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이나 유명인사들이 고개를 숙인다. 부정적 상황을 초래한 책임을 인정하고 미안하다 한다. 최근에는 이런 ‘사과’ 커뮤니케이션이 위기관리에 일반화되었다는 평까지 나온다. 그러나 핵심은 사과 이후 개선과 재발방지 그리고 해당 상황으로 인해 고통이나 불편을 겪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보상이다. 미안함에 10배를 보상하겠다 한 기업이 있다. SK텔레콤이다.
2014년 3월 20일 저녁. SK텔레콤 일부 가입자의 전화가 불통 되기 시작했다. 통신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고, 데이터 전송도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서비스 가입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무선통신을 이용하는 택시 단말기도 작동하지 않아 저녁 퇴근길이 시끄러웠다.
SNS와 인터넷 상에서 SK텔레콤 통신 장애에 대한 불만의 글이 이어졌다. 가입자들의 문의가 폭주하면서 SK텔레콤 홈페이지 접속도 마비됐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도 통신 장애에 대한 내용이 상위에 올라갔다.
SK텔레콤은 가입자를 확인하는 장비모듈에 이상이 발생했다며 20여분 만에 복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는 통화량이 몰리면서 많은 시민들이 2시간 넘게 다양한 불편들을 겪었다.
SK텔레콤 하성민 사장은 다음날 서울 을지로 T타워 본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통신 네트워크 장애와 관련 한 자사의 입장과 보상책을 발표했다. 하 사장은 “절대 그런 일이 앞으로 생겨선 안 된다. 대표로서 속상했다”고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했다.
2700만 고객 모두에게 별도 청구 없이 하루 이용 요금을 감면하겠다는 보상안을 발표했다. 여기에 덧붙여 “직접적인 장애를 겪은 560만 가입자에게는 약관(6배)보다 많은 10배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과 기사를 읽은 고객들은 우선 그 ‘10배’라는 말에 놀랐다. 일반적으로 약관에 정해진 수준의 보상만을 따르는 기업들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예상을 훨씬 뛰어 넘은 보상안을 발표하는 기업들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 사장은 “사고를 수습하려고 보니 최고경영자(CEO)의 직접 사과에 반대하는 내부 목소리도 있었고, 보상안대로 하면 보상금도 400억 가까이 나온다고 보고가 올라왔다”며 “개인적으로 당시 사고가 진짜 문제라고 생각했고, 1위 사업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 직접 사과와 보상안 시행을 결정했다”고 결정 과정을 설명했다.
하 사장의 설명에서 기업들이 위기 시에 겪는 고통스러운 의사결정과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CEO의 직접 사과의 경우도 밖에서 보는 것과 같이 그리 간단하게 결정되는 사안은 아닌 게 현실이다. 일부 로펌이나 법무 부문에서는 ‘대표가 그렇게 공식적으로 사과 하고 책임을 인정한다고 하면 향후 소송이나 여러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반대 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CEO가 이렇게 먼저 나가시면 나중에 상황이 더욱 악화 되었을 때 쓸 카드가 없어진다”며 CEO의 소매를 잡아 끌기도 한다.
이에 더해 CEO의 위기관리 의사결정에서 가장 큰 부담은 재무적 결정부분이다. 하 사장도 “그렇게 보상을 하면 보상액이 400억원 가까이 나올 수 있다”는 재무부분의 의견에 한동안 흔들렸을 것이 틀림없다. 대부분의 CEO들은 “그런 규모의 재무적 부담을 굳이 자처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내부 의견에 자신의 의견을 굽히거나 주저한다. 이런 압력 속에서 회사의 철학과 원칙 그리고 가치들을 강조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CEO들은 흔치 않다.
“10배로 보상하겠다”는 의미는 그 숫자 ‘10배’를 넘어 해당 회사가 얼마나 심각하게 이 사건을 보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의미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자신들이 얼마나 노력 할 것인지를 그대로 표현해 주는 각고(刻苦)의 수사학이었다.
최근 들어 기업이나 유명인사들의 ‘사과’는 아주 당연한 형식이 되어 버린 감이 있다. 고개를 숙이면 일단 큰 화살들은 피할 수 있다 보는 것이다. 하지만, 책임을 인정하고 개선이나 재발을 약속하는 ‘실행’에 대한 부분은 종종 생략 되곤 한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그렇게 잘못을 인정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건가요?”라고 묻는데, 이에 대한 대답이 궁한 곳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SK텔레콤은 CEO의 리더십으로 강하게 치고 나왔다. “10배를 보상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로 여러 가치들을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일반 기업들은 가볍게 따라 하기 힘든 의사결정 과정의 어려움들을 극복하면서 힘있게 결정 해 커뮤니케이션 했다. 이 케이스는 절대 ‘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리더십, 철학, 원칙과 가치의 힘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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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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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용민
출처 : http://jameschung.kr/archives/1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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