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갤럭시 S4를 발표하고 얼마 후, 애플이 ‘Why iPhone‘이라는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아이폰이 있다.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이 있다. (There’s iPhone. And then there’s everything else.)”라는 카피 문구를 내세우며, 아이폰의 차별화에 대해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삼성을 견제하지 않을 수 없다는 급박감마저 감지되는데,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대한 문구에서는 무리수를 둔 문구까지 사용하고 있어 논란입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애플이 약 12인치 시청 거리에서 정상 시력의 눈으로 구별할 수 있는 수준을 300PPI(pixels per inch, 인치당 픽셀 수)로 규정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사양입니다. 아주 효과적인 마케팅이었죠. 그 이후로 인치당 픽셀 수는 디스플레이 사양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최근에 출시된 스마트폰들은 대부분 이 수준을 넘습니다. 이제는 400PPI마저 훌쩍 넘고 있죠.
그런데 애플은 ‘Why iPhone’이라는 페이지의 설명에 이런 문구를 집어넣었습니다.
오직 아이폰만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다.
Only iPhone has the Retina Display.
레티나의 기준이 PPI 말고 또 뭐 다른 것이 있지 않는 한, 이것은 거짓입니다.
최근 스마트폰들의 PPI 사양을 보시죠.
스마트폰 | 인치당 픽셀 수(PPI) |
---|---|
애플 아이폰 5 | 326 |
노키아 루미아 920 | 332 |
블랙베리 Z10 | 356 |
LG 옵티머스 G 프로 | 401 |
삼성 갤럭시 S4 | 441 |
소니 엑스페리아 Z | 443 |
HTC 원 | 468 |
말하자면 아이폰 5의 PPI 수준은 다들 당연히 넘어야 할 기준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차별화나 경쟁 요소가 아닌 듯합니다.
좀 과열된 면도 있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면, 시청 거리 12인치(약 30cm)에서, 정상 시력인 30CPD(1.0) 기준(파란선)으로 286PPI를 넘으면 픽셀을 구별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물론 이론적 최대 시력치라고 하는 50CPD(1.2) 기준(주황선)을 기준으로 하면 477PPI가 됩니다. 시력 검사의 최대치인 60CPD(2.0) 기준(빨간선)을 기준으로 하면 573PPI입니다. 어느 수준으로 엔지니어링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바로 비용 효율성에 직결됩니다. 기준을 높이면, 가격이 높아집니다. 그 높아진 가격이 소비자에게 주는 가치가 크지 않다면, 엔지니어링은 실패한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상대적으로 사용 시간이 짧은 스크린입니다. 해상도의 기준이 지나치게 높을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아이폰이 아직도 레티나 디스플레이 운운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이지만, 지나친 PPI 경쟁도 그저 소모적일 뿐입니다. 사실은 해상도가 ‘풀 HD’냐 아니냐 정도만 구분되면 충분할 성능 경쟁이죠.
글 : 게몽
출처 : http://bit.ly/16I71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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