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를 공유도시로 선언하고 이와 관련한 다양한 정책들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에 앞서 공유도시 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Shareable.net 이라는 훌륭한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도시를 플랫폼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좋은 글이 실려서 그 내용을 요약하고 개인적인 의견을 좀 담아서 소개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이런 시각의 변화가 필요한 것은 ‘산업시대’에 최적화된 도시와 앞으로 우리가 개척해야 하는 미래가 요구하는 도시의 요구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산업시대에는 대량생산과 유통, 그리고 사람들이 주거지를 중심으로 물류와 사람들의 이동을 원활하게 하면서 여러 가지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에 도시의 기능이 집중되었다. 그러다보니, 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인프라가 구성되었고, 자동차 도로와 대중교통망, 전기공급과 상하수도 및 쓰레기 처리 등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된다. 이 때에도 사실 도시는 ‘플랫폼’으로 일부 역할을 했다고는 할 수 있다. 공공자원을 통해 산업사회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니까.
그러나, ‘플랫폼으로서의 도시’라는 개념은 이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야기한다. 많은 것이 연결되어 있고, 이를 통한 네트워크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개방되고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과 정보혁명이 도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스탠포드 대학이 있는 캘리포니아의 팔로알토시의 경우 2012년 8월 2일 “오픈 데이터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민들과 시의 다양한 서비스들, 그리고 기관들이 개방된 커다란 데이터와 스마트 디바이스 등을 활용해서 도시에서 새로운 창발적인 가치가 창출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천명하기도 하였다.
21세기 도시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들은 산적해있다. 도시의 재정은 나빠지는데, 인프라는 노후화되고, 실업은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과감한 혁신을 하기도 쉽지 않다. 도시는 스타트업과 달리 실패에 대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기에, 스타트업처럼 ‘빨리 실패하고, 많이 실패하더라도 실패에서 배워서 성공의 기반을 닦는’ 그런 접근방법을 적용하기 곤란하다. 그래서, 도시의 행정이 그토록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는 미래를 위한 파괴적 혁신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정답은 시민들에게 있다. 결국 창조적 파괴를 시민들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혁신의 포인트이고, 이를 위해서는 외부에서 혁신을 쉽게할 수 있도록 혁신의 비용을 낮추는 도시의 플랫폼화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단순히 데이터를 오픈한다고 만사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오픈 데이터 포탈을 운영하는 도시만 하더라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오스틴, 영국의 런던, 호주의 시드니 등 여럿이 있다. 시카고에서는 2007년부터 이런 움직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렇게 공개된 데이터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시민들이 이를 이용해서 뭔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때 이런 정책들이 빛을 볼 수 있다. 이런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서 많은 도시들이 협업을 통해서 표준화된 데이터 형태와 소프트웨어 등을 연계하는 작업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런 노력이 성공하려면,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와 도시의 플랫폼이 만나서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성공하는 사례들이 나와야 한다. MSNBC에 인수된 SeeClickFix나 OpenCity에 인수된 Everyblock 과 같은 스타트업 성공사례가 더 많이 나온다면, 도시를 혁신시키려는 시민들의 참여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될 것이다.
물론 새로운 미래를 대비하는 도시의 변화에 있어 “오픈 데이터”라는 것은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지만, 데이터는 실질적인 혁신을 이끌어가는데 있어 매우 좋은 길잡이이자 힌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여기에 도시에서 생활하는 많은 시민들의 실제 생활을 적절하게 접목한 융합형 비즈니스와 플랫폼이 등장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아마도 새로운 형태의 상거래와 커뮤니티 서비스, 버려지는 것을 가치로 바꿀 수 있는 서비스, 그리고 협업과 네트워킹, 빠른 대응 등을 통해서 도시가 경제적,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플랫폼으로 탈바꿈 가능하도록 시민들이 참여하고, 도시가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도시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최근 서울시에서도 데이터를 개방하고, 이를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여러 가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공유도시’ 개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때 더욱 가치가 있을 것이다. 주차장이나 빈 사무실과 같은 공간에서부터, 재활용 가능한 물건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사람들이 서로 협업하고 상부상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시도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유도시’를 홍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욱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아야 한다.
도시의 변화의 키는 시장이 아니라, 시민들이 쥐고 있다.
참고자료 : How to Rebuild the City as a Platform
글 : 하이컨셉
출처 : http://goo.gl/DLYml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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