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일, ‘한국이 인터넷 공룡인 진짜 이유’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은 인터넷 분야의 세계적 선두주자임을 자임한다”면서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이 미래의 국가는 암흑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한국 인터넷의 일부분이 매주 정부의 검열로 끌어내려진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요구로 지난해 국내 웹페이지 약 23,000 건이 삭제되고 63,000건이 차단됐다고 언급했다.
미국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지난해 한국을 ‘부분적으로 인터넷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로 분류한 점,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가 이집트와 러시아, 태국 등과 함께 한국을 ‘인터넷 감시국’ 명단에 올린 점도 거론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통신사에 감청 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해두었다. 그는 “흉악범죄나 간첩, 테러, 내란 음모 등 나라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휴대전화를 감청을 못하게 만드는 것은 반국가세력이고 반서민세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뿐 아니다. 첨단기술의 발달과 함께 전세계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정보 불안 사회’에 진입된 상태다. 에드워드 스노든 사례가 대표적이다.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이 우방국 정상들의 통신까지 엿들은 무차별 감청 행위에 대해 영국 <가디언>에 제보한 뒤 러시아에서 1년짜리 임시 망명 생활중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에드워드 스노든이 임시 망명중인 러시아에서는 감청이 아예 합법이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유럽 차관보가 유럽연합에 대해 욕설한 내용이 감청(사실상 도청)된 깨끗한 음성 파일에 담겨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다시 한 번 통제 사회에 대한 인식을 확인시켜주었다. 얼마 전에는 주러 미국 대사 역시 자신도 휴대폰을 감청 당했으며 러시아에서 이메일과 휴대폰 감청은 합법이라고 NBC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푸념하기도 했다.
제임스 콜 미국 법무차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NSA가안보국 감청 프로그램의 대상이었느냐는 질의에 답하지 않아 의지만 있으면 미국 대통령도 감청 대상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주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문제가 불거진 NSA의 무차별 감청에 대해 법원의 허가를 받는 등의 안전장치를 보완해 발표했지만 여전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처럼 기술은 우리에게 커뮤니케이션의 확장 능력을 주었지만 그만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는 위험성을 높여주었다. 카드사 대량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도 이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없는 이유는 데이터란 것이 만들어지고 흐르는 것 자체를 막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보가 적어서 불만이었던 시절에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거쳐 이제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엄청나게 쌓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정보의 대다수는 우리 일상 자체가 중요도 여부를 떠나서 데이터로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손수 입력하는 것 뿐만 아니라 몸 상태, 이동 경로, 구매내역 등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수집되어 활용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데이터는 쌓인다. 그 데이터가 흐르는 동안 누군가는 그 속에 있는 정보를 활용해 돈을 벌고 누군가는 이 정보 속에서 개인의 성향을 파악하거나 정치적 도구로 악용하려 한다.
최고의 보안은 잘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남기지 않는 것’이고 최고의 비밀은 퍼지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은 상태다. 국민 메신저로 등극한 카카오톡도 5일 동안 대화내용이 기록되고 3개월 동안은 수발신 내용이 남아 이 자료들은 수사 영장이 있으면 넘겨준다.
317호에 소개했듯이, 오죽하면 잠깐 서로 공유하다가 짧은 시간 안에 서로 주고받은 모든 기록이 사라져버리는 ‘찰나의 서비스’가 나올까.
자발적으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드러내고 휴대폰으로 자유롭게 사적인 대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 자체가 불안해지고 있다. 인터넷으로 촉발된 혁신과 경제 활기가 기업과 각국 정부의 과도한 감시와 이용에 대한 욕망으로 인해 불모지로 바뀌지 않길 바랄 뿐이다.
글 : 그만
출처 : http://goo.gl/NzG6f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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