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26편] 1주의 실험으로 여덟 마리 토끼를 잡다, 롯데마트

소비자를 위해 제품을 출시했는데, 상생을 해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주변 이익단체들은 그 여세를 몰아 공격을 해 왔다. 청와대와 공정위가 칼을 갈기 시작했다. 이런 위기에 직면한 일반 기업들은 대부분 스리슬쩍 꼬리를 내린다. 그러나 그 결정을 상당히 단호하게 한 기업이 있다. 꼬리를 내리면서 여덟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 버린 것이다. 롯데마트의 이야기다.

2010년 12월 8일. 롯데마트가 깜짝 발표를 했다. 자사의 전국 82개점에서 프라이드 치킨을 1마리(900g 내외)당 5천원에 판매한다고 밝힌 것이다. 롯데마트의 치킨 판매가는 치킨 전문점 판매가의 3분의 1 수준이고 기존 대형마트 판매가보다 30∼40% 저렴해 소비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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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큰 치킨’이라 이름 붙은 롯데마트의 전략적 제품은 이미 최대경쟁사인 이마트가 내 놓은 ‘반값 피자’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양사 모두에게는 피자나 치킨 식당을 운영하는 영세상인들에 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여론이 문제였다. 소비자들에게는 분명한 이익이지만, 상생이 화두가 되었던 당시 롯데마트의 이런 전략은 이전 이마트의 전략과 함께 상당한 부정적 여론에 휩싸였다.

급기야 청와대까지 나섰다. 정진석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트위터에 통큰 치킨을 비판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해당 이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영세 치킨 식당 사업자들은 물론 치킨 프랜차이즈협회 등으로부터의 날 선 비판이 이어 졌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는 “통큰 치킨 출시로 본의 아니게 영세 상인들에게 피해를 끼쳐 송구하다”고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절대 역마진이 아닌 저마진이다”고 치킨프랜차이즈협회의 고마진 정책을 짚으며 맞대응 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회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나도 2주에 한 번 정도는 치킨을 먹는데…비싸긴 하던데…”라는 언급을 해 롯데마트의 저마진 입장에 힘을 실어 주었다.

1주일 후 롯데마트는 더욱 놀라운 발표를 한다. 롯데마트는 “기존 프랜차이즈 치킨들의 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남아있는 통큰치킨 수만 마리를 기부하겠다‘는 폭탄을 던지고 통큰치킨의 판매를 중단해 버렸다.

이런 일련의 전략적 의사결정은 초기 당시에는 ‘소비자 이익’이 그 기반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소비자에게 품질 좋고 값싼 제품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자사의 소비자 철학도 강조 하는 노력이었다. 또한 롯데마트는 치킨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가격 구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소비자편에 섰다. 이를 통해 많은 소비자들에게 지지를 받았다.

판매 중단과 같은 전략적 의사결정을 통해 롯데마트가 얻은 실리들을 살펴 보자. 첫째, 청와대측에 대한 협조적인 자세를 즉각 표현해 기존 대 청와대 관계를 강화했다. 둘째, 영세치킨업자들로부터의 반발을 간단히 해소했다. 셋째, 치킨 프랜차이즈 협회측의 반발에 대해서는 소비자 입장에서 그들에게 ‘가격논란 부담’을 선물했다. 넷째, 언론과 온라인 여론의 비판을 해소했다. 다섯째, 공정위의 개입 가능성을 소멸시켰다. 여섯째, 경쟁구도에서 고안되었지만 실제 사업성은 없는 통큰 치킨 사업을 정리 해 버렸다. 일곱 번째, 엄청난 퍼블리시티를 획득했다. 이를 통해 롯데마트가 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인식과 소비자를 위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려 노력한다는 인식을 창출해 냈다. 마지막으로, 경쟁사를 견제하며 경쟁사에게 ‘저가 피자 판매 지속에 대한 부담’을 선물해 버렸다.

롯데마트가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하자, 소비자들은 그런 결정에 대해 아쉬워하며 그 불만은 치킨프랜차이즈 업계로 향했다. 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롯데마트를 공격하던 입장에서 공격받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경쟁사는 또 다른 부담을 안게 되었다. “롯데마트는 상생을 위해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하는데 왜 당신들은 계속 피자를 팔고 있는가?”하는 비판에 처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이미 지나간 이슈라고 생각했었는데, 경쟁사의 단호한 포기로 이슈가 재발화한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각종 사업과 제품과 관련되어 예측하지 못했던 사회적 여론에 휩싸여 고생을 한다. 물론 미리 예측을 하고 이에 대한 전략적 대비나 결정이 사전에 이루어지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단 자사의 결정이 사회적 여론에 가로막혀 진퇴양난의 고비를 경험할 때에는 롯데마트와 같은 ‘단호함’과 ‘여러 목적을 한꺼번에 이루어 낼 수 있는 묘안’이 큰 힘이 된다.

롯데마트는 1주일간의 실험을 통해 잃은 것 없이 사회적 여론을 단박에 잠재워 버렸다. 이와 함께 여덟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남는 장사를 하며 위기를 관리한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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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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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용민
원문 : http://goo.gl/VJgMf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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