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혹시나, 한 두분 쯤은 궁금해 하실지도 모르는..
“레진코믹스는 왜 웹툰서비스 임에도 안드로이드부터 개발을 시작했는가”에 대해서 잠깐 적어보고자 한다.
(원래 제가 Medium에 적었던 글이라, 제 블로그의 기존 글들과 문체가 다릅니다만.. 그냥 옮겨둡니다.)
윤지만 님이 번역해주신 “왜 좋은 앱들은 iOS 를 먼저 지원하는가?” 글을 보고 적어본건데, 원문과 번역글은 모바일 서비스를 개발하는 곳이라면 꼭 참고해야 할 아주 좋은 글이다. 하지만 국내 상황에서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할 부분이 있어서 우리 쪽 얘기를 하는 것이니,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첫번째, 국내는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90%다. 이건 어쩔 수 없는 현실. 실제로는 작년에나 10%를 넘었지, 올해 들어와서는 5~6% 수준이라는 기사도 나온 바 있다.
두번째, 레진코믹스가 타겟으로 삼고 있는 주 고객층은 대학생이다. 그중에서도 여대생. 여대생들은 특히나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더욱 높다. 이게 실제로 그런지 알아보기 위해 레진코믹스 오픈전에 티저웹사이트를 만들어 페이스북 좋아요가 높아질 때마다, 작품을 하나씩 공개하는 홍보방법을 선택했고, 그걸 통해 아주 중요한 구글어낼리틱스 통계와 페이스북 인사이트 데이터를 얻었다.
세번째, 레진코믹스는 부분유료방식의 만화서비스로, 결제가 가장 쉬워야 한다는 게 서비스 설계시 중요한 점이었다. 구글플레이의 경우 카카오게임들로 인해 많은 수의 사람들이 결제에 익숙해져 있었고, 한번 결제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전혀 비밀번호를 묻지 않는게 기본이어서 결제 자체가 쉽다는게 그 이유였다. 앱스토어는 세션개념처럼 종종 암호를 다시 묻는다. 아직도 우리 서비스에는 “이렇게 결제가 쉬우면 어쩌나요?” 라는 항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네번째, 레진코믹스는 매우 작은 숫자이지만 성인 컨텐츠가 있고, 이 성인컨텐츠의 검열이 아주 제한적이지 않은 구글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아이폰버전은 이 성인컨텐츠 검열때문에도 한번 반려되었다. 만약 아이폰부터 출시했으면 반려될까봐 심장이 콩닥콩닥 했을 듯.
다섯번째, 구글 플레이는 정산주기가 익월 15일으로 더 짧다. 앱스토어는 회계달력에 의해 익익월초가 되는데, 만화가 분들에게 최대한 빨리 정산해줄 수 있는 구글 플레이가 우리에겐 더 좋았다. 스타트 업들에게 이부분도 큰 장점이다.
여섯번째, 구글 플레이는 구글지갑을 통해 즉시 환불처리등이 가능해서, 개발사가 환불에 대해서 아무런 권한도 없는 앱스토어에 비해 더 고객친화적이다. 인앱결제 아이템을 구입했을 때, 앱스토어의 경우 고객이 환불을 직접 신청해야 하고,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구글 플레이는 개발사가 바로 확인/즉시 환불이 가능하다. 고객에 대한 빠른 서비스는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사항이다.
일곱번째, 반론이 아마도 있겠지만, 레진코믹스앱은 HTML5 를 이용해서 하이브리드 앱으로 개발했기에 개발하고 나서 아이폰으로 옮겨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레진코믹스 아이폰앱 출시가 늦어진 건 애플과의 검수 때문이지 개발이 어려웠던 것은 아니다. 검수에만 무려 2달 가까이 소요되었다. 그 이후 해당 코드를 많이 재활용했기에 웹사이트도 개발이 빨랐으며, 현재까지의 레진코믹스 iOS/Android/Web 전체 서비스를 만드는데에는 5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 물론 이건 우리 개발팀이 매우 훌륭한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엣헴.. )
여덟번째, 우리에게 안드로이드가 더 소중한 건, IAP 때문에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멀티플랫폼 콘텐츠 서비스의 경우 IAP 를 꼭 쓰지 않아도 된다는 구글 플레이 약관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 레진코믹스 웹사이트 에서 다양한 결제수단으로 결제하고 안드로이드에서도 즐길수 있게 되었다. 곧 모바일에서도 다양한 결제 수단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추가할 예정이다. IAP 를 그렇다고 빼지는 않는다. 당연히 가장 쉬운 결제 수단이니까.
아홉번째, 우리가 웹툰이어서 웹 사이트 개발을 먼저 선택했다면, 결제대행사 선정, 신용카드사 심사 등으로 인해 더 오랜 시간을 소모했을 것. 또한 API 서버와 웹 서버 개발을 동시에 해야 해서 서버 개발자가 힘들었을 것이다. 레진코믹스는 안드로이드/iOS/웹이 모두 같은 API 를 바라보고 있다. 안드로이드 부터 다져진 API 가 웹사이트 개발을 더욱 쉽게 만들었다. ( 이 API 를 혼자 다 만든 강소리 님이 정말 대단 )
여기서 우리 아이폰/안드로이드/웹사이트 프론트엔드 개발을 혼자 담당한 문추근 옹의 증언.
“웹부터 했다면 브라우저 호환성에 지쳐 개발자는 도망갔을 것”
그런데 첫번째 항목, 안드로이드 사용자 비율이 90% 라는 점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현재 레진코믹스의 매출비율은 안드로이드:아이폰이 약 4:1 이라는 것이다. 아이폰 사용자가 적지만 그만큼 많은 매출을 올려준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국내 환경이 특이하다기 보다는, 안드로이드로 먼저 간 것이 레진코믹스의 서비스와 맞았다고 생각한다. 아이폰/안드로이드/웹이 모두 열린 지금에 와서도 통계를 보면 역시 웹툰은 모바일 사용이 더 많았다. 자기전에 누워서 내일자 만화를 챙겨보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지금 생각해도 안드로이드로 먼저 가지 않았다면 우리 서비스가 이 정도로 운영될 수 없었지 않았나라고,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감사해 하고 있다.
글 : 권정혁 / xguru
촐처 : http://xguru.net/1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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