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A risk-taking entrepreneur disguised as a comfortable Dane(편안한 덴마크인으로 위장한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로 표현하는 그의 짧은 서울 방문을 이용하여, 실리콘밸리에 대한 그의 생각을 직접 들어 보았다.
덴마크 출신이라고 알고 있는데, 덴마크에 있을 때부터 스타트업 업계에 몸담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스타트업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된 건가?
스타트업에서의 내 첫 커리어는 덴마크의 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이었는데 당시 16세였던 나는 스타트업 특유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화에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그 다음 몸 담았던 벤처컵(Venture Cup)에서 실제로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가들과 교류하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 벤처컵은 덴마크의 수도인 코펜하겐의 8개 대학 스타트업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경진대회를 운영하는 비영리 기업이다. 당시 이 대회는 덴마크에서도 코펜하겐 한 도시 내에서만 이뤄지는 프로젝트였는데, 내 역할은 이것을 전국 규모로 확장시키는 것이었다. 현재 벤처컵은 덴마크뿐 아니라 스웨덴과 노르웨이로도 확장되어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2010년 덴마크를 떠나 레베카 황과 함께 유누들을 설립하였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는가?
MIT가 주최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레베카를 처음 만났는데, 당시 스타트업 성공가능성의 정량평가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맡고 있던 레베카에게 피드백을 줄 기회가 있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레베카가 당시 있던 회사의 개발 책임직을 제의받아 함께 일을 시작했으며, 회사 내에서 별도로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에서 사업가능성을 발견하여 레베카와 함께 유누들을 공동 설립하게 되었다.
분명 내게도 덴마크를 떠나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행을 결정하게 된 첫번째 이유는 바로 실리콘밸리가 가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었다. 실리콘밸리는 기업가 정신의 중심지이자 끊임없는 혁신이 일어나는 곳이었고 기회가 있는 곳이었다.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내가 덴마크를 떠나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실리콘밸리 그 자체였다.
두번째는 바로 좋은 동료이다. 사실 난 그 당시 레베카가 구상하고 있던 유누들 비즈니스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했다. 하지만 난 레베카를 알았다. ‘뜻이 맞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뭔가 재밌는 걸 해보자’는 거지, 사업적인 측면에서 철저하게 분석을 하고 합류하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론 누구와 함께 일할 지가 먼저고, 프로젝트는 그 다음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비즈니스 세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봤을 때 전혀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일 수 있겠지만 난 이것이 스타트업이 가진 독특한 정신이자 신선한 사고에서 우러나는 혁신의 원동력이라고 본다.
현재 유누들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목표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현재 유누들이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우선적으로 전세계 스타트업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데이터들을 이해하고 분석하여 그것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공유될 수 있는 형태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가들에게 적합한 경진대회, 엑셀러레이터와 인큐베이터 그리고 각종 스타트업 대상 프로그램과 더불어 기업에게 필요한 인적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에 한 유망한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있다고 하자. 실리콘밸리 또는 다른 지역에서 이 스타트업에게 매우 적합한 스타트업 경진대회가 있거나 이러한 스타트업을 찾는 기업 또는 투자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스타트업은 그러한 정보를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런 기회의 존재 자체를 모를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스타트업들이 가능한 한 많은 기회를 획득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동시에 유누들 저지(Younoodle Judge)플랫폼 역시 유누들의 주요 사업 부분 중 하나이다. 유누들 저지는 별도의 프로그램 구축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각종 스타트업 경진대회 또는 공모전의 진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서류 접수, 검토에서 최종 심사와 각 팀에 대한 피드백 제공까지 경진대회의 전체 진행이 유누들 저지로 가능하다. Intel, Amazo, Microsoft, HP와 같은 대기업을 비롯해 스탠포드, 예일, UC 버클리, 프린스턴, 이화여대 등 유명 대학교에서 유누들 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유누들이 보유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심사위원단은 1000명 규모이며, 400개 이상의 경진대회가 유누들 저지를 통해 진행되었다.
최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현장의 트렌드나, 기타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먼저 전체적인 기조부터 말하자면 모바일 웹과 게임 분야는 현재까지 주목받아 왔고, 앞으로도 한동안 강세를 보일 것이다. 그 외에 몇 가지 눈에 띄는 새로운 분야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클린 웹(Clean Web)이다. 클린 웹이라는 분야가 아마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쉽게 말하면 기존의 클린 테크(Clean Tech, 환경오염을 예방하고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는 무공해 기술, 녹색 기술)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태양열 발전기와 같은 별도의 하드웨어 없이 웹에서 모든 프로세스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다. 청정 에너지, 대체 에너지에 대한 손쉬운 접근과 현재 에너지 사용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는 기술로서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분야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오파워(Opower)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은 이제까지 아무 생각없이 써왔거나 주먹구구으로 절약해오던 에너지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절약 계획을 세우고 스마트하게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다.
두번째로 주목받는 분야로는 교육을 꼽겠다. 칸 아카데미는 이미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오픈 교육 플랫폼은 물론이고 좀 더 버티컬한 비즈니스 모델로는 랭큐(ranku)를 꼽을 수 있다. 이 스타트업은 학생의 성적, 지리적&문화적 배경, 관심사, 커리어 계획들에 맞추어 해당 학생에게 알맞는 대학교를 찾아준다.
그 외에 엑셀러레이터들 사이에서 최근 두드러지는 경향 중 하나는 시드머니의 규모가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10만 달러, 때로는 심지어 4만 달러 정도의 소규모의 금액이 시드머니로 지급되고 있다. 일단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세 달 정도의 기간을 거쳐 달성한 성과를 토대로 평가가 이루어지고, 다음 투자 여부가 결정되는 형태가 갈수록 일반적인 것이 되어 가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500 Startups과 Y combinator의 엑셀러레이션 방식이다.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제품을 개발할 때 더 이상 과거와 같이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에 진출하고 또 현지에서의 투자유치를 꿈꾼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을 내릴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 즉 인적 네트워크이다. 예를 들어 한 스타트업의 대표가 있다고 하자. 한 벤처 캐피털에서 그 대표가 운영했던 이전의 회사에 투자를 진행한 적이 있거나,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거나, 또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했을 때 때로는 심지어 IR을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투자 유치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모든 일반적인 경우에 적용시킬 수는 없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 다른 결정 기준이 있겠지만, 그만큼 사람간의 관계가 투자 유치 결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러한 경향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려는 외국기업이나 현지 네트워크가 없는 기업가의 경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우리는 이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네트워크의 부족으로 인해 경쟁력있는 스타트업이 적절한 기회를 잡지 못해 시장에서 사라지는 일이 없게끔 돕고 싶다.
두번째로 투자자들은 그 비즈니스가 속한 시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장 규모는 어떻고 경쟁자, 위험 및 기회요소는 어떻게 되는지, 진입 장벽은 얼마나 높은지, 다른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분석도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꼽을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스타트업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1. Think carefully
나는 덴마크 출신이고, 덴마크에서 실리콘밸리로 오기 전에 이미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게다가 덴마크는 여러가지 문화적인 측면에서 미국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레베카와 함께 유누들을 시작하고자 실리콘밸리에 갓 왔을 때, 문화적인 차이와 언어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지 네트워크의 부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스타트업들을 반드시 이 부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지 네트워크가 없이는 사업 시작부터 투자 유치, 사업확장까지 매 단계마다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오히려 아시아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업이 있다. 자신의 사업이 어느 지역 및 국가에서 더 큰 시장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 Be prepared
모든 경우와 요소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언어와 현지 시장에 대한 분석은 물론이고 그 외 기타 법률적, 문화적 요소에 대해서도 만반의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어떻게 누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지를 미리 파악하고 현지에 도착하면 바로 실행이 가능하게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3. Stay for awhile
실리콘밸리에 진출하기 전에 먼저 현지에 와서 한동안 머물러 보기를 권한다. 몇 일간의 단기 출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수 있는 기간을 말하는 것이다. 목표에 따라 체류기간과 그 동안 할 것은 달라지겠지만 이를 통해 현지 진출의 필요성, 그리고 실현 가능성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성찰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도유진 youjindo@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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