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로봇이 기자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테슬라 모터스가 지난해보다 소폭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2013년 8월 7일 전년대비 주당 36센트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Tesla Motors is expected to book a narrower loss than a year ago when it reports second quarter earnings on Wednesday, August 7, 2013 with analysts expecting a loss of 36 cents per share”
미국 미디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적 전망 기사다. 이 기사에서는 테슬라의 2013년 연간 순익이 전년에 비해 다소 낮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간단한 실적 기사는 놀랍게도 기자가 쓴 것이 아니다. 로봇이 소프트웨어(SW) 알고리즘에 의해 작성된 기사의 리드 문장이다.
로봇이? 그렇다. 미국의 경영 잡지이자 온라인 미디어 포브스(Pobes)에 실제로 올려진 기사다. 로봇이 30초만에 썼다. 물론 로보캅같은 하드웨어 로봇이 썼다는 것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로봇에 의해 씌여졌다. 실제 기자가 썼는지 로봇이 썼는지 구분하기 어렵다.
최근 매일경제신문 편집국장 및 데스크, 기자에게 “로봇이 기사를 쓴다”고 소개했을 때 모두 반신반의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엔 모두 터미네이터와 같은 기계가 팬을 들고 기사를 작성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완성된 기사를 보여주자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이 기사는 미국의 스토리텔링 스타트업 `네러티브 사이언스(Narrative Science)’가 만든 소프트웨어, `퀼(Quill)’에 의해 작성됐다. 로봇 기자 이름은 퀼인 것이다.
네러티브 사이언스는 데이터와 숫자, 도표를 바탕으로 스토리를 자동으로 만들어 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필요한 기업에 공급한다. 제 1차 타깃이 `미디어 기업’이 되고 있다. 포브스 외에도 많은 미디어 회사가 이 엔진을 사용하고 있으나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다고 한다. 독자들이 `로봇이 쓴 기사’를 읽고 있다는 사실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네러티브 사이언스는 지난 2009년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교수 크라스티안 하몬드에 의해 설립됐다. 하몬드는 현재 이 회사 CTO를 맡고 있으며 여전히 교수직도 수행하고 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만든 `스탯츠 몽키(stats monkey)’를 개발시켜 회사를 창업했다. 매출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난해 9월 1150만달러(약 122억원)을 시리즈C로 펀딩을 받다. 전체 직원은 50명에 불과하지만 더블클릭을 창업, 구글에 매각시킨 스튜어트 프랑캘이 대표(CEO)를 맡고 있는 등 인력 풀이 대단하다. “모든 데이터를 지식 그리고 스토리로 만든다”는 사명으로 알고리즘 개발 중이다. 독자들은 이제 로봇이 만든 스토리(소설, 시나리오 등)를 읽는데 익숙해져야할 수도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애초엔 야구 기사를 쉽게 쓰기 위해 개발됐다. 예를들어 삼성라이온즈와 두산베어스가 대구 구장에서 2014년 프로야구 경기를 하는데 승리투수, 패전투수, 세이브 등등의 기록은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개막전에서 최형우와 김현수가 홈런을 쳤다 등등의 팩트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스트레이트 기사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설계해 작성하고 실제 취재기자들은 분석기사와 인터뷰, 해설 등 좀 더 깊이 있는 기사 생산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소프트웨어 로봇은 `창조적 업무’를 한다는 기자들의 영역까지 들어왔다. 소프트웨어 로봇이 기자들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산업의 부가가치는 낮아진다. 최소한 기자들의 연봉은 지금보다 크게 오르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각 은행의 카운터와 공항 카운터를 생각해보자. 예전엔 카운터에 10명정도 있었는데 티켓 기계가 도입 되면서 인력이 2~3명으로 줄었다. 은행원이나 승무원은 직업도 좋고 연봉도 높아서 꽤 선망 직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기자’ 뿐일까? 구글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켄쇼(Kensho)란 스타트업은 `워렌(WARREN)’이란 소프트웨어 엔진을 개발했다. 고용 지표나 경제 동향 등이 발표되면 증시가 어떻게 반응할지 자동으로 분석, 제공한다. 에널리스트들이 증권 정보 단말기를 쳐다보며 자료를 뽑았지만 이제는 로봇이 한다. 구글벤처스에서 1000만달러의 펀딩을 받았다.
그동안 주식 투자나 선물도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로봇이 사고팔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이제는 `분석 업무’도 소프트웨어 로봇이 한다. 로봇이 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자동으로 주식을 사고판다. 글로벌 규모로 수조달러대의 자산을 굴리는 자산운용사가 실은 월스트리트에 조그만 사무실을 둔 1인 기업이 될 날도 머지 않았다. 대신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테이블 옆에 서류 더미를 쌓고 있는 애널리스트는 직업을 잃을 것이다.
법조계는 어떨까. 매일 산더미만한 판결문을 읽느라 정신 없는 변호사, 검사, 판사들의 삶의 질이 바뀔 수 있다. 판결문을 자동으로 추출, 판사는 실제 중요한 판단만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프로그램을 이해하지 못하는 변호사, 검사, 판사는 설 땅을 잃어버리고 이 상황을 이해하고 적극 대응하는`슈퍼 로이어(Super Lawyer)’는 김앤장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 로봇은 점차 화이트 칼라(White Colar)의 직업을 대체하고 있다. 화이트 칼라 내부에서도 인맥, 학맥, 지연이 아닌 소프트웨어 마인드로 무장한 슈퍼 개인과 평범한 개인으로 나뉘어 엄청난 부의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 먼 미래나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실제 매일경제는 지금 로봇이 기사를 쓰는 프로그램을 개발(또는 도입)하기 위해 `최고 윗선’의 지시로 비밀리에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글 : 손재권
출처 : http://jackay21c.blogspot.kr/2014/03/blog-post_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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