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업계에는 아직까지도 전설같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구글이다. 레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은 1998년 썬의 창업자인 앤디 백톨샤임에게 10분간의 상담 끝에 10만달러의 투자를 받으면서 구글을 시작했다. 이 자금을 시작으로 구글은 전세계 인터넷을 호령하는 대기업이 됐다.
최근 몇년간 불어닥친 창업 열풍으로 신생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가운데데 이들을 멀끔한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이끄는 존재들이 있다. 백톨샤임처럼 말이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불리리는 이들은 때로는 엄한 아버지처럼, 때로는 다정다감한 어머니처럼 신생기업들을 살핌으로써 창조경제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을 만나 국내 창업 업계에 대한 가감없는 얘기를 나눔으로써 현 벤처생태계계의 나아갈 바를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스타트업과 대기업.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둘은 얼마전부터 공생을 모색 중이다. 대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 발굴, 스타트업은 초기 자금과 체계적인 지원이라는 서로의 요구가 맞물린 결과다.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부각되는 분위기도 대기업의 지원을 종용하는 분위기다.
이 중 단연 눈에 띄는 곳은 바로 SK플래닛이다. SK플래닛은 이전 SK텔레콤이 피처폰 시절부터 휴대폰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지원하던 것을 이어받아 앱 중심 스타트업 지원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올해 들어서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지원 체계를 구성하고 육성에 나서고 있다.
◆창업·사업·교육 삼각 편대로 창업자 지원
모진철(48·사진) SK플래닛 상생혁신센터 오픈이노베이션 팀장은 “SK플래닛의 스타트업 지원은 엔탑, 네이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당시 운영됐던 비전 지원 센터, 개발자 육성 기관인 T 아카데미 등을 지난 2010년 한데 묶은 것이 현재의 오픈이노베이션 센터”라고 밝혔다.
SK플래닛의 오픈이노베이션 센터는 크게 세부분으로 구성된다. 창업 지원, 사업 지원, 교육 지원이 그것이다. 비즈니스 인큐베이팅 센터와 액셀러레이션 센터 역할을 같이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창업 지원 부문은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인 `101 스타트업 코리아`를 통해 이뤄진다. 마이돌, 데일리호텔, 에스비디오, 주니몽 등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육성 단계를 마쳤다.
모 팀장은 “현재 80개 정도의 스타트업을 육성했으며 이 중 20곳 정도에 2000만원씩 초기 자금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인터넷진흥원과 미래창조과학부, 구글, 네이버 등이 진행하는 글로벌 케이 스타트업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101 스타트업 코리아는 2기, 글로벌 케이 스타트업은 4기가 진행되고 있다.
사업 지원으로는 이전부터 행해왔던 앱 테스트 지원 등이 꼽힌다. 상생혁신센터가 보유한 테스트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국내 시판되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쉽게 찾아보기 힘든 외산 스마트폰도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앱 개발자들은 자신이 개발하는 앱과 서비스가 스마트폰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모두 시험해볼 수 있다.
상생혁신센터의 차별점 중 하나는 바로 교육 지원이다. 창업, 사업 지원 부문과 연계해 단순한 프로그래밍 교육에 그치지 않고 기획, 개발, 서버 디자인 과정에서 각자 뜻이 맞는 교육생들끼리 팀을 만들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들이 교육을 통해 앱을 개발하고, 그 앱을 테스트 센터를 통해 검증하고, 사업 모델과 서비스에 대한 검토를 거쳐 스타트업으로 육성하는 과정을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지원하는 순환 체계가 SK플래닛 오픈이노베이션 센터에 형성돼 있는 셈이다.
모 팀장은 “T아카데미에서 교육받은 개발자들이 실질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스타트업을 둘러싼 에코시스템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을 위한 멘토 체계도 탄탄히 구축돼 있다. 서진우 SK플래닛 사장을 포함해 10명의 임원 멘토단이 있으며 70여명의 사내 전문가 멘토단도 보유하고 있다. 모 팀장은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과 노하우를 전이해 창업자들이 쉽게 클 수 있는 길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 모두 공감했다”며 “이들이 팀으로 클 수 있는 부분, 사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있어 노하우 등을 멘토로서 조언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진출 지원도 모색 중이다. SK플래닛은 온라인 쇼핑몰인 11번가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제휴 모델로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에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상태다.
◆”성공하려면 옆에 있는 동료가 가장 중요”
모 팀장은 스타트업으로 성공하려면 옆에 있는 동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최근 등장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개발자가 중심을 차지하다 보니 팀워크라는 부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모 팀장은 “뭔가를 새롭게 만드는 것은 험난한 길을 걸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어려움이 있을 때 같이 논의할 수 있는 동료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래 가고 성공하려면 험한 길을 함께 할 수 있는 팀원이 있어야 한다. 창업자는 이들과 다같이 멀리 갈 길을 찾는 것이 미션”이라고 전했다.
모 팀장은 SK플래닛 상생혁신센터가 앞으로도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일조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스타트업 육성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우리는 기본기부터 닦아서 스타트업이 될 수 있는 틀을 만든다는 것이 차별점”이라며 “서비스 대상을 분석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해당 분야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이 뭔지를 함께 논의하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He is…
모진철 팀장은 경상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SK텔레콤에 입사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SK텔레콤 일본 주재원으로 재직하다 2008년부터 SK텔레콤 무선인터넷 사업 기획을 맡은 정보통신(IT) 전문가다. 지난 2010년부터 SK플래닛 상생혁신센터를 총괄 운영하면서 IT를 중심으로 국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생태계의 일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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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용영 기자(매일경제)
원문 : http://goo.gl/9D8k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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