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관련 업계 종사자이긴 하지만, 최근 이 사회의 청년 창업 부추김 현상은 많이 걱정스럽다.
한정된 예비 창업자와 초기 창업자를 대상으로 너무나 많은 지원 프로그램들이 나오고 있다. 비슷하다 못해 똑같거나 이미 결과가 너무나 뻔한 복제된 창업보육 프로그램들이 난무하고 있다.
어느 프로그램이 더 좋고 어느 프로그램이 못하다는 평가를 하기 전에 초기 벤처인 스타트업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것은 잘 정리된 사무공간과 큰 액수의 지원금보다 창업 과정 중 사업을 하면서 좌절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안정된 직장과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경쟁은 치열해 지고 있으니, 반짝이는 아이디어만으로 이 험한 사회에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보라고 등떠미는 행동은 아닌지, 나도 이루지 못한 성공을 그들에게 강요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나는 평소에 스타트업 CEO들을 만나면 늘 입버릇처럼 말한다. ‘저는 당신처럼 직원들을 책임져야 하는 CEO는 앞으로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 존경스럽습니다‘라고 말한다. 그저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지금 직장을 들어오기 전 17년을 소위 벤처 업계에 몸담았었기 때문에 스스로 체득한 경험을 결론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창업자와 함께 하면서 어떤 고난을 겪고 있는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감히 말한다. 회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를 대표하고 운영한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대표의 자격은 임직원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분들 대상이다.
우리나라의 제도와 창업환경은 절대적으로 창업자, 특히 대표자에게 불리하게 되어있다. 우리가 실리콘밸리나 이스라엘의 창업생태계를 모델로 삼는 것은 그들의 환경, 특히 국가의 지원제도, 정책, 사회적 투자와 기업 운영 시스템을 염두에 두지 않고 단순히 결과에만 집착한 나머지 나온 결정이다.
근본적인 문제가 상존하는 가운데 일시적인 지원으로 빠른 결과를 바란다면, 단기성과는 나올 수 있지만 결코 자연스러운 창업 생태계 자체가 구축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관장) 자신의 임기 중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일만 반복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지금의 창업지원열풍, 창업을 부추기는 분위기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좀 더 집중해야 할 것은, 창업을 지원하는 가운데 시스템, 정책 및 제도에 있어서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고 바로 잡는 일이며 기업들이 좀 더 미래를 내다보고, 구글이 네스트를 인수할 수 있을 정도의 안목을 갖도록 하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
창업자 역시 마찬가지다. 목적이 뚜렷하고, 돈을 좇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좇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 지원 프로그램을 절대적으로 ‘독’으로 생각해야 한다. 반드시 이용해야 할 절대적인 요소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 활용하는데 써야 한다.
세상에는 돈있고, 사람있어도 사업을 꾸려나가기란 쉽지 않다. 시장의 규모도 중요하고, 소비자의 선택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모든 이상적인 가치가 갖춰졌다고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사업이다.
창업지원 열풍은 불과 14~15년 전에도 있었다. 제발 그때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업은 누구의 도움이 필요하긴 하지만, 도움에만 의지하면 100% 망한다. 지금 기관들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어느 갑부의 돈이 아닌 모두의 돈(세금)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돈, 우리 부모님, 형, 누나들이 낸 것이다. 세금을 집행하는 기관들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창업을 지원했으면 한다.
지금 제대로 건전한 창업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하면, 당장 1~2년후 현재 진행한 일들의 댓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우리들이 떠 안아야 한다. 스타트업, 벤처 ‘흉내’만 내는 창업자들이 없어지길 바란다. 또 그들에게 어설프게 달콤한 생명수로 유혹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이 모든 걱정의 결과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길 간절히 기원한다. 그저 걱정이길 바란다.
이 글은 필자의 동의를 얻어 벤처스퀘어에 게재한 글입니다.
글 : 박병근(킬크로그 운영자)
출처 : http://goo.gl/3OlG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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