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문제의식, 책임감 그리고 리더십
경영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의 마인드, 철학, 문제의식, 그리고 책임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마인드라는 것이 꼭 ‘돈을 버는 것에 대한 거부감’뿐만 아니라 그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학생들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경영학은 ‘사장(社長)학’ 이며, 당신이 주장하는 것은 CEO 레벨 정도는 되어야 필요한 것들이 아니냐?”
라고 반문하며 당장 스펙 쌓기에 필요한 지식이나 스킬부터 알려달라고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마인드와 문제의식, 그리고 책임감은 비단 기업의 CEO나 고위 경영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꼭 갖추어야 한다. 기업을 처음 입사하게 되면 낮은 직급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겠지만, 직급이 점점 높아지고 자신을 믿고 따르는 부하직원이 늘어나고, 자기가 책임을 지는 매출이나 비용의 액수가 증가하게 될수록 이러한 마인드, 문제의식, 책임감의 중요성이 급속도로 커진다.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은 조금만 노력하면 배울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이런 마인드나 의식은 쉽게 배우기 어렵다. 그리고 리더십의 자리에 오르게 될수록 지식이나 기술보다는 마인드, 책임감, 문제의식 등으로 평가 받게 된다.
나는 가끔 면접에 들어가서 지원자들에게 ‘당신이 보여준 리더십 사례를 말씀해주세요’ 같은 질문을 할 때가 있다. 그런데 많은 지원자들이 ‘리더십’이라는 말과 ‘리더로서 보여준 태도 및 성과’와 착각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리더십이라는 말은 아직 리더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향후에 리더가 될 수 있는 소양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꼭 리더의 위치에 있지 않고, 팔로워(follower)의 위치에 있다고 하더라도 좋은 리더십 소양을 보여줄 수는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십중팔구, 아니 99%의 지원자들은 자신이 리더의 위치에 있으면서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준다.
모든 사람들이 처음부터 리더의 위치에 있을 수는 없다.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마인드, 문제의식, 책임감을 갖추지 않으면 점점 올라갈수록 그런 기회를 갖기는 더 어렵다. 재무지식이나 회계지식을 아무리 많이 갖추고 있고, 화려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런 사람은 아랫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러한 추상적인 마인드나 문제의식은 도대체 어떻게 길러지는 것일까? 그것은 경영학 자체에 그 해답이 있지는 않다.
앞서 강조했다시피 경영학은 세상을 바라보는 좋은 도구(tool)가 될 수는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 자체를 제공해 줄 수는 없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인문학, 철학, 종교, 역사, 음악과 미술과 같은 기초학문을 배워야 한다. 기초적인 학문에 기반하지 않고 경영학을 공부하는 것은 공허하고 위험할 수 있다. 또는 여행이나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인생에 대한 고민과 세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을 갖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예를 들어보자. 그는 미국의 인문 과학 대학(Liberal Arts College)인 Reed College를 나왔다. 한국에서는 인문학과 사회과학만을 가르치는 인문 과학 대학이 존재하지 않지만, 미국에는 이러한 인문과학대학의 경쟁률이 매우 높고, 명망 있는 대학이 많다. 잡스는 Reed College를 중퇴했지만, 그곳에서 서예 수업을 들으면서 미학에 대한 감각과 철학을 키우게 되었다. 잡스는 그 후에도 오랫동안 인도를 여행하면서 인도의 불교철학이나 동양의 선(善, Zen) 사상에 깊이 영감을 받게 된다. 그가 대학에서 접했던 서예에 대한 철학이나 인도에서 겪은 불교철학 등은 훗날 애플이라는 회사가 디자인 중심의 경영을 하고, 그의 제품들이 극도로 심플함을 추구하는데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일정한 특과 관점이 없이 곧바로 경영학 공부를 해서는 안된다. 물론 모든 학문이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공부하게 되면 엉뚱한 위치에서 그 끝을 맞이하게 되지만, 경영학은 특히 목적의식을 뚜렷하게 갖지 않으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도 많은 악영향을 낳을 뿐이다. 예컨대 윤리의식이나 책임감이 없는 경영자는 쉽게 분식회계나 주가조작 등의 비리에 연루되기 십상이다. 리더십이 없고, 부하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경영자들은 직원들의 노동력과 지식을 악용한 후에 더 이상 자신에게 쓸모가 없어지면 해고해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금까지 서론이 매우 길었다고 느낄 독자가 많겠지만, 아직 경영학 공부의 실제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한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남았다. 그것은 바로 경영학의 기초 학문이 되는 분야들이다. 이런 기초가 튼튼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다양한 지식을 섭렵하려고 해도 좀처럼 쉽게 머릿속에 쌓이지 않을 것이다.
현대 경영학의 4가지 보물: 경제학, 심리학, 통계학, 그리고 IT
현대 경영학은 기본적으로 경제학, 심리학, 그리고 통계학이라는 사회과학에 그 근간을 둔 학문이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이 세 분야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기초 실력이 있다면 처음부터 무턱대고 경영학 공부에 뛰어드는 다른 사람들 대비 훨씬 더 훌륭한 실력을 갖출 수 있음에 분명하다.
가장 먼저 공부해야 할 분야는 경제학이다. 경제학은 크게 거시경제학(Macro Economics)와 미시경제학(Micro Economics)로 나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기업 전체의 장기적인 전략 및 재무 분야와 관련성이 조금 더 높은 분야는 거시경제학, 그리고 기업의 중단기적인 전략 및 세부적인 운영 (operation) 계획 수립과 더 연관성이 높은 분야는 미시경제학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거시경제학을 통해서는 한 국가 GDP의 성장, 산업 분야간의 상호작용, 화폐/환율과 같은 통화지표의 변화에 따른 산업들에의 영향 등에 대한 폭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반면 미시경제학은 국민경제의 개개의 경제주체인 가계와 기업의 행동양식과 그 결과로 주어지는 재화와 용역의 수급량과 가격의 결정 및 변동을 경제적 합리성의 공준(postulate of economic rationality)에 입각하여 분석하는 것이다.
특히나 경영전략(Strategy) 분야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경쟁(competition)에 관한 많은 이론들은 경제학의 산업조직론(Industrial organization)이나 게임이론(game theory)에 근간을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무(finance) 분야에서 사용되는 많은 이론들 역시 거시 및 미시경제의 이론들을 가감없이 그대로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미국의 대학에서는 경제학과의 교수들이 경영학과에 출강을 하거나 경제학과와 경영학과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교수들이 많은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미국 Top MBA에 가서 수업을 듣다보면 대부분의 경영학과 교수님들은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당신이 이미 심리학을 공부한 적이 있거나 대학에서 심리학 수업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다면 이미 당신은 어느 정도 경영학의 기초를 공부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마케팅의 소비자 조사 방법에서 쓰이는 많은 기법들은 심리학 조사 방법론에서 차용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조직이론(organization theory) 및 인사관리(human resource)와 관련된 많은 이론들은 결국 조직원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모티베이션 시키고 효율적으로 일을 하도록 할 것인가?와 관련된 것이기에 근본적으로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예컨대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이론이나 엘튼 메이요의 호손 공장 실험과 같이 근대 경영학에 있어서 지대한 공헌을 한 사건 및 이론은 모두 심리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이 경영학에 대해서 더 공부하고, 특히 실무 경험을 더 많이 쌓을수록 통계학을 공부하는 것은 당신에게 어마어마한 무기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특히나 IT기술이 발달하고, Big Data(빅데이터)의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의 시대에서 통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이 훌륭한 경영자가 되기를 기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기업에서 영업을 하거나, 기업 내부적으로 자원관리(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와 관련된 시스템들을 사용하다 보면 시스템에서 말해주고 있는 데이터가 경영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 당신만의 해석을 내려야 한다. 이 때 결정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통계학에 대한 지식이다. 당신이 어떤 산업 분야에서 어떤 업무를 하느냐에 따라서 통계학의 활용 범위와 깊이가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최근의 추세를 보면 앞으로는 계량적 경영(quantitative management)기법 수반되지 않고서는 누구도 당신의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을 것임에 분명하다. 즉, 데이터로 백업을 하지 않은 주장에 대해서는 누구도 고개를 끄덕여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과학의 한 분야라고 할 수는 없으나, 당신이 갖추고 있다면 큰 무기가 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IT 이다. IT라는 말은 당신이 일하게 될 산업과 직무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기업 내의 자원관리(resource planning)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면 SAP나 Oracle 등의 기업에서 제공하는 ERP 솔루션들을 얼마나 잘 다루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혹은 당신이 소비자 조사나 재무분야에서 근무하여 대규모 서베이나 데이터를 자주 다룬다면 SAS 혹은 SPSS, R 과 같은 대단위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통계패키지를 얼마나 잘 다루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특정한 패키지 솔루션 분야에 대한 니즈가 별로 없는 분야에서 일한다고 하더라도 요즘의 업무환경에서는 Microsoft Office 제품인 Word, Excel, PowerPoint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술은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활용능력을 키워두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플러스(+)로 작용한다.
직접적인 경영학의 영역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알아 두면 큰 무기가 될만한 것들에 대해서 언급했다. 이러한 분야에 대해서 반드시 알아두고 갖추어야 할 Must have 항목인지, 아니면 알아두면 좋은 Nice to have 항목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많다. 여러분이 이미 이러한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이미 다른 사람들보다 일정 부분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것들을 익히고 잘 사용하는 것은 마치 소림사 권법을 책으로 익힌 것과 같다.[1] 산속에서 아무리 소림사 권법을 책으로 익혔다고 한들, 실전 경험이 없다면 하산하자마자 동네 깡패들에게 두들겨 맞을 수도 있다.
당신은 이미 경영학을 공부했다.
당신이 지금까지 경영학 공부를 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앞서 여러 번 언급을 했듯이 경영학은 응용학문이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자본주의 경제시장에서 기업이라는 프레임에 담아서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지, 기업이라는 경제주체가 행하는 행위에 대해서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서 방법론을 제공하는 학문일 뿐이다. 따라서 당신이 이미 철학을 전공하였든지, 인문학을 공부하였든지, 아니면 공학이나 기초과학을 공부하였든지, 혹은 역사, 심리, 경제, 통계, 수학, 미학… 그 무엇을 공부했다고 할지라도 경영학과 전혀 연관이 없는 분야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훌륭한 경영자 중에서는 경영학 수업의 근처에도 가 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은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철수 같은 사람도 의사로 시작해서 컴퓨터 바이러스 치료를 위한 백신을 만드는 안철수 연구소(Ahn Lab)을 만들어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이런 예는 조직의 중간 관리자로서 일했던 경영자보다는 창업자(entrepreneur) 중에서 더 많기는 하지만, 조직의 중간 관리자라고 해서 경영학의 모든 분야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 자신이 평소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와 생각을 기업이라는 프레임에 더 쉽고 효과적으로 담기 위해서는 경영학이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더불어 일정한 방법의 훈련이 필요하다.
Side story
엘튼 메이요(George Elton Mayo, 1880-1949) 의 호손 공장 실험
1920년대에 ‘호손공장’이라는 전화기 제조 공장에서 벌어진 한 실험이 있었다. 엘튼 메이요라는 사람에 의해서 실행된 이 실험에서는 조명을 어둡게 할 수록 더 작업효율이 증가하는 직관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실험 대상이 된 팀의 생산성은 조명을 밝게 하던지, 아니면 거꾸로 어둡게 하던지 생산성이 향상되었던 것이다. 심지어 예전의 조건으로 되돌려도 더욱 생산성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서 실험을 진행하는 연구자들을 당황시켰다. 이런 이유는 무엇일까? 졸업원들이 자신들이 관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더욱 더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노력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후에는 더 흥미로운 현상도 일어났다. 2만명 이상의 공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실행했는데, 면접 결과를 정리하기도 이전에 이미 공장의 효율성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종업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자신들의 불만이 해소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종업원간에 소통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메이요의 호손 공장 실험은 이후에 경영학 전반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과연 통계학적인 방법이나 경제학적인 방법으로 설명이 가능할까? 결국 경영이라는 것도 사람이 하는 활동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1] 박웅현님의 ‘책은 도끼다’에서 빌려온 표현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goo.gl/8tkpB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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