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나와 주변 환경의 데이터를 자동으로 기록해주는 장치가 많이 등장. 사용자 자발적이면서도 정확한 기계적 데이터로서 잠재적 가치가 큼.☞
근래에 자동 기록 장치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자신과 현재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것이죠. 생체 신호일 수도 있고, 위치일 수도 있고, 또는 외부 환경의 데이터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능들이 꼭 필요한 것인가,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큰 기대감으로 주목을 하는 영역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기록 행위 자체는 흥미롭습니다. 그 흥미의 근원은 바로 우리 삶에 대한 스스로의 궁금증에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예전에 그런 내용으로 ‘라이프 서비스, 소비성과 생산성 사이의 그 무엇‘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죠. 사람들은 글을 쓰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여러 행태로 기록을 남깁니다. 그런데 그게 딱히 어떤 이익을 바라는 생산적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냥 즐겁자고 하는 소비적인 것도 아닙니다. 나, 내 환경, 내 관계에 대한 호기심, 궁금증, 깨달음…. 즉, 내 삶에 대한 흔적을 남기는 서비스라 하여 ‘라이프 서비스’라 명명을 했었습니다. 최근 ‘프로젝트: 폼팩터‘의 글에선, 이런 종류의 미디어 행위에서는 소비와 생산의 제일 목적이 내 안에서 순환되는 것이란 의미로, 소비∙생산과 구별하여 ‘축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자동 기록 장치들은, 말하자면 그런 축적형 라이프 서비스를 수고스럽지 않게 해주는 장치들입니다.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버튼을 누르는 수고를 기계가 자동으로 해줍니다. 그런 서비스에 접근하기 위한 일차적인 장벽이 많이 낮아진 것이죠. 최근 그런 장치들이 부쩍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메모토(Memoto)
클립으로 옷깃에 장착합니다. 30초에 한 번씩, 위치 정보를 포함한 사진을 찍습니다.
나이키 퓨얼밴드(Nike FuelBand)
손목 밴드입니다. 걸음 수, 소모 열량, 활동 시간 등을 기록합니다.
피트비트 플렉스(Fitbit Flex)
손목 밴드입니다. 걸음 수, 거리, 소모 열량, 수면 상태 등을 기록합니다.
조본 업(Jawbone UP)
손목 밴드입니다. 수면 상태, 움직임, 거리, 활동 시간과 강도 등을 기록합니다.
캡처(Kapture)
손목 밴드입니다. 60초 오디오를 항상 버퍼링하다가 터치하면 그 순간 기록돼 있던 오디오를 저장합니다.
바이오님 니미(Bionym Nymi)
손목 밴드입니다. 심전도를 통해 개인 인증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인증 확인을 합니다. 동작 감지 및 근접 센서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API가 개방되어 있어, 센서 및 개인 인증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기록하는 애플리케이션이 가능합니다.
위딩스 스마트 바디 애널라이저(Withings Smart Body Analyzer)
발판 위에 올라가 측정합니다. 몸무게, 심장박동수, 실내 CO2, 온도 등을 기록합니다.
멜론(Melon)
머리 밴드입니다. 뇌파를 기록∙분석하여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런 장치들의 목적은 이미 언급했듯이 소비도 아니고 생산도 아닌 잉여적 축적에 가깝습니다. 즉, 필수재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에 큰 시장을 형성하기가 힘들죠. 그래서 운동, 생체 신호의 데이터를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건강 관리’에 연결하는 등, 그 필요성을 부각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틈새시장 정도를 벗어나진 못하고 있죠.
하지만 그 데이터의 ‘축적’에는 엄청난 잠재력이 숨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사용자의 의도가 배제된 순수한 객관적 데이터라는 점, 둘째,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생성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마케터에겐 꿈의 데이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데이터를 잘만 이용한다면, 돈 되는 서비스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문제는 (필수재로 아닌) 자동 기록 장치를 누가 사겠느냐, 내적으로 축적되는 데이터를 어떻게 외부로 공유시킬 수 있겠느냐에 있습니다. 쉽지 않죠. 하지만 기회는 있습니다. 위의 예에서 보다시피, 많은 자동 기록 장치의 예가 손목 밴드 등 웨어러블 형태입니다. 최근 스마트 와치 등 웨어러블 폼팩터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있습니다. 만약 그런 웨어러블 장치에 자동 기록 기능이 부가된다면, 진입 장벽을 더 낮출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데이터를 외부로 연계시키는 문제는, 통계적, 관계적 서비스를 발굴함으로써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나 자신만의 데이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스스로 그 데이터를 더 가치 있게 느끼게 하는 겁니다. 우리는 항상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를 궁금해하니까요. 실제로 운동에 관련된 기록 장치들은 사회관계망의 지인들과 경쟁을 하는 서비스를 이용하여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유도하고 있죠.
아무튼 사업적으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나에 대한 기록이 축적되는 것을 보는 것 자체가 꽤 흥미롭다는 점. 그 뒤의 얘기를 어떻게 풀어나갈까는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일단 ‘흥미’가 생긴다는 점에 잠재적 가치를 부여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글 : 게몽
출처 : http://goo.gl/2y0EI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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