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세상은 소프트웨어가 삼킬 것이다.”
브라우저 개발자 마크 안드레센의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을 창업대국으로 이끌어 가려는 스타트업 아메리카(StartUp America)의 핵심이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프로젝트인 런투코드(Learn-To-Code) 운동이 일게 된 이유다.
미래 창조사회에서 소프트웨어는 특정 전문가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글로벌 사회에서 외국어를 공부했듯이, 이제 창조사회에서는 소프트웨어 코딩을 모두가 배워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소프트웨어 인력 부족은 수요의 40%에 육박하고 있다. 정보통신연구원의 ‘ICT 인력 고용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SW개발 전문가의 경우 3수준(2~10년 경력)과 2수준(2년 미만 경력)의 비중이 각각 72.5%, 27.3%로 고급 인력의 부족이 더욱 심각하다. 10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거의 절반의 인력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 전체는 일자리 부족에 허덕이고 대학가에서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 나가고 있다. 2011년 기준 OECD 평균 청년층(15~24세) 고용률이 39.5%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23.1%에 불과하다. 국가의 미래 산업 분야 인력난은 심각한데 청년들은 소프트웨어 분야를 외면하고 있다.
미래부는 2017년까지 매년 3000억원씩 투입해 소프트웨어산업 성장을 견인할 인력 10만명을 양성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은 올해부터 5년간 1700억원을 투입해 소프트웨어 인력을 5년간 5만명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NHN도 NEXT라는 자체 인력 양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우수 소프트 인력의 블랙홀인 대기업과 벤처의 선도기업이 싹쓸이로도 모자라 자체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인력 미스매치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대학의 전산학과는 인기가 낮다. 소프트웨어 학원들은 우수 학생 부족으로 경영이 쉽지 않다.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상황이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이가?
문제는 보상의 미스매치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인력은 10만~30만 달러의 보수를 받는 최고 연봉의 직업이다. 결과적으로 우수 인력들이 몰려들어 실리콘밸리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 극심한 인력난에도 불구하고 연봉 수준은 요지부동이다. 시장 원리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다.
문제는 소프트웨어 인력 단가 기준 및 사후관리비와 발주시기다. 낮은 단가에 하청단계의 마진을 제외하면 열악한 대우가 더 나아질 방법이 없다. 여기에 국제 기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후관리비는 상시 인력 고용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2017년까지 국제 기준인 15% 달성이라는 미래부의 발표는 크게 앞당겨 당장 실시할 필요가 있다. 추가 투입 예산보다 소프트웨어의 개선 가치가 더 높을 것이다. 여기에 기관의 용역 발주 시기가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9월 이후 발주해 12월 이전 완료해야 한다. 계절적 불균형은 업무의 폭주를 불러오고 열악한 근무 환경을 야기시키며 비정규직인 프리랜서를 양산하게 된다.
이제 청년 직업 선택의 1순위인 직업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대표적 직종이 됐다. 세계적 IT 강국은 소프트웨어 인력의 희생 위에 건설되었으나, 청년들은 이제 더 이상 희생의 가시밭길로 가지 않는 것이 유리함을 깨달았다. 이것이 현재의 소프트웨어 인력 미스매치의 근본 원인인 것이다.
그렇다면 고용 안정성과 급여 상향 조정이 문제해결의 근본대책이다. 고용의 안정성은 발주시기를 9월 이후에서 3월 이전으로 앞당기고 사후관리비를 당장 올리면 된다. 급여는 미국으로의 진출의 길을 열면 시간을 두고 해결된다.
한편 일자리 미스매치의 중요한 대안으로 군대가 있다. 매년 10만명 이상 배출되는 군 제대자의 소프트웨어 교육은 전 국민의 스마트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 중 우수인력에 대한 집중 교육은 고급 프로그래머 공급의 대안이 될 것이다. 교육 지원은 삼성, NHN 등의 대기업과 선도 벤처가 지원 가능할 것이다. 정부가 10만명을 추가 양성하겠다는 저렴한 대안이 바로 대한민국 군대인 것이다. 창조경제의 길은 그다지 먼 곳에 있지 않다.
글 : 이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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