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박원순 시장과 스타트업간의 간담회에 참여했을 때, 기자에게 인상 깊었던 스타트업이 있다. 정해진 시간에 스피치를 통해 자사를 홍보하는 세션 중, 모숨이라는 스타트업의 재치있는 프레젠테이션이 신선했다. 시간에 쫒기면서도 “아~ 다음 슬라이드가 진짜 중요합니다” 등, 넉살좋게 스피치를 이어가는 모습에 박원순 시장은 “끈질기네요. 스타트업은 끈기가 생명이죠”라고 웃으며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들을 인상깊게 본 뒤, 모숨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모숨을 벤처스퀘어에서 만났다. 이들은 등장부터 심상치않았다. 특히 개발자인 최경훈님은 반바지에 크oo 고무 신발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인터뷰 또한 심상치않게 진행되었다.
모숨은 어반플레이에서 기획한 서비스로, 도시의 사람들과 농촌의 사람들을 잇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다. 간단한 팀 소개를 부탁했다. “제 이름은 김선혁이고요, 서비스의 기획 경영을 하고 있어요. 여기 이 친구는 최경훈 개발자,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하는 김정욱입니다. 여기에 디자이너 한 분, 그리고 대표인 홍주석님과 함께 지금은 어반플레이에서 모숨 팀으로 독립해 있어요.” 팀 소개를 듣다보니 ‘모숨’이라는 서비스명의 뜻이 궁금해졌다. “모숨의 정확한 뜻은 한 줌 안에 들어올 만한 분량의 길고 가느다란 물건입니다. 원래 컨셉이 ‘한줌의 흙’이었고, 순수 한글말을 찾아보다가 한 줌의 흙과 느낌이 비슷한 것 같아 모숨으로 서비스 명을 지었어요.”
‘한 줌의 흙’이라는 컨셉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았다.
왜 하필 농촌과 흙이었을까? 김선혁 대표가 대답했다. “먼저 저희가 지금까지 공부하고 경험한 것을 설명드려야 그 질문에 대답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카이스트에서 석사과정으로 문화 기획 및 컨텐츠 제작을 공부했어요. 홍주석님도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진행중이었고요. 공부가 끝나면 직업을 찾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대기업이나 연구를 계속하는 것보다는 지금까지 배운 것을 토대로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우리 손으로 해나가는 것. 그게 어반플레이의 시작이에요.”
그래서 농촌 이야기는 언제 생각하게 되었는지 다시 물었다.. 분위기가 민망해졌다. “아 ㅋㅋ 사실 저희가 농촌에서 자랐고, 직접 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은 아니었어요. 다만 저희가 배운게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전파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고민했죠. 지금까지 다뤄진 적이 없는 컨텐츠지만, 양질의 내용을 기대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요. 그러다 작년 1월1일 한계레 신문을 확인해 보니 디지털 농부라는 개념을 보게 되어어요. 직접 SNS을 통해 판매하는 농부의 이야기었는데, 농촌이야기가 한 번도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고 사람 냄새가 폴폴 나는 콘텐츠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정확히 어떤 컨텐츠를 서비스하냐고 물었다.
김정욱님이 대답했다. “모숨의 첫 버전은 SNS 페이지였어요. 뭐.. 농부들이 자기 이야기를 올리고 소비자들이 그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이었죠. 그런데 하다보니까, 문제점을 발견했어요. 농부들과 독자들 사이에 이야깃거리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거죠. 예를 들면, 모를 낸다, 어떤 품종이 좋다. 이런 소재는 농부가 아니면 공감이 갈 수 없는 것들이에요. 그래서 공감대를 높이고 양자간의 어색함(?)을 완화하기 위해서 웹진과 컨텐츠를 만들어내기로 했어요. 그래서 포털형으로 페이지를 바꿨죠. 가장 큰 변화는 귀농에 대한 정보입니다. 귀농을 하려고 해도 사실 정보를 모아주는 포털이 없어요. 당연히 정보를 관리해주는 중앙 커뮤니티도 없죠.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많은 분들이 주저하게 되고, 요새 귀농 열풍이 분다고 하는데 사실 귀촌이지, 귀농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이다. 귀농 열풍이 분다고 하지만, 사실 그들이 직접 농사를 짓는 경우는 드물며, 귀촌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정보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냐고 물었다. “발로 뛰는 거죠.” 스타트업의 정신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직접 커뮤니티를 방문해서 그들의 정보를 공유해요. 그리고 농부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직접 농가를 방문합니다. 사실 이 부분이 제일 힘들고도 즐거운 부분이에요. 처음에 서비스를 보여드리면, 대부분 별로 와닿지않아 하세요. 하지만 서비스의 취지를 설명해드리고, 지금까지의 포트폴리오를 보시면 마음을 여시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에 다룬 이슈는 유기농에 대한 논란입니다. 도시에서는 유기농하면 다 좋은 줄 아시지만, 농촌에서 유기농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요. 벌레 먹은 유기농 사과가 정말 좋은지, 안좋은지 등 이요. 도시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니까 다 알지만, 이제는 농촌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들을 수 있는 시점인것 같아요.”
그래서 모은 정보는 어떤 방식으로 대중에게 선보여지는지 물어보았다.
김선혁 대표는 미술관의 큐레이터를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미술 작품과 관람객 사이에 큐레이터가 있듯이, 농부와 소비자 사이에는 모숨이 있어요. 사실 미술관과 박물관 큐레이션 경험도 있고요. 농부들의 이야기는 저희에게 원석입니다. 저희가 어느 시간대에, 어떤 매체를 통해서, 어떤 톤앤매너를 가지고 대중들에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원석이 보석이 되는 거죠.”
“대표적인 경우로, 모숨 시네마가 있어요. 저희는 농부들의 가장 큰 원천은 열정과, 농산물을 자기 자식처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마음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먹으면, 도시의 사람들도 행복해지겠죠. 그리고 행복함을 더욱 배가 시키기 위해 감성적이지만 담담한 영상물을 제작합니다. 농사가 24절기를 따르다 보니, 메인 컨셉도 24절기에요.”
가공의 단계에서는 브랜딩 과정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저희 사이트에 현재 올라와 있는 제품 중, ‘모숨 건나물 패키지’ 그리고 ‘인시즌님의 애플 시나몬’ 이라는게 있어요. 단순히 건나물하면 시장에서도 팔고, 마트에서도 팔잖아요? 저희는 농산물을 재배한 농부의 마음과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언제, 어떻게 먹을지 등의 스토리텔링과 포장까지 해드리고 있어요. 저희 모숨의 파트너 농부들께서 주로 포스팅하신 내용을 토대로 만드는거죠.”
그렇다면 수익을 농산물 판매로 내는 걸까?
“아직 서비스가 시작단계이다보니 딱 수익구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어요. 하지만 농산물을 판매해서 수익을 낼 생각은 없어요. 저희는 유통회사가 아니니까요. 일단 저희가 예상하는 것은 브랜딩을 통해 마케팅 컨텐츠를 제작하는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농부와 소비자를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추진중인데요, 9월중에 서비스가 개편될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아마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컨텐츠가 될 가능성이 크고 그 뒤에는 데이터 플랫폼으로 진화할 계획이에요.”
진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물었다. 크게 3가지라고 김선혁 대표가 대답했다. “우선 저희 기업문화를 들 수 있어요. 저희는 가장 인간다운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들이에요. 틀에 박힌 직장보다는 보다 많은 것을 보고, 자유롭게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따로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아요. 주어진 일을 마무리만 제 시간에 한다면, 간섭을 하지 않아요. 그리고 저희는 직접 농사를 짓고 있어요. 저희가 농사를 직접 지어서 농사를 짓는 분들의 마음을 보다 잘 이해하고 싶다는 취지였죠. 양재동에 저희 텃밭이 있는데요, 고구마와 해바라기 등을 키워요. 일주일에 한번씩 방문하고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앱을 기획중이에요”.
이 부분은 개발자이신 최경훈님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일단 앱 개발은 초기 기획 단계에 있어요. 현재 모숨에는 웹사이트가 있고 앱이 있는데요, 둘의 성격을 약간 다르게 기획중입니다. 웹은 컨텐츠 중심으로, 포털 방향으로 진행중이고요, 앱은 농부들이 직접 이야기를 쓰고 실제로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SNS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에요. 초기에 보완점이 농촌과 도시간의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죠? 웹은 큐레이션을 통한 농촌의 이야깃거리를 전하고, SNS에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는 방식으로 고안중이에요. 넉넉히 7월 초에 앱이 런칭될 예정이에요. ” 하지만 농부들의 평균 연령을 고려했을 때, SNS와 친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는 말씀이에요. 하지만 요새는 카oo 스토리 등 나이가 있으신 분들도 스마트폰을 쓰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직접 농촌을 돌아보며 그 분들께서 작물 사진을 찍어서 바로 공유하고 싶다는 니즈가 있다는 것도 파악했고요.” 이와 같이 앱이 개발되도 중장년층과 청년층을 아우를 수 있는 방향으로 앱이 개발될 듯 하다. 가장 기본적으로 폰트의 크기를 읽기 쉽게 크게 조정한다는 방안이 있다.
모숨의 앞으로의 포부를 물어보았다.
김선혁 대표가 말했다. “일단 저희는 지금도 공부중이에요. 카이스트의 사회적 기업가 MBA 강좌 중 소셜 비즈니스와 관련한 벤처 기업의 멘토링을 받고 있어요. 보다 나은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사회적 기업이 되고 싶죠.” 더 자세히 물었다. “일본같은 경우 고구마 학교 등 농촌에 대한 교육과 귀농에 대한 인식이 잘 적립되어 있어요. 저희는 농촌과 도시간의 신뢰도와 친밀도가 단단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이해를 해야하고 공감을 해야해요. 농촌과 도시를 잇는 농산물이라는 콘텐츠로 말이죠. 그래서 나중에는 농촌과 도시의 소비자들이 직거래를 하는 것이 당연해졌으면 좋겠어요.” 김 대표가 이어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 다양한 이벤트와 소셜 네트워크 운영 그리고 블로그까지 운영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욱 많은 농부들의 이야기를 도시에 알리기 위해서죠.” 모숨의 궁극적인 꿈은 농촌에서 시작해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소비자가 무엇을 사고, 먹고, 구매하고, 버리고 까지를 디자인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숨이 최근에 시작한 일은 미술관 전시다. 6월 9일부터 약 3주동안 아트센터 나비에서 모숨의 콘텐츠가 전시된다. 방문객들은 농부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사진, 포스터 그리고 감각적인 모숨 시네마를 볼 수 있다.
모숨의 세 남자를 만나본 소감은 유쾌하고 심오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던 농촌의 따뜻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세련되게 도시인들에게 전해주는 모숨의 꿈을 응원한다.
글 : Jay (mj@venturesquare.ne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