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발생했다. 회사는 사고 수습에 우선 전력을 집중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주변 이해관계자들은 사고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 더 집중한다. 순간 말 많은 시어머니들과 참견하는 많은 시누이들이 생겨나는 꼴이다. 이런 와중에 스스로 중심을 잡고 입장을 정리해 핵심을 커뮤니케이션 한 기업이 있다. GS칼텍스의 이야기다.
2014년 1월 31일. 설날 연휴 아침 9시 35분경. 여수시에 위치한 GS칼텍스 원유부두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싱가포르 국적의 16만톤급 유조선이 접안하는 과정에서 송유관을 들이받은 것이다. 이 사고로 송유관 3개가 모두 파손되었다. 이내 배관 안에 있던 기름이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
GS칼텍스는 송유관이 파손된 직 후 곧바로 구간별로 설치된 밸브를 차단해 대량 유출사고를 막았다. 이와 함께 모든 인력들을 투입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기름을 차단하는데 집중했다. 이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언론과 지역 주민들은 사고 지역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정부 관계자들도 달려왔다. 정치인들도 방문 해 사고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사고 이후 논란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GS칼텍스는 언론을 통해 “관계기관, 지역주민들과 협력해 신속한 방제작업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정밀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를 확인해 피해 주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보상에 최대한 협조할 계획”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많은 기사들이 GS칼텍스의 핵심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 강조해 주었다. ‘주민 피해 최소화’라는 핵심이 이번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러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여수해경을 통해 기름유출량이 신고된 것과 다르다는 이야기들이 흘러 나왔다. 일부에서는 GS칼텍스가 일부러 유출량을 축소 보고 했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언론에서는 GS칼텍스가 늑장대응을 했다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GS칼텍스도 피해자’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보상책임 논란도 점점 거세져 갔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갑론을박하기 시작했다.
정부도 사고 수습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이 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때 잘못 찍힌 몇몇 사진들이 크게 회자되면서 언론의 앵글이 사고 현장 상황에 대한 추측으로 번졌다. 피해보상 대책회의가 열리고 있었지만, 국회 질의응답에서 ‘GS칼텍스가 1차 피해자’라는 이야기가 나와 정치권이 다시 들끓었다.
진작 사고가 난 현장에서는 GS칼텍스 직원들과 각지의 기관 및 자원봉사자들이 조용하게 피해 최소화를 위해 방제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후 말실수 논란으로 해양수산부 장관이 경질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마치 누군가 책임을 져야 이번 사고가 마무리 될 것 같다는 공감대를 가지는 것 같이 보일 정도였다.
이 즈음 GS칼텍스는 주요 일간지들에 광고를 했다. 회사 차원의 해결 의지를 피력한 것이었다. 광고 제목은 다른 기업들의 그것과는 달랐다. ‘사과문’ ‘해명문’ ‘사죄드립니다’ 같은 메시지가 아니었다. GS칼텍스는 “무엇보다 먼저 피해복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카피로 자신들의 의지와 함께 프레임을 정리했다.
여러 논란들이 많지만 현 상황에서 GS칼텍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피해복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 뒤 “전남 여수시 낙포동 원유 2부두에서 벌어진 싱가포르 국적의 우이산호 충돌 유류유출 사고로 인해 국민 모두의 마음에 걱정과 우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고 사과를 적었다.
GS칼텍스는 이어 “피해주민에 대한 빠른 보상과 완벽한 방제작업 마무리로 피해지역 주민들이 이번 일의 상처를 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협조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회사가 이번 위기관리의 최고 우선순위 이해관계자로 피해주민들을 꼽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사고 직후 발표된 그들의 공식입장과도 일치한다.
다음 이해관계자로 GS칼텍스는 사고 현장의 자원봉사자와 정부기관들을 꼽았다. “특히 추운 날씨에도 아낌없이 땀을 흘려주시는 자원봉사자와 해경, 여수시 및 국군장병 등 관계 기관 여러분의 큰 도움도 잊지 않고 마음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고 그들의 노고에 감사 했다. 마지막으로 GS칼텍스는 개선 의지와 함께 거래처들과 고객들에게도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많은 기업들이 사고를 겪으면 사고 수습에 전력을 다하다가도 이후 발생되는 어지러운 논란에 휩싸여 제대로 된 수습도 하지 못한 채 총체적인 위기관리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곤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에 대한 빠른 정리다.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이해관계자들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해 그들의 입장에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GS칼텍스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견고한 입장과 우선순위를 담아 일관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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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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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용민
원문 : http://goo.gl/oDTh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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