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스파크랩 벤처스(SparkLabs, 이하 스파크랩스)가 주최하는 넥스트 컨퍼런스(NEXT Conference)가 지난 14일 코엑스에서 성황리에 행사를 마쳤다. 이 날 컨퍼런스에서는 세계적인 석학부터 투자자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떠오르는 별 등 한 자리에 불러모으기 힘든 해외 패널들이 모여 개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미래와 혁신에 대해 탐구하고자 개최된 넥스트 컨퍼런스 현장을 간략하게 옮겨본다.
1. 레이 오지와 함께 하는 노변담화
정보기술과 컴퓨터 통신의 발달이 휴먼 인터랙티브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정보와 의견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하는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최고소프트웨어 아키텍트(CSA)를 역임한 레이 오지는 정보통신기술의 트렌드를 ‘펜듈럼’으로 표현한다. 좌우를 번갈아 가며 흔들리는 펜듈럼처럼 정보통신기술이 중앙화-분산화의 사이클을 거쳐 다시 중앙화로 회귀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예로 들며 중앙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들을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디바이스를 이용하여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게 되었음을 언급하였다.
레이는 최근 큰 이슈가 된 미국국가안보국(NSA)의 통신사 및 IT기업을 이용한 자국민의 통신 기록 수집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내가 매우 우려하는 바는 정부가 클라우드에 저장되는 사용자들의 정보들을 이용하여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관건은 시민과 정부 간의 투명성이라고 본다. 어떤 목적으로든 정부는 사람들이 소통하는 패턴을 관찰하고 싶어할 것이며, 각 개개인들은 자신들의 개인정보와 관련하여 정확히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에 대해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한 그는 지금 한국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기업가 정신과 엔지니어링, 그리고 스타트업에 대한 여러가지 시도들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도 말하였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기회들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직접 경험하고 또 확산시키길 독려했다.
2. 검색의 혁신
검색의 혁신(Search’s Next Big Thing)세션에서는 어플리케이션 검색 엔진 퀵시(Quixey)의 CEO인 토머 카간과 위치 기반 검색 서비스 스핀들(Spindle)의 공동 창업자 및 CEO인 팻 킨셀이 차세대 검색 서비스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앱 검색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 중인 토머는 앱이 사람들에게 어떤 경로로 어떻게 전파되는가에 주목, 새로운 검색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끼고 퀵시를 시작하였다고 밝혔다. 앱의 단순 다운로드 횟수도 중요하지만 미디어가 어떻게 그 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가장 크게 홍보에 기여한 트윗은 무엇인지, 그리고 사용자들이 남기는 리뷰에도 주목해야 진정 의미있는 검색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사용자의 위치에 기반한 검색 서비스를 보다 개개인에게 최적화시키고자 노력 중이라는 팻은 더 이상 구글과 같은 형태의 통합 검색으로는 사용자의 일상에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 같은 검색어로 다시 검색을 하더라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종래까지의 일반적인 검색 서비스로는 실시간으로 변하는 사용자 주위의 생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기 어려우며, 그루폰과 같은 소셜 커머스에 대한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피로감이 크다는 점 또한 언급하였다.
팻 : 우리는 사용자 주변의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게끔 만들고 싶었고, 이러한 살아있는 정보가 웹사이트의 정체된 리뷰보다 더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근처에 있지만 음식 맛이 별로여서 매일 그냥 지나치기만 하는 레스토랑이 하나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오늘 여기에서 흥미로운 이벤트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그곳에 또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지 않겠는가.
토머와 팻은 개인별로, 그리고 분야별로 최적화된 결과를 제공할 수 있는 검색 서비스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에 대해 한 목소리로 입을 모았다.
토머 :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이해도 이렇게 시작해야 한다. 절대 모든 사람들 하나하나에까지 닿으려고 하지 말라. 먼저 누가 우리의 진짜 타겟층인지를 먼저 알고, 우리의 서비스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3. 교육의 미래
교육의 미래(Future of Education)세션에서는 미국 포브스지 선정 ‘세상을 바꿀 스타트업 10’에 이름을 올린 온라인교육 스타트업 2U의 창립자 제레미 존슨과 SAP 아시아의 부사장으로 있는 라이 선달슨이 온라인 교육의 혁신적인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개방형온라인강좌(Massive open online course, 이하 MOOCs)부터 교육성과 측정의 중요성까지 심도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제레미는 MOOCs가 교육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어낸 것은 맞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지 MOOCs가 순식간에 세계 각지에서 몇 명의 사용자를 끌어들였냐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코스를 끝까지 수료하는 사람들은 평균 7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며, 수업과 사용자 간 상호작용과 성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토론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제레미 : 교육의 성과를 극대화하고 싶다면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온라인 교육 경험을 모으고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소규모의 그룹 경험과 병행시켜야 한다. 순수한 컨텐츠 배포에 집중하는 종래의 MOOCs모델은 콘텐츠의 수집과 증가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이것만으로는 교육 전후의 제대로 된 성과측정이 어렵다.
한편 이 세션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MOOCs 자체를 선택적 SNS로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사용자가 선택한 교육에 따라 사용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그룹들이 만들어지고 여러 다른 영역들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제레미와 라이는 5년 전만 해도 그 누구도 온라인 교육, 즉 기술이 교육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없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지금 이러한 논의들이 실제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고무적이라는 점에 대해 동의하였다.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교육 콘텐츠의 도달 장벽이 무너진 점, 그리고 내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커리큘럼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은 교육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요소일 것이다.
라이 : 내게 있어 온라인 교육의 첫 경험은 ‘내 블랙베리를 어떻게 재시동시키는가?’에 대한 유튜브 영상이었다(웃음). 이제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은 완전히 바뀌고 있으며,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무엇을 위해 교육을 받을 것인가라는 선택지가 생겨났다. 사용자가 직접 스케줄 조정을 할 수 있고 나이에 관계없이 관심 분야의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나 스스로도 온라인 학위 취득에 도전해 볼 예정이다.
4. 헬스케어의 혁명
헬스케어의 혁명(Future of Education)세션에서는 Healtheon과 WebMD의 공동 창업자인 파반 니갬, 인기게임 기타 히어로의 퍼블리셔인 RedOctane의 공동 창업자 카이 황 그리고 Intuitive Surgical Medical Research 디렉터를 맡고 있는 캐서린 모어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첨단 헬스 케어 산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 명의 패널들은 지금껏 우리 삶의 모든 요소들에 첨단기술이 적용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줄곧 헬스케어는 예외였으며, 그렇기 때문에 사이클의 시작점에 있는 지금 이 분야에 엄청난 기회의 문이 열려있음을 세션 전체에 걸쳐 거듭 강조하였다.
파반 : 그동안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헬스케어 산업은 매우 천천히 변화해 왔다. 정보 접근의 용이성이 어느 정도 계층의 붕괴를 촉진했듯이 헬스 분야의 변화 역시 한 쪽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던 힘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이 더딘 변화의 이유 중 하나이다. WebMD의 사례만 보더라도 많은 의사들은 환자들이 WebMD에서 자신의 증상을 미리 찾아보고, 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진료 시 질문하는 것을 꽤나 싫어했다. 너무 빠른 테크놀러지의 변화도 그들에겐 반갑지만은 않은 손님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부가 전자의료기기를 도입하는 병원들을 지원하는 등 여러 정책을 시행하면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변화의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헬스케어 관련 모바일 디바이스를 무료로 지급해도 의사들이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으나 이제 모두가 스마트폰을 몸에 지니게 되면서 데이터 접근이 비교할 수 없을만큼 용이해졌다. 또한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 역시 자신의 증상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싶어한다. 이 모든 현상들은 스타트업들에 매우 좋은 기회이다. 특히 어떤 형태로든 마케팅 예산을 사용해야 하는 제약사들에게 필요한 솔루션이 무엇인지 고안해 보거나, 직원들의 건강 관련 복지를 해결해야 하는 기업들을 시장으로 바라보면 거기에 큰 기회가 있을 거라고 본다.
파반은 헬스 케어 산업의 전망이 밝다고 생각하는 또다른 근거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들었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하여 사람들의 건강 정보를 한 곳에 모아 데이터를 조합 및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졌음은 물론 의료 기관 간의 정보 교환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파반 : 경미한 피부질환이나 눈이 충혈되는 등의 문제가 있을 때, 언제까지 환자 본인이 직접 병원에 가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 진료를 받아야 할까? 이제 환자들은 자신의 증상을 비디오나 사진으로 찍어서 실시간으로 의사에게 보낼 수 있으며 모바일 디바이스에 결합된 센서를 통해 혈압과 같은 정보들을 공유, 관리, 저장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개인 의료 정보의 스트림라인화가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캐서린 모어는 사람들이 로봇수술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공포에 대해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맞으나, 수술에 관련한 의사결정을 로봇이 내릴 날은 당장 다가오지 않을 것’이며, 아무래도 기존에 10년 이상 근무를 해온 관계자들에게는 새 기술의 습득에 어느 정도 장벽이 있다고 언급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로봇이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영역에서의 비용 절감 효과를 서서히 보게 될 것이며, 결국 이는 전반적으로 헬스케어의 질이 높아지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비디오 게임 중 하나로 인정받는 기타히어로의 퍼블리셔 RedOctane의 공동설립자 카이는 헬스케어 분야가 가장 큰 변화의 물결을 타게 될 분야라는 것에 동의하며 게임이 가지고 있는 중독성, 소셜 기능 등을 어떻게 헬스케어에 적용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게임 요소들로 어떻게 매출 흐름을 만들 수 있을지 꾸준히 연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헬스케어에 게임모델을 적용하여 어떻게 사용자들에게 실시간 리워드를 주고 사람과 서비스 사이에 피드백 순환을 만들어 내는지가 관건이며, 사람들이 서로 네트워킹을 하는 동시에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고안해내는 일이 그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안고 있는 과제라고 설명했다.
카이 :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추적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그렇지 않다. 5년 전에 마지막으로 의사를 봤다고 했을 때, 그 사이에 우리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시도들이 시작되고 있고, 이제는 매일 개개인의 건강 정보를 트래킹하는 서비스들이 시작되고 있다. (Nike Fuelband, Jawbone Up, Fitbit Flex 등) 인류 역사상 굶는 사람보다 과체중이 더 많은 최초의 시기다. 즉, 헬스케어 산업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고 스타트업이 도전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분야이다.
[스케치] 미래와 혁신을 탐구하다, Next Conference 2부에서 계속됩니다.
도유진 youjindo@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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