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토롤라의 최신 스마트폰인 Moto X가 미국에서 생산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에 앞서서는 최근 구글이 야심차게 개발하면서 얼리어답터와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조금씩 배포하고 있는 구글 글래스 역시 미국에서 생산된다는 구글의 발표가 있었다. 최근 글로벌 제조업 양상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그와 함께 최근 중국의 제조업에도 문제가 있다는 소식들도 들린다. 그동안 정부의 보조금과 저렴한 인건비, 그리고 상대적으로 기업에 유리한 노동환경 등과 같이 중국을 그동안 제조왕국으로 만들었던 여러 환경들이 과거와 달라진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사실 그동안 미국의 커다란 기업들도 제조를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미국 내에서는 수백 만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당장 애플만 하더라도 엄청난 양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생산해서 전 세계를 석권했지만, 이것을 제조하기 위한 일자리는 대부분 중국에서 생겼고, 중국은 이런 막강한 제조능력을 바탕으로 경제적, 기술적으로 모두 급성장을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 중국의 인건비는 더 이상 그렇게 싸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기술의 유출과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 등이 겹치면서 많은 제조사들이 미국으로 유턴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모토롤라와 구글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우 케미칼, GE, 포드 등도 중국의 공장을 철수시켜 미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애플도 머지 않아 미국으로 생산라인을 옮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변화의 이유로 단순히 인건비와 정치적인 압력만 작용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도 언급한 제조업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대비라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로봇과 인공지능, 3D 프린터와 나노 기술과 같이 제조업 전반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술들이 최근 커다란 발전을 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제조업이 탄생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이런 분위기 전환에 한 몫하고 있는 듯하다. 이들 기술이 전혀 새로운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지난 수십 년 동안 천천히 발전해 온 것에 비해 최근의 발전양상의 속도는 너무 빨라서 숨이 찰 지경이다.
제조업 혁신의 선봉에는 로봇 기술이 있다. SF영화에 나오는 안드로이드처럼 멋진 로봇은 아니지만, 소프트웨어와 원격조종을 통해 쉽게 제어가 가능한 저렴한 로봇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간단히 훈련을 시켜서 여러 가지 일을 시킬 수 있는 두 팔을 가진 보급형 산업로봇 백스터(Baxter)는 2만 2천 달러에 팔린다.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의 종류도 과거와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많아졌다. 수술을 하거나, 젖소의 젖을 짜거나, 전장에 투입되거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무인로봇 등의 활약을 이제는 너무나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최근 가장 잘 나가는 미국의 전기자동차 스타트업인 테슬라 자동차는 모델 S를 실리콘 밸리에서 직접 생산하는데, 모든 조립과정을 로봇을 통해 진행하기 때문에 실리콘 밸리의 비싼 인건비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기술이 발전하면서 윌로우 거라지(Willow Garage), 아이로봇(iRobot), 9th 센스 등 전도유망한 스타트업들도 쏟아지고 있으며, 이들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를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공개하면서 빠른 확산과 도입을 유도하고 있다. 중국에 기반을 둔 제조기업들도 이런 혁신의 바람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아이폰을 제조하는 대만기업으로 대표적인 전자제품 제조기업인 폭스콘(Foxconn)은 앞으로 3년 이내에 수백 만대의 로봇을 도입하겠다고 선언을 하기도 했다.
테크샵(TechShop)과 같이 제조업 전반을 지원하는 플랫폼의 확산도 미국의 제조업의 부흥에 한 몫하는 듯하다. 또한, 3D 프린터와 아두이노를 위시로 한 오픈소스 전자부품들도 누구나 저렴하게 자신 만의 제품들을 소량으로 생산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킥스타터(KickStarter) 등의 플랫폼을 활용해서 마케팅을 하고, 선주문을 받아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이제는 표준적인 제조업 창업의 방식으로 보일 정도이다. 3D 프린터의 발전속도는 최근 경이적일 정도이다. 기계의 가격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지만, 활용할 수 있는 재료의 종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아주 작은 나노물체부터 전자제품, 크게는 집까지 3D 프린터로 짓는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자동화되고 첨단의 기술이 접목되어 생산 그 자체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인건비 여부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환경이 된다면, 굳이 멀리있는 나라에서 생산공장을 짓고 완성품을 만들고 판매하기 위해 몇 번을 배를 이용해서 주고받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되려 필요로 하는 곳에 작은 공장이 있고, 그곳에서 필요한 설계도와 재료를 받아서 바로 생산하고 배포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기도 하고, 지구환경을 위해서도 좋은 방식이다. 다만 과거에는 이런 방식이 경제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것 뿐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미국의 제조업이 다시 부흥할 조짐을 보이고, 주요 기업들이 공장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유턴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을 단순히 일시적인 것으로 보아서는 안될 듯하다. 제조업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가 눈앞에 있다.
참고자료 : The End of Chinese Manufacturing and Rebirth of U.S. Industry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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