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장 큰 뉴스는 아시아나 비행기 사고였죠? 그 뉴스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샌프란시스코 갈 때 항상 타고 다니던 비행기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세상에는 수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은 것? 당연한 얘기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control할 수 없는 일들이 수 없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경력 개발’ 관련된 강연을 의뢰해서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똑똑한 집단 중 하나이다 보니 그 학생들에게 ‘의미’를 주고 싶더라고요. 강연을 의뢰하신 측에서는 어쩌면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라는 내용을 기대했을 수도 있지만, 전 완전히 다른 얘기를 했습니다. 아주 솔직하게…
저는 너무 ‘지엽적인 목표’를 두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수많은 경영학과 학생들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의 투자은행(investment banking),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 베인 등의 컨설팅 회사, 대기업 임원… 고백하건데 저 역시 대학 때, 사회 초년생일 때 이런 것들이 멋져보였고 실제 이런 곳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인생의 ‘존재의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너무 지엽적입니다. 그리고 사실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지 여부는 외부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엑셀에다가 action item들을 적으면서 계획을 수립할만한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대기업 임원? 최고 경영진? 실력도 실력이지만, 장담하건데 운도 많이 작용합니다. 뭐 정치도 작용하겠죠. 나는 정말로 열심히 했는데 하필 내 부서에 1년 선배가 회사 전체에서 넘버원으로 인정 받는 인재면 어떻게 하나요? 부서를 옮겨야 하나요? 거꾸로 무난한 친구였는데 희한하게 그 친구의 상사들이 자꾸 이직을 하는 바람에 계속 승진을 하게 되는 경우? 내가 우리 사업부에서는 최고로 인정 받고 있는데 하필 갑자기 내 사업부가 해체 결정이 나면? 학생들은 믿기 힘들겠지만 이런 일들 실제로 발생합니다. 전혀 control할 수 없는 외부 변수이죠.
그렇기 때문에 너무 지엽적인 목표, ‘외부적인 타이틀’이 인생의 목표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말 본인이 ‘의미’를 두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죠. 많은 젊은 친구들이 제게 하는 질문이고, 역시 경영학과 친구들도 했던 질문. “어떻게 해서 최연소 벤처캐피탈 대표이사가 되셨어요?” 제 답은 간단합니다. “저도 모릅니다. 저는 대학생 때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될 지도 몰랐습니다. VC가 되기 위해서 step by step으로 인생을 살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그렇습니다. 그런데 대신 무엇을 하던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았고, 자연스럽게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회’들은 많은 경우 ‘사람’들이 열어준 것입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진정성을 갖고 사람을 대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물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제 시작이니) 대신, 항상 ‘상위 개념의 인생의 목적’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뭔가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었고, ‘남을 돕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컨설팅 회사를 간 것도 ‘뽀대’나기 때문도 있지만, 뭔가 국내의 대기업들이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선생님과 같은 직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아니라고 깨닫고 금방 나왔지만)
‘상위 개념의 가치’를 갖고 살다 보면 훨씬 더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리고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기 때문에 하루 하루가 보람 있습니다. 즐겁기도 하고요. ‘지엽적인 목표’를 갖고 살다 보면 혹여나 그것이 안 이루어졌을 때에는 불필요한 상실감이 생깁니다. 어떻게 보면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외적 동인에 의해서 스타트업을 하고, 유저 수백만명을 모아서 빨리 exit을 하는 것이 목표가 되면 하루 하루가 스트레스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 정말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고, 그것을 향해 묵묵히 가다 보면 성과가 바로 나오지 않더라도 유저의 이메일 한 통으로도 ‘역시 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어’하고 버틸 수도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 ‘버티는 시간’을 지나서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날 수도 있는 것이고요.
그냥 ‘나는 왜 사는가?’를 한번쯤 돌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끄적여봅니다…
ps.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잘못 설정된 외부적인 목표가 인생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글 : 임지훈
출처 : http://www.jimmyrim.com/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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