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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무슨 회사인지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책파는 회사’라고 답한다. 아직 한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회사인지 관심 갖는 사람도 많지 않다. 하지만 2012년도 거래규모(GMV)가 970억불에 달하는 아마존은 이미 월마트를 위협하고 있고 심지어 구글, 페이스북, 애플의 경쟁사로도 거론되고 있다. 모바일, 컨텐츠,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등에서 이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가 아마존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미 공개된 비즈니스 전략이나 성장 규모 때문이 아니다.
아마존은 이미 단순한 상거래를 넘어서는 사용자 참여 기반의 서비스 모델을 갖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아마존 서비스의 작동원리를 살펴보고 아마존이 왜 ‘소셜 미디어’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 커머스 모델과 소셜 미디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는 것은 물론, 두 서비스 영역의 미래에 대해 상상해 보는 시간이 되기 바란다.
‘연결’에 대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필자는 아마존에서 지난 주 헨리 젠킨슨의 ‘Spreadable media‘를 구매했다. 전통 미디어를 ‘sticky media’로, 오가닉 미디어를 ‘spreadable media’로 구분하여 새로운 개념화를 시도한 책이다. 이를 계기로 ‘The culture of connectivity‘와 ‘Predictive Analytics‘ 그리고 ‘Red Tread Thinking‘이라는 책과 연결되었고 이 책들의 샘플이 지금 필자의 킨들에 담겨 있다. 나와 같은 책을 구매한 사람들이 어떤 책을 샀는지 살펴보고 평가가 좋은 책들을 샘플로 우선 확인한 뒤 구매를 결정한다. 어떤 경우는 도움되는 리뷰를 남겨준 사람의 페이지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책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연은 없다. 모든 발견은 아마존이 제공하는 경로에 따라 이뤄진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전공서적을 추천 받기도 하지만 그 규모는 매우 제한적이다. SNS에서 좋은 책을 추천 받으려면 ‘입소문’이 당도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타임라인에 흘려버려지는 것들도 흔할 것이다. 이에 비하면 아마존은 데이터가 모여드는 바다와도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검색하고 리뷰하고 추천하고 구매를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지럽게 남긴 흔적들은 나에게 적합한 정보로 가공되고 걸러져서 연결된다. 물론 내 모든 사소한 활동들도 ‘연결’이 정교화 되는데에 한몫 했을 것이다. (아마존의 Collaborative Filtering System에 대해서는 연구논문을 참조하기 바란다.)
예스24에도 리뷰가 있지만 이것은 단순히 리뷰나 구매결정의 문제가 아니다. 사용자가 트랜드, 사람들의 취향에 이르기까지 뜻밖의 ‘정보 탐색‘ 과정까지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왠만해서는 사이트에서 책 한권 보고 바로 벗어나기 어렵다. 내게 유용한 정보가 계속해서 연결되고 새로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굴에 빠지기를 반복한다. 수많은 종류의 사용자 행위가 혼합되고 가공되어 내가 놓인 상황에 따라 정보가 ‘끊김이 없이(seamless)’ 제공되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서비스 모델은 다름 아닌 ‘연결’ 모델이다.
판매자, 구매자, 협력자가 참여하는 모델이다
아마존에서 이러한 정보를 공유하고 연결하는 주체는 크게 3종류로 나뉠 수 있다.
첫째, 판매자(seller)이다. 아마존은 오픈 플랫폼이다. 누구든지 제품에 대한 정보를 올릴 수 있고 수정할 수 있다. 하나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수많은 판매자들이 보다 정교한 정보를 생성하려고 노력한다. 궁극에는 판매가 목적이겠지만 이 과정에서 제품에 대한 ‘정보’가 그 어떤 사이트보다 풍부하게 쌓이게 된다. 여기서 판매자는 단순히 상인이 아니라 아마존이라는 미디어에 정보를 공유하는 사용자이자 매개자의 역할을 한다. 같은 맥락에서 아마존 자신도 물론 사용자이며 매개자이다.
둘째, 구매자(buyer)이다. 아마존에 진입하여 구매자들은 많은 흔적을 남긴다. 제품을 구매하고 다른 구매자에게 도움이 되는 평가를 남기기도 하지만 단순히 물건을 구경하는 것도 흔적을 남긴다. 킨들에서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는 행위 하나 하나도 마찬가지이다. 이 모든 행위는 소중한 정보를 다른 독자와 공유하는 결과가 된다. 이런 공유들이 모이면 책을 혼자 읽는다고 하기도 어렵다. 독서 자체가 소비가 아닌 ‘참여’로 느껴지는 경험이 가능하다. 여기서 구매자는 아마존이라는 미디어에 정보를 공유하는 사용자이며 서로가 서로를 연결하는 매개자이다.
세째, 협력자(associate)이다. 아마존의 제품을 간접적으로 홍보해주고 약 4%의 수수료를 받는 사람들이다. 간단한 절차를 통해 누구든지 협력자로 등록할 수 있으며 현재 규모는 약 2백만명정도다. 이들은 아마존의 사이트가 아니라 블로그 등 외부 사이트에서 아마존의 제품을 연결한다. 실제로 필자도 아마존의 협력자이다. 필자가 글에서 추천한(연결한) 아마존의 책을 여러분이 그 링크를 따라가서 구매하게 된다면 필자는 아마존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게 된다(불행히도 아직까지 아무도 이런 방법으로 책을 구매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필자와 같은 협력자는 각자의 미디어를 이용하여 아마존의 제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사용자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자라고 하겠다.
아마존은 징검다리 네트워크(Mediation network)이다
판매자, 구매자, 협력자의 참여 활동을 도식화 하면 아래와 같은 네트워크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사용자간의 관계는 일반적인 SNS와 같이 직접 연결된 관계가 아니라 제품에 의해 ‘매개된’ 관계이다(물론 아마존에서도 사용자 구독(follow)이 가능하지만 핵심 기능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제품간의 관계도 직접 연결된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 의해 매개된 관계이다. 제품이 연결 관계를 갖기 위해서는 구매와 같은 사용자 행위가 필요하고, 사용자도 서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공통된 제품이 필요하다.
사용자(Me) 관점에서 보면 리뷰어와 나, 다른 구매자(You)와 나의 관계가 제품(Product A)을 통해 매개되어 있다. 한 제품(Prodcut A)과 다른 제품(Product B)과의 관계는 공통된 구매자(You)에 의해 매개되어 있다. 제품 및 정보간의 연결이 많아지면 사용자의 연결에도 영향을 미치고 사용자간의 관계가 늘어나면 제품 정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위의 그림에는 구매하다, 리뷰하다, 읽다, 판매하다 등 다양한 종류의 링크가 존재한다. 이 중 구매 관계만을 추출하여 사용자 네트워크를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은 구조를 얻을 수 있다(소셜 미디어의 네트워크 구조에 대해서는 “소셜미디어 서비스 구조 읽고 쓰기“를 참조하기 바란다). 알파벳은 사용자를, 숫자는 제품을 의미하고 알파벳과 숫자 사이의 링크는 구매관계이다. 사용자간의 붉은 선은 최소 2개 이상의 중복된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의 관계를 표시한 것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 C와 D는 제품 1과 2를 같이 구매하였다. A, B, C, D가 (붉은 선으로 연결된) 소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 언제 붉은 선으로 발현될지 모르는 잠재 네트워크라고 하겠다.
동일한 방식으로 콘텐츠간의 네트워크도 추출할 수 있다. 제품간의 붉은 선은 2명 이상의 사용자가 동시에 구매한 제품을 연결한 것이다. 예를 들어 1과 2는 사용자 C와 D가 동시에 구매한 제품이다. 물론 여기에는 제품과 카테고리와의 관계 등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림은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매개 네트워크에서 어떻게 콘텐츠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는지 예시를 나타낸 것이다. 사용자와 콘텐츠 네트워크 둘 다 사용자의 상황(니즈)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모하는 가변적인 네트워크이다.
아마존에서 소셜 미디어를 배운다
소셜 미디어는 사용자 참여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이자 네트워크이다. 사람들의 참여로 시작해서 그 결과 사용자간의 관계를 얻는다. 이에 따라 네트워크가 성장하는 모델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참여 방식은 당연히 무궁무진하다. 사용자끼리 친구 맺고 사용자 목소리로 뉴스를 전달하는 것만이 소셜 미디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매스미디어와는 달리 사람들이 반응하고 공유하고 소비함에 따라 네트워크도 성장하고 미디어도 성장한다. 소셜 미디어는 말 그대로 ‘오가닉 미디어‘이다.
아마존은 사용자 및 정보가 연결된 네트워크 모델이라는 점, 그리고 네트워크가 사용자의 활동에 따라 유기적으로 성장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소셜 미디어의 특성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트위터처럼 명성을 높이거나 페이스북처럼 인맥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용자의 구매를 중심으로 한 모든 흔적은 사용자 관계를 만들고 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의도는 다르지만 여기서도 (어쩌면 가식도 허세도 없이 더 정확한 방법으로) 취향과 관심으로 서로 묶이고 영향을 준다. 얼마나 실용적인 소셜 미디어인가.
아마존은 그 자체로 소셜 미디어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현재 소셜 미디어 모델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서로를 감시하고 관리하고 보여줘야 하는 소셜 미디어에서는 한번 만든 네트워크는 고치기도 어렵다. 언팔(unfollow)과 언프렌드(unfriend)로 일일이 인맥을 관리하는 공수와 심리적 부담을 떠올려 보라. 아마존의 네트워크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지금의 내 관심에 따라 사람들과 연결되고 서로에게 영향과 도움을 주지만 관심이 변하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사람도 변하게 된다.
모든 커머스 모델이 소셜 미디어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 모델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자상거래지만 서비스 모델은 유용한 정보를 연결, 발견하게 하는 네트워크 모델로 진화했다. ‘잘 연결하는 역할‘은 쾌적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모든 것이다. 이것은 보고 듣고 살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서 커머스를 비롯한 인터넷 사업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역할이다.
아마존은 고객을 매개자로 만들었고 자신도 기꺼이 매개자가 되었다. 매개된 노드가 많아질수록 아마존의 영향력은 늘어날 것이고 사람들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서만 아마존을 찾지 않을 것이다. 이미 구글의 검색결과 페이지에서 아마존은 가격 정보를 넘어 위키피디아와 나란히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커머스 사업자의 고민은 ‘얼마에 팔 것인가?’보다 ‘무엇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문제가 틀리면 답도 없다. 사업자 스스로 매개자가 된다면 모든 커머스 모델은 소셜 미디어가 될 수 있다. 아마존은 20년에 걸친 진화 과정을 통해 이것을 입증한 셈이다. 소셜 미디어는 구매자를 참여자로, 참여자를 매개자로 만들고 서로를 상호의존적 관계로 묶어서 네트워크를 성장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사용자 관계, 콘텐츠 관계, 네트워크 규모를 모두 갖춘 아마존의 진화가 무섭고 궁금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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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가닉 미디어랩
출처 : http://goo.gl/vcI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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