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이유는 하나다. 필요하니까. 제품이 필요한 이유가 있기에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내고 구매한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 필요하니까 사용한다. 전화와 문자를 기본으로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이메일을 확인하며,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도 주고받는다. 왜? 필요하니까. 그 이상의 이유는 없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다양한 앱을 설치하고 사용한다. 설치하는 앱들도 필요하니까 구매한다. 시간이 지나면 불필요한 것은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당연한 얘기다. 그렇게 스마트폰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품으로 인식됐으며, 2014년 8월 현재 국내에서 3,9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 뒤를 이어받은 것이 태블릿PC다. 지난 2010년 애플이 출시한 아이패드를 필두로 태블릿PC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약 4년이 지난 지금 다수의 시장조사기관은 곧 태블릿PC 판매량이 노트북 판매량을 넘어설 것이라 예측했다. 국내에서는 다소 지지부진한 상태이지만, 전세계 태블릿PC 판매량은 빠르게 증가하며 이를 반영했다.
다만, 최근 들어 태블릿PC 판매량이 주춤하고 있다. 미국의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의 허버트 졸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몇 개월 간 태블릿PC 판매량은 크게 떨어졌다. 오히려 노트북 판매량이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IT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태블릿PC는 사람들의 교체 수요를 만족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기기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태블릿PC는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실제로 애플 아이패드는 지난 2분기 전년 대비 9.2%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맥은 17.6% 판매량이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이 기간 동안의 통계로 태블릿PC가 경쟁력을 잃었다고 평가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가장 기본적인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자는 의미다. 바로 ‘왜’다. “왜 샀냐?”는 질문에 사람들은 여러 대답을 하지만, 결론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지 디자인이 예뻐서 구매했다? 여기에도 최소한 ‘디자인이 예쁘다’라는 이유가 있지 않은가.
웨어러블 기기의 딜레마
스마트폰, 태블릿PC 다음으로 IT 업체들이 주목하는 제품은 웨어러블 기기다. 이른바 입는 PC. 사물인터넷(IoT)과 더불어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중이다. 이미 다수의 제품이 시장에 출시됐고, 각자의 자리에서 경쟁력을 뽐내는 업체와 제품이 등장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웨어러블 피트니스 밴드(스마트 밴드)다. 업계는 이를 스마트 헬스 시장으로 분류한다.
스마트 헬스 시장은 헬스 및 피트니스 단말기와 의료용 모니터링 단말기 등의 사용 확대, 주요 플랫폼 업체들의 의료 데이터 수집 확산 등에 따라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아니, ‘성장 중’이라기 보다 이미 ‘차세대 먹거리 시장으로 주목 받는 중’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국내에도 진출한 미국 스마트 밴드 시장 점유율 1위의 핏비트(FitBit)가 여러 밴드형 제품을 선보였으며, 조본(Jawbone)의 업(UP), 나이키(Nike)의 퓨얼밴드(FuelBand), 삼성전자의 기어 핏(Gear Fit) 등 제품도 다양하다. 단말기뿐만 아니라 앱, 플랫폼 등도 연계해서 개발 중이다. 측정하는 데이터도 상당하다. 식음료 칼로리, 외부 활동(걸음 수 등), 수면 상태, 몸무게, 심박수, 감정 상태 등 착용자의 다양한 행동 정보와 피트니스 정보를 수집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했다. 각종 센서는 사용자의 수많은 정보를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했지만, 그 다음 단계가 없던 것. 사람들은 내가 하루에 얼마나 걸었는지,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소모했는지 등 피트니스 및 헬스 데이터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 다음이 없었다.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물음에 만족할 수 있는 답변을 구하지 못했다. 데이터는 쌓였는데,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셈이다. 여기서 ‘왜’라는 물음이 다시 등장했다.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 헬스, ‘왜’를 찾다
* 웨어러블 기기 열풍, 그런데… 사용하시나요? – http://it.donga.com/17623/
위 기사 내용 중 미국의 컨설팅 업체 ‘Endeavour Partners’가 지난 2014년 1월 발표한 ‘Inside Wearables’ 보고서 내용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18세 이상 성인 중 10명 중 1명은 조본, 핏비트, 나이키, 미스핏 등 다양한 제조사의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 중이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피트니스/헬스에 관심이 많은 2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 사용자가 가장 많다. 다만,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하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고 조사돼 눈길을 끈다. 1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는 50% 미만. 6개월만 지나도 약 30%는 사용을 중단했다.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즉 ‘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기기 특히, 헬스 및 피트니스 정보를 수집하는 스마트 밴드는 만능 제품이 아니다. 출발선을 여기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 스마트 밴드는 일상 생활의 식습관이나 운동량 등을 분석해 질병에 걸릴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예방과 건강 개선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목적이 있다. 자, 과거에는 병에 걸리면 주위 사람의 지식이나 병원에 방문해 고쳐야 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의료 정보 사이트나 커뮤니티 등에서도 정보를 얻긴 한다. 하지만, 스마트 밴드를 이용하면 미리 알 수 있다. 사용자가 자신의 증상을 미리 진단해 1차 조치를 먼저 취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그 동안 수집한 데이터에 기반한다. 각 개인마다 다른 데이터 취합은 스마트 밴드가 담당한다.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의사가 미리 환자의 자세한 정보를 받을 수 있어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질병에 걸린 뒤에 후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다.
지난 2014년 7월 25일(현지시간), 구글이 건강한 사람의 상태에 대한 기준표(Baseline)를 만들기 위해 의료 데이터 수집을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현재 기준표 프로젝트는 175명의 유전자와 분자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세포 조직과 눈물, 소변, 기타 의료 테스트 등을 모두 진행할 예정이다. 관련 전문가도 구성했다. 생리학, 생화학, 안과, 분자 생물학 등 관련 전문가 70~100명으로 팀을 구성 중이다. 아직 이에 대한 정보를 구글만이 보유할 지, 다른 안드로이드 제조 업체와 공유할지 논의한 바 없지만, 한단계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애플은 지난 WWDC 2014에서 발표한 것처럼, ‘헬스 킷’을 통해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시작했다. 특히, 미국 내 유명 병원, 의료 기관 등과 연계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각 개인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밑거름을 갖췄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 지난 2014년 5월, 삼성전자는 스마트 밴드 형태의 ‘심밴드(Simband)‘와 소프트웨어 플랫폼 ‘사미(SAMI)‘를 발표했다. 심밴드와 각종 웨어러블 단말기, 의료 단말기 등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SAMI와 연계해 보다 질 높은 의료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스마트 헬스, 플랫폼으로 성장한다
웨어러블 기기 중 가장 사람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은 스마트 밴드는 스마트 헬스 플랫폼의 주요 제품으로 성장 중이다. 마치 아이폰과 앱스토어로 폭발한 스마트폰 시장을 보는 듯하다. 스마트폰은 단말기와 앱으로 이어지는 생태계 구축을 통해 지금에 이르렀다.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태블릿PC도 마찬가지. 제품이라는 하드웨어와 앱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모두 담은 생태계, 그리고 플랫폼을 구축해 영향력을 발휘했다.
스마트 헬스도 이 같은 전철을 밟는 중이다. 스마트 밴드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수많은 웨어러블 기기에 탑재한 센서를 이용해 각종 피트니스 및 헬스 데이터를 축적 중이다. 이제 해당 데이터를 얼마나 의미있게, 어떤 방식으로 사용자에게 전달하느냐라는 문제만 남았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필요로 하는 것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내가 하루에 5,000걸음씩 걸었으니 이제 나에게 처방을 내려 줘’라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바로 사용자들이 원하는 ‘왜’다. 그리고 업체는 이제 ‘왜’에 대한 해답을 전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아직 기술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이 남았다. 현재 스마트 밴드는 사람들이 소모하는 칼로리와 운동량 등을 측정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어떤 음식을 얼마나 섭취했는지, 칼로리양은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한다. 칼로리 섭취량도 소모량만큼 중요하지만, 이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더구나 음식의 양과 종류, 그리고 각 음식에 따른 칼로리양 데이터도 방대하다. 이에 대한 준비도 선행되어야 한다.
웨어러블 기기 열풍과 함께 시작한 스마트 헬스의 대략적인 방향과 도착지는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센서와 이동통신의 발달, 빅데이터 분석 기술, 전문 의료 산업과의 협업 등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혹시 아는가. 조만간 손목 시계가 당신의 건강을 조언해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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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권명관 기자(IT동아)
출처 : http://goo.gl/mMEJ3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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