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왜 의료분야를 들었다놨다 하는가?
‘삼성생명 수준의 캐시카우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되는 줄 알고 들었다가 그렇지 않으니 놓고, 또 다시 큰 돈이 되는 줄 알고 들었다가 놓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는 삼성그룹 현금 흐름의 쌍두마차다. 삼성생명의 2012년 3분기 4분기 결산 매출액은 8조원 대에 달한다. 매출의 대부분은 보험상품을 팔아 받는 보험료, 즉 현금이다. 1년에 16조원 정도의 현금이 그룹에 유입된다는 의미다. 삼성생명 내에 유보되어 있는 현금이 최근 10년 동안 50조원 미만인 적이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삼성그룹은 2000년대 초반 삼성전자의 DRAM 수익이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며 꾸준히 캐시카우를 찾아 왔는데 전혀 성공하지 못하였고, 플래시 메모리 분야의 대박이 5년 남짓, 스마트폰 시장의 선전이 또 5년 남짓 이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하였다. 하지만 노키아 같은 회사가 순식간에 도산하는 마당에 전자 분야 외에 거대한 현금흐름을 만들 업종이 필요했다. 바로 바이오-의료-헬스케어 분야다.
삼성은 의료기기분야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여 이미 1984년에 GE삼성의료기기를 설립한 바 있으며 이 회사 삼성의 지분은 70%로 시작하여 99년 10%로 낮아져 2003년에 GE헬스케어코리아에서 완전 철수하였다. 삼성의 사업부문에서 바이오가 배제된 것이 이 때쯤 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회사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이 회사의 목표는 헬스케어를 통한 거대한 이익창출이었다.
이미 삼성그룹에서는 헬스케어를 들었다 놓았고, 바이오 쪽도 들었다가 2003년 전후해서 주주총회 결의까지 동원하여 놓아버렸다. 얼마나 바이오 쪽의 가치가 없어 보였으면 휴먼지놈프로젝트의 결과물이 2001년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놓았겠는가.
그런데 지금 삼성,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5천억을 투자하여 남들이 만들어 잘 팔고 있는 약의 특허기한이 만료된 것을 가져다가 복제품을 만드는 바이오시밀러와 영리병원, 원격진료 등을 뼈대로 하는 헬스케어 분야의 사업에 마치 처음 뛰어든 듯 보도자료를 내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
신약개발로 인류의 안녕에 기여하겠다고 생각했으면 길고 긴, 비싸고 비싼 임상기간도 견뎌내어 삼성의 기술로 새로운 약을 개발하겠다고 하는 것이 맞다. ‘바이오시밀러’는 다른 사람이 맺은 과실, 특허기간 만료되는 것들을 속속 가져다 복제약을 만들어 안전하고 빠르게 돈을 벌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 아닐까? 신약개발도 아닌 복제약 개발을 대삼성에서 들고 나온 일은 좀 낯 간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최고 인력을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 그룹이 왜 그리 자신감이 없을까?
국민들이 향유하고 있는 낮은 의료수가와 안전한 진료를 희생해가면서 까지 영리병원, 원격진료를 지지하는 헬스케어분야의 무리수는 이 분야의 거대한 의료비 흐름을 자신들의 손을 거치게 함으로써 삼성생명 수준의 큰 수익을 창출해 보자는 기업의 뜻이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기에 염려스럽다.
다행히도 헬스케어-의료 분야는 최종 엔드유저인 국민과 의료인 사이의 사람 냄새 나는 마지막 상호작용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분야다. 대기업에서 사업하는 식으로 피라미드 구조의 조직을 만들어 엔드유저와는 화상으로 만나게 하고, 모니터 앞에 앉은 의사는 기계적으로 진료하게 해서 매출이 발생하는 분야가 아니라는 것이다. 만일 의료인과 환자가 일대 일로 만나는 것이 매출을 더 올리고, 인력자원을 컨트롤하기에 용이했다면 원격진료는 대기업에서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시아나 미국의 유명 헬스케어 업체의 연간 매출은 성공한 기업이라 일컫는 곳에서도 2~3천억원이 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미국의 유명 업체도 맥케슨 같은 백년 기업, 토탈의료시스템 업체가 아닌 일반 헬스케어 업체라면 정상급 기업이 2조원을 넘기 쉽지 않다. 이런 수준이면 삼성의 캐시카우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
미국 헬스케어 최정상에 서있는 골든리빙 같은 경우, 마치 웅진코웨이의 코디를 더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 같은 독특한 개인별 강령을 근간으로 한 인력관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환자와 만나는 ‘사람’이 ‘시스템’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현금흐름을 위해, 그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정해 놓고 거기에 끼워 맞추는 헬스케어사업은 그 어떤 수단을 동원한다 해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헬스케어는 극히 사람냄새, 땀냄새가 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삼성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삼성생명 같은 거대한 캐시카우를 만들고 싶다면, 헬스케어분야에서도 삼성생명의 FC 같이 주변의 신뢰를 받는 소비자와 대면하는 밑바닥 인력부터 키우면 된다. 몇 주간의 교육과 몇 달의 인턴생활로는 택도 없는 헬스케어인력을 키울 인내심과 사명감이 있다면.
글 : MediPink
출처 : http://medipink.com/?p=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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