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설 중에서, 가장 유명한 건 ‘닭튀김 수렴 공식’일 것이다. 화공과를 나와도 닭을 튀기고, 컴공과를 나와도 닭을 튀기고, 기계과를 나와도 닭을 튀기게 된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 이야기에 어떤 통계적 근거가 있는 건 아닌데, 누군가는 이런 사례를 직접 목격하거나 건너건너서 들었기에 도시 전설이 되지 않았을까? 물론 진위야 알 수 없지만 말이다.
IT용역에 관한 슬픈 도시 전설이 하나 있다. 직접 목격한 건 아니다. 도시 전설이 그렇듯이, 누군가 들었다라는 데서 출발한 이야기다. 그런데 참 설득력 있어서 도시 전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IT용역을 하는 사장님이 있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쌓은 실력으로 IT용역 회사를 차렸다. 기존에 안면이 있던 업체 사람을 통해서 일을 얻었는데, 원래 받아야 하는 돈보다 한참 싸게 시작했다고 한다.
안면이 있는 고객은 잘해줄려고 했는데, 계약하는 부서에서 무조건 싸게 들어와야 일을 딸 수 있단 논리를 폈다고 한다. 물론 다음 번에 정상적으로 돈을 지불해 주겠단 ‘구두’ 약속을 했다. 막상 다음 번 프로젝트를 계약할 시점이 되자, 계약 부서에서는 원래 들어왔던 단가로 계약을 하지 않으면 게약할 수 없단 이야기를 했다. 행동 경제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닻 내리기 효과(anchoring)가 시전되는 순간이었다. 중간에 낀 안면이 있는 담당자는 어떻게든지 다음 번에 잘해 주겠다는 말로 사장님을 설득했다.
결국 계약을 했고, 다시 한 번 낮은 가격에 프로젝트를 했다. 그렇다면 그 이후에 단가가 원래대로 돌아왔을까? 아니다. 닻을 확실히 내린 덕분에, 가격인상이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몇 년 후 더 이상 사장님이 이 회사와 할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결국 싼 가격에 일을 해 준 셈이다.
도시 전설이지만, 굳이 교훈을 찾자면, 용역은 최소한 자신의 몸값은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용역의 특성상 제품 경쟁력보다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고, 대체제가 시장에 널려 있기 때문에, 다음은 말 그대로 다음이 되어야 알 수 있다. 고객이 구두로 약속한 경우야 상도덕의 문제가 다분하지만, 고객이 다음 번 프로젝트 줄테니 잘해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굳이 돈 깎아주면서 일할 필요까지 없다. 물론 우리네 정서상 우리가 남인가?하는 게 큰 걸림돌이지만.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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