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정의
일반적인 플랫폼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정거장’으로 통용된다. 기차 정거장 같은 현실세계의 정거장이 가진 공통점은 사람이 특정한 장소로 가기 위해 반드시 도착해야 하며, 도착한 사람을 태우기 위한 운송수단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운송수단을 이용코자 하는 사람과 사람을 나르는 운송수단이 반드시 존재해야 정거장이 ‘플랫폼’으로서 그 기능이 온전히 작동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플랫폼은 사람(User)과 운송수단이 만나는 접점(Connected Point), 또는 사람과 운송수단을 매개하는 매개지점(Mediated Point)의 구실을 한다.
플랫폼 (Platform) :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
그러나 플랫폼은 정거장과 같은 사전적 의미보다는 관점에 따라 경제학적, 비지니스적, 그리고 컴퓨터 공학적 측면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어 사용되고 있다.
먼저, 경제학적 의미의 플랫폼은 시장에서 중개기관의 역할을 하는 경제주체들의 중개 수단으로 정의될 수 있다. 경제학의 시장 분석에서 플랫폼이란, 서로 다른 두 그룹에 속해 있는 에이전트간 거래를 매개하는 장소로 양면 시장(two-sided market)이라는 용어로 사용된다. 아래 그림은 한 그룹의 에이전트가 플랫폼에 참여함으로써 같은 플랫폼에 참여하는 다른 그룹의 크기가 결정되는 양면시장의 특성을 보여준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플랫폼은 여러 참여자가 공통된 사양이나 규칙에 따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토대로 정의될 수 있다. 이러한 비지니스 플랫폼은 다음과 같은 차별화된 특징을 보유한다.
- 주도 기업: 플랫폼의 설계와 운영 및 업그레이드를 담당
- 기술: 모방이 어려운 해당 플랫폼의 차별화된 기반 기술
- 인센티브: 주도 기업과 참여자, 또는 참여자 간의 공동의 이익이 존재
- 확장성: 참여자 기반 확대, 업그레이드, 인접 분야로 확장 등으로 플랫폼의 진화가 지속
이러한 비즈니스 플랫폼은 크게 제품 플랫폼, 고객 플랫폼, 거래플랫폼으로 구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컴퓨팅 분야에서 정의하는 플랫폼은 다른 모든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키기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으로 컴퓨터 아키텍처,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프로그래밍 언어 및 관련 유저 인터페이스를 포함한 개념이다.
플랫폼이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면서 플랫폼에 대한 개념도 확장되어 개별 애플리케이션들도 하나의 플랫폼으로 성장이 될 수 있다는 서비스 플랫폼의 개념이 나오게 되었고, 최근에는 서비스의 기본 구조라는 의미로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ICT 산업에서도 플랫폼의 정의는 컴퓨터 공학적 개념을 바탕으로 비지니스적 관점과 경제적인 관점이 복합적으로 놓여져 있다. 사용자 간 트랙잭션(User Transactio)에 필요한 컴포넌트(Component)와 이를 관리하는 룰(Rule)의 합집합(Set)으로 이루어지며, 플랫폼의 성공은 매개 네트워크로써 진화하는 것이다.
플랫폼에서 컴포넌트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모듈과 이를 포괄하는 아키텍쳐를 포함하며, 룰은 이해관계자를 의미하는 네트워크 참여자(Network Participant)를 조정하는 규칙을 의미한다. 컴포넌트를 다시 설명하면, 단말(스마트폰 등), 단말을 작동시키는 OS, 각종 SW와 HW 기술 등 플랫폼을 구성하기 위해 기반이 되는 아키텍쳐를 의미한다.
이렇게 플랫폼을 구성하기 위해 최소한의 컴포넌트를 초기에 개발하여 제공하는 사업자를 플랫폼 공급자라고 정의한다. 룰(규칙)은 플랫폼 공급자가 구성한 컴포넌트를 재사용 또는 응용해서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이해관계자들이 부가가치를 창출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한 일정한 규칙과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이 규칙에 적극 참여하여 초기 플랫폼 공급자와 이해관계를 형성하며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사업자를 ‘플랫폼 스폰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출처: 플랫폼을 말하다, 플랫폼전문가그룹 지음, 2012)
이러한 플랫폼의 정의로부터 생태계 구성의 핵심 원리를 도출해 볼 수 있는데, 바로 플랫폼 공급자와 플랫폼 후원자이다. 플랫폼의 정의에서 중요한 것은 플랫폼 그 자체보다는 플랫폼 공급자와 플랫폼 후원자가 만들어 내는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즉,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서 그 진화의 방향이 매개된 플랫폼 네트워크로 이루어졌을 때 가치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매개된 플랫폼으로의 진화
그럼 매개된 플랫폼으로의 진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플랫폼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외부 참여자가 참여하는가를 통해 결정된다. 따라서 플랫폼 제공자는 플랫폼 자체의 기술보다도 충분한 외부사업자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 생태계 구축에 실패하고 경쟁에서 밀리거나 도태될 수 있다. 현재 모바일 시장에서 도태되어 버린 HP의 WebOS나 시장점유율이 계속 추락하고 있는 노키아의 심비안 플랫폼의 경우, 플랫폼의 기술적 우위보다는 모바일 시장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여 충분한 참여자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실패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플랫폼의 가치는 그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플랫폼에 참여한 모든 기업이 만든 가치의 총합에 비례해서 평가받는다는 생태계적 경쟁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진화할 수있다.
진화의 첫번째 과정 : 비지니스 혁신
플랫폼 성장의 첫번째 고리인 고객가치 증대를 위해서는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될 수 있는 혁신이 요구되는데, 다음과 같은 5가지 질문을 통해 활동, 행위자, 연결고리의 배열을 재구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여 새로운 가치 창출이 이루어낼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1. 무엇을 분리할 수 있는가? : 현재 한데 묶인 요소들을 분리할 기회가 있는가?
2. 무엇을 통합할 수 있는가? : 현재 분리된 요소들을 한데 묶을 기회가 있는가?
3. 무엇을 재배치할 수 있는가? : 기존 요소들을 생태계 내의 새로운 위치로 옮길 기회가 있는가?
4. 무엇을 추가할 수 있는가? 현재 없지만 추가하면 가치를 창출하고 가치 제안을 진전시킬 요소가 있는가?
5 무엇을 제거할 수 있는가? 제거하면 가치를 창출하고 가치 제안을 진전시킬 요소가 있는가?
혁신의 가치는 혁신 제공자와 소비자의 관점이 서로 다르다. 혁신 제공자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실제로 제공하는 절대적 편익을 기준으로 생각하지만, 고객은 부가가치 즉, 가용한 대안과 비교했을 때 제품이 전달하는 상대적 편익을 기준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고객의 입장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주는 편익이 가격에 더하여 이를 수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모든 변화를 비용에 더하여 이보다 작다면 수용하지 않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 플랫폼을 통한 생태계 조성이 어려운 첫번째 이유는 고객에게 수용될 수 있는 가치창출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First mover가 아닌 Fast Follower 입장이라면 기존에 자리를 잡은 비지니스 모델에서 기술적 혹은 컨텐츠, UI를 개선한 플랫폼을 가지고 승부하겠다는 것은 성공하기 어렵다. 제품이 제공하는 전체 편익에서 고객은 기존 대안과 비교한 가치만을 인정할 뿐이다.
두번째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가치를 증가시켰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실제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가치사슬 체계를 고려해야 한다. 가령, 혁신적인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제조하는 제조사, 망사업자, 개발자, 콘텐츠 및 서비스 제공자를 거쳐 최종사용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하나의 가치 가슬이라도 깨어지면 가치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플랫폼 사업자로 성공한다는 것은 자기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 참여자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정이다. 망사업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제조사가 혁신적인 플랫폼을 만들기 어렵고, 얻어줄 제조사의 도움이 필요한 플랫폼 사업자가 제조까지 손대기 어려운 이유이다.
플랫폼 리더십
최근 카카오톡이 많은 사용자를 기반으로 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위하여 비전과 계획을 발표하였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와 달리 플랫폼에서는 서드파티 사업자에게 돈이 만들어줄 수 있는 비지니스 모델에 확신을 주어야 한다. 기업들이 함께 협업하고 따른다면, 전체 시장의 합이 커질 것이라는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카카오톡은 확실한 비지니스 모델을 구축하지 못했고, 플랫폼 공개도 준비되지 못한 상태이다.
서비스에서 사용자가 많아지면 플랫폼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얼마전 플랫폼 전문가들과의 토론에서 외국와 국내 서비스를 비교하면서 외국에서는 처음부터 서비스를 만들때 누군가와 함께 쓰기위한 아키텍쳐를 고려하는 플랫폼 접근이 익숙한 반면에 아직 국내 기업들은 기능에만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다양한 기능과 화려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얼굴이라면 서드파티 사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몸통 구조가 체계적으로 고려되어 있어야 한다. 개별 기능을 개발하는 것과 서비스를 공개하고 플랫폼으로써 API와 개발도구, 서비스 품질을 유지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이다.
애플이 아이폰5와 아이패드 미니를 출시한 이후 혁신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주가 급락을 경험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삼성과의 지루한 특허분쟁도 애플의 혁신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용자에게 iOS와 안드로이드 품질 차이는 점차 줄어들고 있고 플랫폼 경쟁력을 좌우하는데는 콘텐츠와 서비스의 차별화가 중요해 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면 초기에는 수직적으로 결합된 통합 사업자가 유리하고 시장이 성숙할수록 표준화된 모듈을 조립하여 성능과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모듈형이 유리해지는 구조이다(Christensen & M. Raynor, 성장과 혁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강점이 있는 분야에서 차별화할 수 밖에 없고 더욱 집중하기 마련이다. 애플의 강점은 통합과 디자인, 구글은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향후 플랫폼 경쟁력에서 상황은 구글에게 보다 유리해지는 형국이다.
애플은 아이폰을 팔면 바로 돈을 벌지만,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팔아서 돈을 벌지 않는 구조이다. 이런 비지니스 구조 상 생태계 구축에 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것도 구글이다. 플랫폼 리더는 마지막에 돈을 번다는 이야기에 맞는 형태이다. 구글과 비교하여 수익성, 유통망, 파편화에서 강점을 유지하고 있는 애플이지만, 플랫폼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에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iOS의 미래도 어두워 질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이 2007년 1월 9일에 일반에게 공개되고 내년이 6년이 되는 해이다. 안드로이드의 발빠른 추격에 애플의 제품 사이클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애플은 폐쇄적인 플랫폼에서 참여자를 늘리기 위해서 좀더 유연해지고 구글은 수익을 위해 좀더 타이트한 통제를 하지 않을까 싶다. 올 해보다 내년이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풍부해지고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글 : 황순삼
출처 : http://swprocess.egloos.com/29067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