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브룩클린의 프로스펙트 하이츠(Prospect Heights)에는 어떤 것이든 기부하거나 교환할 수 있는 자동판매기가 있다.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쓸모없지만 남들이 필요로 하겠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가지고 가서 집어넣는 기능이 핵심인데, 보통 책과 장난감, 예술작품 등을 사람들이 많이 가져온다고 한다. 이 자동판매기는 “스와포매틱(Swap-O-Matic)”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학생 졸업작품으로 리나 페네키토(Lina Fenequito)라는 학생이 특별한 기술없이 처음으로 모델을 만든 것을 인상적으로 본 레이 만치니(Ray Mancini)라는 비주얼 디자이너와 전자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인 릭 캐시디(Rick Cassidy)가 그녀를 도와서 2011년 8월에 현재와 같은 터치크스린과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자동판매기 모델을 처음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자동판매기의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스크린에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고, 기부를 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기부된 물건을 받고 싶은 것인지, 교환을 할 것인지를 선택한다. 아이템 하나하나에 대한 가치평가는 없다. 다만, 사람들의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간단한 크레딧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아이템을 하나 기부할 때마다 해당 이메일 아이디에 크레딧이 하나씩 축적된다. 그리고, 반대로 아이템을 가져갈 때마다 크레딧을 하나씩 소모한다. 하나를 기부하고, 하나를 가져가는 것은 크레딧이 없어도 할 수 있다. 기계에 투입할 수 있는 크기의 것이면 무엇이든 교환이 가능하다. 어찌보면 원시시대부터 있었던 물물교환을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구현한 셈이다.
웹 사이트를 통해서도 현재 여기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13개의 공간이 제공되는데, 필자가 글을 쓰는 2012년 12월 16일 밤 11시 30분 (한국시간) 현재 여기에는 하나는 비어있고, 답안지, 헤어밴드, 아이키아에서 제공하는 한번 쓴 연필, 블랙베리 케이스, 초콜릿 등이 들어있다. 이 프로젝트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브라질, 태국, 영국,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관심을 가지고 연락을 해온다고 하는데, 특별한 수익모델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파급효과 등을 감안해서 당분간은 공공서비스 인프라의 형태로 설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자신들의 소비패턴에 대해 한번 쯤 더 생각해보고, 공유하고 교환하는 것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는 느낌이다. 현재 이 자동판매기를 만든 팀들은 소셜 미디어 기술과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를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모델을 제작 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름다운 가게에서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수집하는 수거함 형태로 유사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데, 적절한 기술을 도입해서 스와포매틱과 비슷한 개념으로 업그레이드한다면 사업이 훨씬 의미가 있지 않을까? 또한 여기에 적절한 수익모델이 붙어서, 최소한 이런 자동판매기를 만들고 운영하는 비용이 나올 수 있다면 전 세계에 지역기반 물물교환 문화를 활성화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아래는 CNN에서 취재한 영상클립이다.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