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신(iGod)’. 정보시대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서 구글의 위상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이 말은 정보기술(IT) 작가인 니콜라스 카가 ‘빅 스위치’에서 처음 사용했다. 그는 후속작품인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구글의 검색 서비스가 현대인들의 사고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구글드(구글당하다)’라는 책을 낸 뉴요커 칼럼니스트인 켄 올레타의 표현은 더 직설적이다. 그는 국내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두 ‘구글이 만들어놓은 우주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우리 시대 최고 뉴스 메이커다. 그러나 그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구글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에릭 슈미트 회장과 구글의 싱크탱크인 ‘구글 아이디어’의 제러드 코언 소장이 대중들 앞에 섰다. 이번에는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서다. 책은 제목부터 야심차다. 바로 ‘새로운 디지털 시대(The New Digital Age)’다.
책은 정보기술(IT)이 만들어내는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그 미래에 대한 전망도 담았다. 누구나 호기심을 갖는 주제를 내세웠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솜씨는 역부족이다. 나는 이 책을 사서 여러 번 꼼꼼하게 읽고 있지만 아직 그 내용을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이 책과 씨름할 수 밖에 없는 매력은 생생한 정보에서 찾을 수 있다. 저자들은 세계의 성장 지역과 낙후 지역을 두루 돌아다니며 위키리크스의 창립자 줄리안 어산지부터 아프리카의 전투 참전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물들을 만나 대화하고 느낀 뒤 깨달은 내용을 담았다.
‘연결’은 이 책을 관통하는 화두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2009년 가을 이라크에서 처음 만난다. 사담 후세인 정권의 몰락 이후 6년여 간 전쟁이 지속된 이라크는 이미 물리적인 인프라가 초토화된 상태였다. 대부분의 이라크인은 음식이나 물, 전기를 제대로 구할 수 없었고 일용품은 가격이 너무 비싸 살 수 없었다. 심지어 몇 년간 쓰레기조차 수거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그렇게 처절히 병든 땅에서, 놀랍게도 그들은 어디를 둘러보건 휴대전화가 눈에 들어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슈미트가 ‘2020년 안에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연결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들에 따르면, 2010년 대지진 이후 아이티에서도 단 며칠 만에 통신 기능이 복구됐다. 네트워크를 복구하는 것이 긴급구조보다 우선이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로 평가받는 북한에서조차 2012년 초까지 18개월 간 전화 가입자가 30만 명에서 100만 명이상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이제 먹고 사는 문제보다 연결성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판단하고 있다고 짚는다. 연결성을 확보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느냐, 아니냐가 결정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슈미트가 말하는 ‘디지털 시대’란 더 이상 기술 분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미래’ 그 자체를 가리키게 된 것이다.
저자들이 ‘디지털 기술로 인한 연결성의 확대’를 미래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지적하는 이유는 국가나 기득권층의 권력을 개인에게로 이양한다는 데 있다. 영웅이 사라진 시대를 맞게 될 것이어서 그렇다. 연결된 개인이 늘어나면서 온라인상에 정보들이 넘쳐나게 되고, 그로 인해 지난날의 사소한 잘못이 속속 드러나 지도자들이 영웅의 지위를 잃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과거에는 소수의 정의로운 인물이 혁명의 선봉에 섰지만, 이제는 체제에 분노를 느끼는 수많은 개인이 각자 일어설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짚는다.
슈미트는 “불평등이나 권력의 남용을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기술을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권력이 개인의 손으로 이양되도록 도울 수 있으며 개인들이 기꺼이 그것을 받으리라 믿는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 책을 우선 신문 기자와 출판사 편집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과거 이들은 신문과 방송, 또는 책이라는 특별한 매체를 통해 존재감을 확인했다. 그러나 누구나 연결된 시대에 이들의 무기는 한 순간에 빛을 잃었다. 저자들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미디어 세상을 들끓게 하는 변화를 소개한다.
이 책은 전 세계에 동시에 선보인 마케팅도 관심을 가질만하다. 출판사는 책의 내용을 13분짜리 비디오에 담아 먼저 인터넷에 공개했다. 나는 유튜브에서 책을 먼저 확인했다. 이어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과 영국 BBC 방송, 국내 주요 신문과 방송 등 대중 미디어의 보도는 이를 확대 재생산했다.
이를 통해 여론전쟁의 주무대가 인터넷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면 누구도 그것을 막을 수 없다.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저자들의 대답은 궁색하다.
아마존에는 이 책이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혹평하는 글(Sophistry by Authors That Know Better)이 올라와 있다. 저자들이 당연히 알고 있는 귀중한 정보를 잘 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은 아직 아무도 가보지 못한 세계다.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인터넷 세상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도자들도 이 문제에서는 장님이나 마찬가지다.
정보기술(IT) 또는 인터넷이 전 세계를 연결하고, 그 결과로 개인의 힘이 커진다는 주장은 새로운 것도 아니다. 그 동안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왔고, 또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다.
내가 읽은 최고의 책은 ‘참여군중(원제 Smart Mobs)’이다. 정보기술(IT)의 미래를 소개해온 작가인 하워드 라인골드가 2002년 미국에서 펴냈고 그 이듬해 우리나라에서 번역됐다. 이 책은 정보기술(IT)로 무장한 군중이 새로운 시대를 움직이는 주역으로 부상하는 과정을 소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물론 그 이면에 발생할 부작용도 경고한다. 이 책은 10년여가 지난 지금 읽어도 재미있다.
글 : 서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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