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전, “한국에서 가족이 2순위가 되면서 행복을 빼앗긴 사람들이 많은 것 같으니 가족과의 시간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라는 내용의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렸다.
4일만에 6만 명이 다녀갔다.
내가 답변한 것을 포해서 댓글도 100개 이상 달렸다. 트위터에서 459번 멘션이 되었고, 페이스북 공유 수는 10,000건을 넘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읽은 것 같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페이스북을 통한 유입이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트위터를 통한 유입이 가장 많았던 블로그 초기 시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초기에는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을 통한 유입도 거의 없었고, 오로지 리트윗에 의해서만 트래픽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아래는 리퍼러(referrer)가 파악된 방문 중 상위 6개를 뽑은 것이다. 34,000 건 중 80%에 달하는 27,000건이 페이스북을 통해 들어왔다.
아쉽게도 페이스북 공유의 경우엔 어떤 멘트로 공유했는지, 어떤 답글이 달렸는지 찾아내기가 어렵지만, 트윗 멘트는 topsy.com을 통해 모두 볼 수 있는데, 눈길을 끄는 멘션들이 몇 가지 있었다.
- @giyoungh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아이한테 전화가 왔다. 잠에서 깼는데 아빠가 없어서 울었단다. 급한일만 처리하고 오후 휴가내고 집에 가는 중에 이 글을 읽었다. 구구절절이 공감하지 않는 구석이 없다.
- @jwhur 정말 공감하는 이야기! 한국 문화에서 가족이 있는 삶을 해결을 위해서는 앞선 세대들의 용기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 중 가장 명확하게 글의 핵심을 정리해주신 분은 임정욱(@estima7)님이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배려하는 문화‘이다. 트위터에서 몇몇 분이 ‘경제적 어려움이 극심해서 가족이 깨어질 지경인 상황’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이며, 또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위치에서 행복은 정신적인 것에 있다고 주장한다’고 했는데, 둘 다 정말 맞는 말이다. 돈이 없어 아이가 굶게 생겼는데 가족과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한가로이 퇴근한다는 것은 당연히 말이 안된다. 그런 경우는 가족을 위해 자신이 희생해야 하고 가족 또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경제적 상황 때문에 자신과 가족을 희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다른 사람이 가족을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바로 그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한국 경제가 어려운 시절을 딛고 급성장하는 동안 우리의 아버지 세대는 대부분 심한 고생을 했고, 불가피하게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아픔도 많이 겪었을 것이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가정이 깨어진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경제가 많이 성장했으며, 대기업과 중견 기업의 수익성도 훨씬 더 좋아졌다. 더 이상 가족 희생이 당연시되거나 반복되어서는 안되며, 특히 상사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일찍 퇴근하자’가 아니라 ‘일찍 퇴근하게 도와주자’이다. 블로그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라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 이유이다. 댓글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제가 첫 아이를 가져서 유산한 경험이 있는데, 새벽에 유산해서 침대에서 출혈을 하고 누워있는데 남편 직장에서 상사라는 분이 끝까지 붙들어 두어 시간이 지체되어 병원에 한시간 후에 갔던 경험이 떠오르네요.
남편이 눈치 보느라 그 이야기를 상사한테 하지 않은 건지, 상사가 알면서도 남편을 붙잡아둔 것인지 모르지만, 어떤 쪽이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아내가 유산해서 출혈하고 있는 것’보다 더 급한 회사일이 무엇이었을까?
또한, 한국의 한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몇 년 전 자신의 사업을 시작한 한 분으로부터 이런 이메일을 받았다.
제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지난 몇 년간 매우 바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매일 야근, 매주 회식을 하고, 한달에 1주~2주는 해외 출장을 다니던 OO 시절에 비하면 가족들과 보내는 절대적인 시간은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강제로 회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 당해야 하는 OO 시절과 다르게, 제가 부인과 아들에게 할애할 시간을 “결정”할 수 있게 되면서 끊임없이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는 분명히 있지만, 아들이나 부인에게 반드시 제가 있어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과감하게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는 점은 사업의 장점일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회사 생활을 하면 야근도 없고 주말 근무도 없고 휴가도 펑펑 쓸 수 있다’가 중요한 아니라, ‘가족에게 자기가 필요한 상황이 있으면 가족을 위해 시간을 쓸 수 있는 문화’라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내가 지금 느끼고 경험하는 것은 바로 그 부분이다. 바쁜 일이 있으면 야근하는 것은 당연하고, 주말이나 새벽에 출근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에게 내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마음 편하게 상사에게, 동료에게 이야기할 수 있고, 그들은 항상 적극적으로 지지해 준다. 아이를 출산할 때가 되자 한 동료는 매일같이 찾아와서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Let me know if I can be of any help. Don’t worry about the project you are working on. I will take on that while you are away.” (내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야기하세요. 프로젝트도 걱정 말구요. 없는 동안 내가 맡을게요.”
그 마음이 참 고마웠다. 그리고 그 동료에게 가족과 관련된 일이 생기면 당연히 나도 그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몇몇 분이 해결책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아쉽다고 했는데, 나는 정부의 대책이나 기업 문화 변경 캠페인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 정책은 이미 충분히 많이 나와 있다. 활용이 제대로 안되고 있을 뿐이다. 2013년 6월, 사람인(Saramin)이 737개사를 대상으로 ‘여성 직원의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 활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45.1%만 ‘자유롭게 쓰고 대부분 업무에 복귀하는 편’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어 32%는 ‘휴가 쓰지 않고 바로 퇴사하는 편’이라고 답했고, ‘휴가를 쓰지만 대부분 복귀하지 않는 편’은 22.9%였다. 기업에서도 출산을 앞두었거나 출산을 한 여성과 그 배우자를 위한 제도들을 마련해 두었다 있다. 내가 하는 한 대기업은, 임신한 여직원에게 귀여운 캥거루 인형과 함께 핑크색 뱃지 띠를 준다.
해결책은 이미 글에 내재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가족과 보낼 시간을 빼앗지 않도록 배려하자는 것이다. 카덴스(Cadence)에 매각된 Neolinear라는 실리콘밸리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지금은 월든 인터네셔널이라는 팔로 알토의 벤처 캐피털에 있는 윤필구님(@philkooyoon)이 달았던 댓글로 이 글을 마친다.
저도 10여년 전에 둘째아이가 태어났을때 비슷한 경험을 했죠. 스타트업이라서 새 아빠는 며칠 휴가인지 그런 정책도 뚜렷이 없었고 위에선 그냥 잘 쉬다오라 그랬지만, 왜그랬는지 2일만에 회사를 나갔습니다. 그러자 보스가 이런 이메일을 제게 보냈습니다.
“Work will always be here. But moments like this don’t come often in your life” (일은 여기에 항상 있다. 하지만 니 인생에서 지금과 같이 소중한 순간은 몇번 없다)
그니까 다 접어두고 집에 가란 말이였지요. 어찌나 고맙던지. 아직도 보스의 그말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글 : 조성문
출처 : http://sungmooncho.com/2013/06/27/familis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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