받다가 고객에게 전화가 오면 화장실에 가서 응대했다는 등 익살이 넘치는 그의 창업 이야기에 학생들은 완전히 매료됐다. 얼마 전 자신이 세번째로 창업한 회사를 오러클에 매각했다는 그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지금 당장 창업하라”는 말로 어린 학생들을 자극했다. 학생들은 열성적으로 질문을 했고 강연이 끝난 다음 그에게 다가가 악수하고 같이 사진을 찍느라 야단법석이었다. 아이돌 스타가 따로 없었다. 마지막으로 첨단로봇을 만드는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사장이 나왔다. 로봇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그의 강연과 로봇데모가 끝난 뒤 아이들은 줄을 서서 무대 위에 올라가 로봇을 만져보고 어떻게 하면 로봇엔지니어가 될 수 있는지 물어봤다.
알고 보니 그날 초청된 연사들은 대부분 인도계 학부모들의 친척이거나 친구들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연사들은 꽃다발을 안고 인도인가족-친지들에 둘러싸여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런 분위기속에서 인도계 학생들은 그들을 마치 삼촌이나 큰형뻘로 여기고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엔지니어나 창업자가 될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앞서서 성공한 이들이 나서서 젊은 세대에게 영감을 주고 성공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는 모습. 거액의 펀드를 조성하거나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이런 문화를 만드는 것이 창업 생태계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다.
/한겨레신문 칼럼 기고글입니다.
참고로 인도계의 실리콘밸리에서의 성공이유에 대해 비벡 와드화교수가 INC에 쓴 글이 있습니다. 일부를 발췌합니다.
- The first few who cracked the glass ceiling had open discussions about the hurdles they had faced.
- They agreed that the key to uplifting their community, and fostering more entrepreneurship in general, was to teach and mentor the next generation of entrepreneurs.
- They formed networking organizations to teach others about starting businesses, and to bring people together. These organizations helped to mobilize the information, knowhow, skill, and capital needed to start technology companies. Even the newer associations had several hundred members each, and the more established associations had more than a thousand members.
- The first generation of successful entrepreneurs—people like Sun Microsystems co-founder Vinod Khosla–served as visible, vocal, role models and mentors. They also provided seed funding to members of their community.
- 유리천장(the glass ceiling)을 뚫고 올라간 처음 몇몇이 그들이 처했던 어려움에 대해서 열린 토론을 갖는다.
- 커뮤니티를 발전시키고 창업정신을 더욱 고양시키는 열쇠는 다음 세대의 창업자들을 가르치고 멘터링하는 것이라고 (위 성공한 첫 세대가) 결론짓는다.
- 그들은 기업을 시작하는 것을 다른이들에게 가르치며 사람을 모으는 네트워킹단체를 만든다. 이런 단체들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정보, 노하우, 기술, 자본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한다. 신생단체도 수백명의 멤버가 있으며 좀더 오래된 단체들은 수천명의 멤버를 가지고 있다.
- 선마이크로시스템의 공동창업자인 비노드 코슬라 같은 성공한 1세대 창업자들이 선명하고 강력한 롤모델과 멘토역할을 한다. 그들은 또 커뮤니티멤버를 위해 초기투자까지 제공한다.
와드화교수는 인도계 단체들은 실리콘밸리에서의 교전수칙(Rules of engagement)를 배우고 마스터해서 그곳에서 가장 활발한 조직이 됐다고 합니다. 실리콘밸리의 한국인들도 이런 인도계의 성공에서 배울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글 : 에스티마
출처 : http://estima.wordpress.com/2012/11/26/in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