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펀치의 히든카드, 신비주의로 무장한 미모의 오피스 레이디 신림동 캐리가 매주 진행하는 스타트업 인터뷰입니다. 유머가 가미된 통통 튀는 이야기들로 스타트업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는 물론 웃음까지 함께 전해 드립니다.
이 인터뷰는 개발의 완성은 얼굴, 최치선으로 알려진 정주영 0에서 이어집니다.
신림동 캐리: 최근 학사 병특이 없어져 많은 공대생이 절규하고 있다. 병특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정주영: 병특으로 의무를 마친 입장으로서 병특제도에 대해 긍정적이다. 사실 이런 대체복무제도가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군대에 감으로써 개인이 잃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특히 IT는 트렌드 및 기술이 매우 빠르게 변하는데 정보의 습득이 제한적인 곳에서 2년 정도를 보내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물론 형평성의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는데, 좀 더 다양한 대체 복무제도를 도입하거나 군대의 복지 및 대우가 좀 더 개선되어 선택의 문제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항상 좋은 취지의 제도가 나오면 악용하는 사례들이 나오는데 그 문제로 인해 이런 좋은 제도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신림동 캐리: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정주영: 최근 병특을 준비 중이던 많은 사람을 물 먹이는 국가 발표가 있었는데, 국가로서나 개인으로서나 이 문제는 참 어려운 것 같다. 여론을 봐도 병특의 대상자가 아닌 사람은 병특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이슈화한다 해도 딱히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이다. 아는 후배도 거의 멘붕상태인데, 병무청에서 내년에는 대학생 TO도 내줬으면 한다.
신림동 캐리: J2M과 게임빌에서 일하셨던 건 어땠나?
정주영: J2M은 친구 소개로 졸업학점 인턴을 하러 갔다가 계속 남아 일하게 되었다. 당시에 J2M이 ‘레이시티’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인턴 때는 간단한 툴을 만들다가 실제 게임 쪽에 흥미를 많이 갖게 되어 아예 개발까지 시작했다. 주로 UI 레이아웃 시스템과 3D 강물 렌더링 쪽을 담당했고 클라이언트 작업을 했었다. 그러다 군대에 가야 할 시기가 됐는데 대학원에 갈 것인가 병특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서울대 대학원 원서를 넣었고, 대학원에 붙으면 대학원으로 진학할 예정이었다.
신림동 캐리: 대학원에 떨어지진 않았을 것 같은데?
정주영: 그게 말하자니 굉장히 한심한데….
신림동 캐리: 한심한 인생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여기서 밤새 떠들 수 있다.
정주영: 그 날은 참 이상한 날이었지…. 평소처럼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데 서울대 다니는 아는 동생으로부터 ‘오빠, 면접인데 왜 안 와요!’라는 전화가 오는 거다. 깜짝 놀라 무슨 일인가 보니 입시관리처 홈페이지에는 날짜가 공지되지 않았는데 학과 홈페이지에 그날이라고 쓰여있더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관악산까지 날아갔는데 이미 지필고사는 끝났고….
신림동 캐리: 관악산이 참 오지라….
정주영: 교수 면접이 남아있었는데 일단 양복이 아닌 출근 복장이어서….
신림동 캐리: 체크 남방이라도 입고 계셨나?
정주영: 체크 남방이었으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후드 원피스에 청바지를 입은 상태였다.
신림동 캐리: 후드는 체크 남방과 함께 공대생의 친구죠. 아무튼 그래서?
정주영: 대기실에 있으니 ‘쟨 뭐야?’하는 시선이 장난 아니었다. 면접에 들어가니 교수님께서는 왜 지필을 안봤냐고 물으셨고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신림동 캐리: 영화에서라면 뭔가 엄청난 임팩트를 보이고 정원 외 합격이라는 이례적인 반전이 일어날 텐데….
정주영: 여기는 리얼 월드라 ‘안타깝군요.’라는 애잔한 위로와 함께 당연히 떨어졌다. 그래서 나는 병특하러 게임빌로 이직하게 됐다.
신림동 캐리: 왜 게임빌인가?
정주영: 당시 J2M은 병특이 안 되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병특할 곳을 알아보다 J2M 면접관이셨던 조성문님의 인상과 마인드가 좋아 입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는 몰랐다. 이렇게 나의 암흑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신림동 캐리: 마음에 들어서 들어갔다며….
정주영: 게임빌에서는 서버팀이었다. 사실 당시의 모바일회사에서 서버 쪽은 딱히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근데 게임빌에 들어가 프로야구 시리즈, 삼국쟁패 시리즈, 각종 아이템샵, 통신사 빌링 시스템 등 서버를 만들게 됐다. 그리고 아는 사람은 아는 비운의 프로젝트였던 실시간 항해 대전게임 ‘라피스라즐리’의 서버를 개발했는데….
신림동 캐리: 갑자기 이 인터뷰 왜 이렇게 어두워지죠….
정주영: 일단 라피스라즐리의 최초 개발자가 개발 도중에 회사를 그만둬서 내가 맡게 되었다. 그때는 내가 어려서 몰랐다. 다른 개발자가 도중에 그만둔 업무를 이어서 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신림동 캐리: 아아, 당했어요.
정주영: 게임 한판도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서버를 다 고쳐 안정적으로 런칭까지 시켰다. 여기서 게임이 흥하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신림동 캐리: 흥했나?
정주영: 피처폰 시대에 네트워크 실시간 대전게임이 흥할 리가….
정주영: 심지어 퇴사 당일에 IDC이전 작업을 했는데 새벽까지 IDC에서 서버세팅을 하던 추억이 떠오른다.
신림동 캐리: 다른 이야긴데 요즘 게임빌이 참 잘 나가잖나.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정주영: 아무 생각이 없다.
신림동 캐리: 이 소프트웨어와 도구 없이는 살 수 없다 하는 건?
정주영: 소프트웨어는 vim, visual studio (with viemu, dpack), git, man 정도고 서비스는 google, stackoverflow, irctalk, 장비는 Happy Hacking Keyboard Pro 2, 넓은 모니터 그리고 인터넷이 되는 스마트폰!
신림동 캐리: irctalk라니 뭔가 이상한 게 들어있는 것 같지만 넘어가자….
신림동 캐리: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건데 본인 스마트폰에 NHN 라인을 까셨는지?
정주영: 카카오 입사하기 전부터 내 스마트폰에 깔려 있었다. 라인이 일본에서 출시되어 한국 앱스토어에 풀리기 전부터 사용했다. 처음 라인을 쓰고는 피처폰을 많이 이용하는 일본인이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든, 확실히 일본을 잘 이해하고 있는 메신저라고 감탄했다. 근데 요즘은 안 쓰게 되더라.
신림동 캐리: 카카오에 다녀서?
정주영: 최근에 해외에서 광고성 자동응답 유저나 게임 초대 메세지가 많이 날아오기 때문이다.
신림동 캐리: 그렇다고 해두자….
신림동 캐리: 내 지인이 카카오톡 맥 버전을 만들다 계정 삭제… 당해서 술 마실 때마다 울고 있다.
정주영: 사실 그 이슈에 대해 사내에서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한 게 나다….
신림동 캐리: !
정주영: 그 카카오톡 맥 버전의 가장 큰 문제가 뭐였느냐면, 중계 서버를 사용해 대화내용이 해당 서버를 거치기 때문에 개발자가 마음만 먹으면 불특정 다수의 대화내용 및 카카오 계정을 확인할 수 있는 게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로는 내버려둘 경우 카카오 계정 ID 및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유사 피싱사이트가 나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 내용을 개발자에게 전달했지만, javascript단에서 꼼수로만 로그인을 막아두고 로그인 폼은 그대로 노출하더라, 그래서 다시 한 번 전달했는데 css꼼수로 로그인 폼을 숨기고 개발자 도구를 이용하면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
신림동 캐리: 아아 우리 W쨩….
정주영: 그리고 추가로 다른 써드파티 라이브러리를 통한 시도가 지속적으로 감지되어 운영 정책에 따라 정상적인 클라이언트로 로그인하지 않을 경우 이용제재조치가 취해졌다. 딱히 악감정이 있거나 타겟을 노리고 한 건 아니니 너무 기분 상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차피 한 다리 건너면 다들 아는 사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힙합 비둘기 데프콘 횽이 “땅덩어리 넓은 미국은 디스하고 안 마주치면 그만이에요. 그런데 한국은 여기저기서 다 만나게 돼요.”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모두 피스!
신림동 캐리: 개발자 사이에서 미모로 사랑받고 계신데….
신림동 캐리: 그게 개발할 때 메리트로 작용하나? 예를 들면 미인계를 썼을 때 상대방이 업무를 더 빨리 처리해준다든가….
정주영: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사실 외모란 게 그냥 호감이나 비호감이냐 정도로 작용하는 것 이외에는 없었던 거 같다.
신림동 캐리: 와이프분이 남편으로 덕질을 하시더라고….
가운데에 자기 사진을 넣으면 단두대로 보인다는 이 짤방에서도 살아남은 최치선님이십니다.
참고로 이 사진은 와이프분께서 제작하셨습니다.
정주영: 사랑받고 있다♡
신림동 캐리: 부인이 게임 디자이너이신데 나중에 같이 프로젝트할 계획이 있으신지?
정주영: 와이프는 예전부터 계속 같이 하자고 말하는데 내가 다른 프로젝트를 많이 하다 보니 정신이 없어서 아직 못하고 있다. 사실 이거다 싶은 게 떠오르지 않는 이유도 있다. 서로 미묘하게 취향이 다르다 보니…는 변명이고 사실은 내가 게을러서 그렇지 뭐. 하지만 같이 프로젝트할 계획은 언제나 갖고 있다.
신림동 캐리: 와이프분께서 취미로 가끔 서코에 부스를 내시는데 굿즈 이동부터 잔돈 거슬러주기까지 함께하는 자상한 남편이시라고 들었다.
정주영: 내게 자동차가 생기면서부터 와이프의 굿즈도 변해서… 처음에는 회지나 머그컵, 달력 등을 만들더니 요즘은 쿠션이라든가 대형 포스터라든가 뭔가 크기가 달라졌다?
신림동 캐리: 코믹 가서는 단순 노동만 하셨나?
정주영: 와이프랑 사귀자마자 서코 가서 일했다. 코믹은 게시판을 통해 선입금 예약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구시대의 유물인 제로보드를 쓰는 걸 보고 좀 놀랐다. 입금자가 게시판에 쓴 글을 하나씩 열면서 엑셀에 복사하고 붙여넣고 반복하고 있길래 이게 무슨 노가다질이야 싶더라. 그래서 제로보드 DB에 직접 접근해 게시판 게시물을 덤프 뜨고 그걸로 파싱하는 툴을 짜서 엑셀로 임포트했다. 근데 현장에서 보니 일일이 그 리스트로 사람 체크하는 게 귀찮을 것 같더라. 때마침 회사에서 하던 일이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봇 시스템을 만들던 중이라 테스트도 할 겸 선입금 예약자 확인봇을 만들었다.
신림동 캐리: 최고시다.
정주영: 그땐 이렇게 하면 편할 줄 알았지…. 실제로 코믹을 가보니 3G나 LTE 안 터지는 건 기본이요, 만든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시스템 장애가 겹쳐 진땀을 뺐다. 현장에서 와이브로 물려서 코딩하게 될 줄이야! 그래서 그 이후에는 선입금 및 통판 예약용 사이트를 그냥 처음부터 다 만들었다.
정주영: 이건 나름 잘 동작했고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난 그림을 못 그리기 때문에 기술로나마 도움이 되려고 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와이프분이 전생에 나라를 구하신 부녀자 같다. 덕질하는 여자라면 이 스토리에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거다. 최고의 덕질용 남친이시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공부하고 있는 것은?
정주영: 최근엔 카카오톡 PC버전의 성능 개선을 위해 Direct2D를 공부 중이다. XP out!
신림동 캐리: 오오, XP out!
정주영: 사실 평소에 공부란 걸 따로 하지는 않는다. 그냥 그때 그때 만들고 싶은 걸 찾고 거기에 필요한 것을 습득하는 식으로 한다. irctalk을 만들 때도 ‘go 언어를 써볼까?’라는 생각으로 go를 공부했었다. 지금은 성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림동 캐리: 안 그래도 요즘 최치선님을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보다 디아블로 3에서 만나는 게 더 쉽다 들었다….
신림동 캐리: 최근에 읽은 개발에 대한 인상적인 책은?
정주영: 가장 최근에 본 건 단연 <알고리즘 문제 해결 전략>이지!
로켓펀치 개발자 인터뷰에서 사랑받는 구종만님이십니다.
신림동 캐리: 개발하는 후배에게 추천해주는 사이트는?
정주영: http://algospot.com!
로켓펀치 개발자 인터뷰에서 사랑받는 구종만님이십니다.
정주영: 여러 개발 사이트를 드나들기보단 꾸준히 개발에 손을 안 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림동 캐리: 그럼 본인을 어떤 개발자라고 생각하시는지? 어울리는 수식어를 붙이면?
정주영: 어려운 질문이다.
신림동 캐리: 모두 이 질문을 제일 어려워하신다.
정주영: 내가 딱히 어떤 개발자라고 규정을 내린 적은 없다. 간혹 회사에서 천재 개발자라고 말해주는데 내 주변에 진짜 천재가 많아서인지 그런 말을 들으면 엄청나게 부끄럽다. 굳이 붙인다면 게으른 개발자 정도일까?
신림동 캐리: 하지만 내 디아블로에겐 성실한 남자….
신림동 캐리: 개발자에게 재능이 얼마나 차지한다고 생각하는가?
정주영: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겠지만 내 경험으로는 꽤 크지 않나 싶다. 재능의 기준이 미묘하지만 사고방식 및 구조, 문제를 대하는 자세, 그리고 근성, 이것 자체가 모두 모여 재능이라고 본다면 매우 영향이 크겠지. 재능이 있어도 꾸준히 갈고 닦아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항상 개발과 가까이에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은 대형 프로젝트 중심으로 돌아가던 예전과 다르게 작은 앱부터 시작해 간단한 웹서비스까지 많은 인력과 인프라 없이 개발이 가능하다. 능력과 자신 의지만 있다면 평생 개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나도 앞으로 계속해서 개발하고 싶고, 나이 들어서도 와이프와 같이 게임을 만들 계획이다.
바탕화면과 프로필 사진은 항상 와이프가 그려준 그림을 사용한다.
키보드는 HHKP2가 없으면 멘붕한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자리로 오면 키보드를 사용하지 못한다.
모니터는 언제나 크고 넓고 많아야 좋다. 사실 책상을 잘 정리하는 편이 아니라서 깔끔하지는 않다.
글 : 신림동캐리(로켓펀치)
출처 : http://goo.gl/N81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