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회 이야기. 애써 찾은 아이템. 나를 설득한 근거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었을까? 궁지에 몰린 자기합리화는 아니었을까?
- 각 OS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닌가요?
- 대기업의 서비스를 능가할 수 있을까요?
- 은행도 털리는 상황임을 감안했을때 ..(중략)..불편하더라도 보안을 생각하는 사람은 사용하지 않을듯 합니다.
- 이미 나와있는 모델을 살짝 꼰다고 해서 사업이 성공하진 않더라구요^^
- 유용하지만 사업적인 메리트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 카카오톡에서 연락처 관리 해주는 시스템이랑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 특별히 지원되는 무엇인가가 없다면 너무나 많은 주소관리, 명함관리, 클라우드 연락처 관리는 수 많은 앱 이후 또 하나 추가되는 동일 서비스일 뿐입니다.
탈탈 털렸다. 네이버가 국내에서 갑오브갑인줄은 알았지만, 벽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심지어 안드로이드에서 기본지원하는 구글연락처보다 네이버 연락처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건가 싶을 정도였다. 아니 근데, 카카오톡이라니? 카카오톡은 대표적인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다. 그런데 연락처관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줄이야.
Scene8. 검증
지금 개발 중에 있는 연락처 서비스(유닛, uKnit)의 발전사를 말하면서 프라이머 엔턴십을 빼놓을 수 있을까. 벌써 6기를 배출한 엔턴십은 웬만한 스타트업은 엔턴십을 거친자와 거치지 않은 자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유명한 창업체험(?) 프로그램이다.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개진하고, 팀빌딩부터 MVP 런칭까지 주어진 커리큘럼에 의해서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켜볼 수 있다.
특히, ‘첫인상평가’를 의무적으로 20개를 찍어야 스텝2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엔턴십 초기에 비즈니스 모델을 등록해두면 정말 많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유닛도 177개의 의견을 받았고, 좋아요좋아요좋아요 등의 영혼없는 답변을 제외해도 167건이나 됐다. 성실한 주관식 설문을 100개 이상을 받으려면 얼마나 발로 뛰어야 받을 수 있는지는 뛰어본 사람이면 안다. 그걸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반대표가 너무 많던데…”
이택경 대표님이 우리 팀을 만날때마다 하신 말씀이다. 무려 2번이나.
58%가 핏대를 세우며 격하게 반대했다. 네이버, 구글, 애플을 상대로 싸움이 되겠냐는 것이었다. 연락처는 기본앱인데다 / 이미 널려있는 무료들도 훌륭하고 / 지금도 불편하지 않은데 / 내가 왜 돈을 쓰겠냐였다. 가장 염려했던 보안이슈는 미미할 정도였다. 42%의 찬성표? ‘나쁘지 않네요. 잘 만들어보세요’ ‘무료니까 써보긴 할께요’ ‘네이버주소록도 조금 불편하긴 해요’ 정도의 소극적인 의견이 대다수였다. 창업자의 흔한 허세인 ‘내 아이디어 끝내줘!’의 완패였다.
‘잘 만들면 잘 써주겠지’
‘무료면 받아보지 않을까’
전혀. 네버. 절대로.
사용자는 무료 앱일지라도, 다운받는 패킷조차 아까워했다. 이게 현실이다.
177건의 텍스트 분석. “기존의 / 이미 + 네이버 주소록 + 같은데요”
Scene9. 편견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BGM:타타타)
사용자들은 유닛을 이해하지 못했고, 나도 그런 사용자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비즈니스 모델을 한줄로 설명하지 못한 내 업보다. 원래는 ’관계형 클라우드 연락처’라는 타이틀에 ‘연락처관리의 생산성을 높여 인맥관리를 효율적으로’라는 내용이었다. 너무 두루뭉실하다는 평가가 초반에 들어오길래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라고 바꿔달았다. 그런데 여전히 설명은 비즈니스스럽지 않았다.
사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설문결과를 쭉 뽑아놓고 다시보니 그들의 편견은 내가 제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한 ‘우린 기술적으로 끝내줘!’ 를 제시했을 때 답변들은 ‘대기업이 더 잘해’의 반응을 보였고, ‘우린 이런 기능으로 돈을 벌꺼야!’를 제시했을 때 답변들은 ‘지금도 불편하지 않아. 안살래’의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34%의 답변에서 “그래서 차별점이 뭔데?”라고 묻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차별점을 말하기보다 우리가 좋아하고, 우리가 열광했던 기능만 신나서 말했던 거였다.
고객은 말한다.
너네가 잘한다고 해봤자 대기업보다 못하고, 너네가 좋아하는 건 난 관심이 없다. 그래서 차이점이 뭔데? 왜 안알랴줌? 있기는 해?
창업자는 말한다.
우리는 대기업의 서비스와 다르고, 우리는 느린 대기업이 아니라 린하고 애자일한 팀이고, 우리는 대기업의…
내 앞에 대기업을 세워 날 가리는 그림자를 만드는 놈이 나였다니.
Scene10. 경쟁
원인을 알았다고 해서 바로 해결이 됐느냐, 그건 또 아니다. 이미 비즈니스 네트워킹 분야에서 핫한 스타트업이 있었다. 바로 명함관리서비스, 리멤버였다. 네이버 주소록과 비교당할때는 ‘대기업이 하던거, 새로 만들게? 한 번 잘 해봐’의 느낌이었다면, 리멤버랑 비교당할때는 ‘왜 따라해?’의 느낌이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경쟁자가 있다는 건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다. 경쟁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락처’라는 아이템을 다룬다는 것에서 시작하면 결국 같아보이는게 고객의 시선이었다. 엔턴십 도중에 이택경대표님과 1:1 멘토링을 배정받았다. 리멤버 투자얘기가 공식발표 되기 전이었다.
- 이택경 대표님 : 프로토타입!
- 나 : 없는데요;;
- 대표님 : 그럼… 기존 주소록관리 서비스들이랑 무슨 차이가 있지?
- 나 : 이거(1), 이거(2)요. 이렇게 하면 편해져요
- 대표님 : 모든 사람이 불편해 하는건 아니다. 리멤버는 명함입력이 귀찮다라는 문제를 대신 입력해주는걸로 풀었는데. 유닛에는 풀려는 문제가 없다
- 나 : 풀려는 문제는 아니지만, 저흰 이것(3)도 특징인데요.
- 대표님 : 지난 번에 처음 들을 때, 다른 건 귀에 안들어오고, 이것만 머리에 남던데. 이것만 남기고 전부 버리도록.
- 나 : 엇 그러면 저희 서비스 주요기능들이 다 날아가는ㄷ..
- 대표님 : 이것만 하라니깐. 욕심이 너무 많다
경쟁자가 없다는 것을 강점으로 삼는 비즈니스 모델들이 많다. 창업2년차지만 이것 하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데, 경쟁자가 없다는건 차별화된 포인트 없는 무난한 서비스가 될 가능성도 높다. 경쟁자 없다, 국내 최초다를 말하기 전에, 없던 경쟁자를 만들어서라도 경쟁자는 꼭 찾아야 한다. 유닛은 업계의 모든 사람들이 비교하는 리멤버와 차별화를 두기위해, 그리고 그 차이점의 격차로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 때까지 비즈니스 모델과 캐치프라이즈를 수십번 갈아 엎었다. 지금도 물론 ‘리멤버랑 뭐가 다르죠?’라는 질문은 No.1 이지만, 차별점만 3분 피칭이 가능할 정도로 차별포인트가 많이 늘었다.
그 밖에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론 가까스로 TOP10에 선정되었고, 그 후로 사후관리(A/S?)프로그램으로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님께 멘토링을 두어번 받을 기회가 있었다. 1차에선 “하려는게 뭔지 모르겠다. 이거 꼭 해야되니?”라고 하시더니 2차에선 “어떻게 하고싶은지, 뭘 하려는지 알겠다”고 하셨다. 바로 어제 일이다.
한걸음 한걸음. 땀흘리며 산을 오르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겠지? 하지만 산은 높고 높을 뿐.
PS
- 아, 그리고. 엔턴십 멘토링 덕분에 우린 모든 기능을 빼고 (3)번 기능만 출시할 예정이다. 소위말해 MVP다. 기능을 줄인지라 5월 말이면 출시할 줄 알았다. 웬걸. 지금은 7월 말이다. 욕심껏 다하려고 했으면 연말까지 개발만하다가 회사는 망했을꺼다. 다시 한 번 엔턴십에 감사를.
- 이 자리를 빌어, 드라마앤컴퍼니 최재호 대표님, 어쨋든 감사드립니다. 언제 한번 찾아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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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닛(uKnit) 데뷔무데입니다. 꼭 와주세요!
글 : 강미경
출처 : http://goo.gl/cVVw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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