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감시사회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나오는 두 정상의 다정한 모습. NSA스캔들은 메르켈총리의 오바마에 대한 신뢰에 금을 가게 했다.(출처:구글이미지검색)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나오는 두 정상의 다정한 모습. NSA스캔들은 메르켈총리의 오바마에 대한 신뢰에 금을 가게 했다.(출처:구글이미지검색)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의 정보기관이 그동안 독일·프랑스·멕시코 같은 우방국 정상의 휴대전화와 이메일을 도청해 왔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화가 난 우방국 정상들을 달래느라 오바마가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연일 뉴스 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혹자는 “모든 나라의 정보기관들은 어차피 서로 도청전쟁을 벌이는 것 아닌가. 서로 알면서도 쉬쉬하던 공공연한 비밀이었을 뿐이다. 흥분할 필요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저런 도청-감시 전쟁은 고위 인사나 유명인들의 이야기지 나 같은 보통 사람과는 관계없는 딴 세상 이야기라고 치부한다. 누가 할 일 없이 나 같은 보잘것없는 사람들의 전화통화나 이메일을 감시하겠는가.

그렇지 않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스마트폰과 빅데이터 기술은 이제 사람들의 사생활 속으로 그 활동 영역을 침범해 들어가고 있다. 기계가 모든 사람을 감시하고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초감시사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찍히고 분석당하고 있다.

NCR Restaurant Guard라는 소프트웨어 소개문구. 레스토랑전산시스템의 Add-on으로 제공되는 것 같다. 시스템에 기록되는 종업원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해 의심되는 건이 있으면 경보를 울린다.
NCR Restaurant Guard라는 소프트웨어 소개문구. 레스토랑전산시스템의 Add-on으로 제공되는 것 같다. 시스템에 기록되는 종업원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해 의심되는 건이 있으면 경보를 울린다.

얼마 전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다. 미국의 인기 체인레스토랑 약 400곳에 종업원들의 행동을 감시하는 소프트웨어가 시범 설치됐다. 미국의 외식업체들한테는 종업원의 절도행위가 큰 골칫거리다. 음식계산서에 보통 15~20%로 추가로 주는 팁은 종업원의 몫이기 때문에 더 많은 팁을 받기 위해서 음식이나 음료를 공짜로 제공하거나 현금을 일부 빼돌리는 행위가 많다는 것이다. 이익률이 2~5%밖에 되지 않는 외식업종에서 종업원 절도로 인한 손실이 전체 매출의 1%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고 일일이 몰래카메라를 식당 곳곳에 설치하고 종업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주문시스템에 추가 설치되는 이 소프트웨어는 식당 안에서 일어나는 음식 주문, 계산, 쿠폰 사용 등 모든 행위를 분석한 뒤 일상적이지 않은 의심스러운 경우가 감지되면 매니저에게 경보를 보낸다.

이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뒤의 변화가 놀랍다. 설치 전과 비교해서 이 400곳 레스토랑의 매출이 평균 7% 올랐다는 것이다.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종업원들이 편법으로 돈을 조금 더 벌기보다는 고객에게 더 음식을 주문하도록 유도해 팁을 더 받는 쪽을 택한 것이다. 감시당하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더 정직하게 행동하게 된 것이다.

Awareness Technologies라는 회사의 Interguard MobileMoniter라는 소프트웨어. 이 제품은 회사직원의 스마트폰에 심어져 전화, 이메일, 문자등을 회사가 모두 모니터할 수 있게 해준다. 블랙베리, 안드로이드폰에서만 된다고.
Awareness Technologies라는 회사의 Interguard MobileMoniter라는 소프트웨어. 이 제품은 회사직원의 스마트폰에 심어져 전화, 이메일, 문자등을 회사가 모두 모니터할 수 있게 해준다. 블랙베리, 안드로이드폰에서만 된다고.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는 이런 기사도 나왔다. 버지니아주의 한 해충제거회사의 임원은 외근직원들이 근무시간 중에 개인적인 일을 많이 본다는 의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그는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지급한 스마트폰에 위치추적 소프트웨어를 몰래 설치했다. 그 결과 한 직원이 지나치게 특정 주소에 자주 드나든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추궁한 결과 근무시간에 여자를 만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 직원은 바로 해고됐다. 이후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개인 용무를 봐야 할 일이 생겼을 때는 회사로 연락해 미리 양해를 구하게 됐다며 관리자들은 흡족해한다.

우리는 항상 감시당하고 있다. 내 카톡메시지, 이메일, 전화통화는 누군가 항상 보고 듣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컴퓨터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탈을 실시간으로 잡아낸다. 젊은 날 한번의 실수도 인터넷 검색으로 평생 낙인처럼 따라다니는 세상이다. 그야말로 사생활이란 없는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일년 365일 24시간 나의 사생활은 낱낱이 감시당하고 있다고 체념하자.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사는 것이 곧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대비하는 삶의 지혜라고 해야 할 듯싶다.

지난주에 실린 한겨레 생각의 단편 칼럼.

예전에 “모든 것을 다 찍는 경찰의 소형비디오카메라-엑손 플렉스“라는 글을 쓴 일이 있다. 그 내용은 미국 리알토시 경찰이 법집행과정을 엑손 플렉스라는 비디오카메라가 장착된 선글래스를 통해 녹화하기 시작하면서 경찰과 시민이 보다 “얌전하게” 행동하게 됐다는 것이다. 비디오카메라를 통한 감시가 사람들의 행동을 바꿨다는 것이다.

위 칼럼은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쓴 것이다. 특히 NCR의 레스토랑가드 같은 소프트웨어가 식당종업원들의 행동을 분석하면서 부정행위를 실시간으로 잡아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섬뜩하다. 컴퓨터가 사람을 감시하는 세상으로 돌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NSA스캔들은 이런 초감시사회가 정말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엄청난 컴퓨팅파워, 촘촘히 전세계가 연결된 인터넷망, 스마트폰의 보급, 빅데이터기술의 발전 등이 이런 초감시사회를 가능하게 해준 것이다. 11월 3일자 NYT 일요판에 실린 NSA에 대한 심층보도기사(No Morsel Too Minuscule for All-Consuming N.S.A.)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Today’s N.S.A. is the Amazon of intelligence agencies, as different from the 1950s agency as that online behemoth is from a mom-and-pop bookstore. It sucks the contents from fiber-optic cables, sits on telephone switches and Internet hubs, digitally burglarizes laptops and plants bugs on smartphones around the globe.

오늘날의 NSA는 정보기관들의 아마존이라고 할 수 있다. NSA와 50년대 정보기관의 차이는 마치 온라인공룡 아마존과 동네 구멍가게 서점의 차이만큼 다르다. NSA는 광케이블에서 콘텐츠를 빨아들이고, 전화교환기와 인터넷허브위에 앉아있고, 랩탑컴퓨터를 디지털하게 강도질하고, 전세계의 스마트폰을 감청한다.

예전에는 정보를 아무리 많이 모아도 분석할 사람이 없으면 소용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을 컴퓨터가 해준다. 인공지능, 빅데이터기술을 이용해서 사람보다도 휠씬 빠르고 영리하게. 우리는 정말 무서운 세상에 돌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 : 에스티마
출처 : http://goo.gl/uSXNQ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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