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임원이 일간지에 사표(?)를 냈다. 개인이 기고문을 통해 회사를 욕 하며 공개적으로 자신의 퇴직을 발표한 것이다. 기업들이 이런 어이없는 기고문을 접한다면 어떤 대응들을 할까? 이 와중에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를 빨리 생각해 낸 기업이 있다. 그들을 대상으로 강력하게 커뮤니케이션 해 지지를 이끌어 냈다. 지적 받은 일부 문제는 자신 스스로를 바꾸어 개선에 나섰다. 미국 골드만삭스의 이야기다.
2012년 3월 14일 아침. 뉴욕타임스(NYT)에는 이상한 기고문이 하나 실렸다. 세계적 투자은행이자 증권회사 골드만삭스의 그렉 스미스라는 이사가 보낸 기고문이었다. 이 임원은 놀랍게도 이 기고문에서 고객을 ‘멍청이’라고 부르며 무시하는 부도덕한 골드만삭스 문화를 고발했다.
골드만삭스에서 12년간 일한 그는 이날 회사를 떠나면서 일간지에 회사의 내부 실상을 적나라하게 공개해 버린 것이다. 그는 기고문에서 “고객과의 명예와 믿음을 중시하는 143년간의 골드만삭스 문화는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오직 고객을 이용만 하는 ‘악독하고 파괴적인’문화만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고문은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에는 청천벽력 같은 충격이었다. 골드만삭스 직원들은 물론 고객들과 동종업계 기업들에게 까지 널리 회자가 되며 언론으로부터 집중적 관심들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가만히 있지 않고 신속하게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 대변인은 “고객이 성공해야만 회사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며 골드만삭스는 이런 원칙하에 경영되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 이 기고문을 즉각 반박했다.
같은 날 바로 로이드 블랭크페인(Lloyd C. Blankfein) 골드만삭스 회장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내부 메모를 배포했다. 블랭크페인 회장은 ‘오늘 자 뉴욕타임즈 기고문에 대한 우리의 답변(Our Response to Today’s New York Times Op-Ed)’라는 제목의 내부 메모를 통해 “우리의 가치관을 반영하지 않은 전직 직원이 쓴 주장을 읽고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주장이 자사 골드만삭스 3만여 직원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고, 반영 할 수도 없다.”고 단호하게 입장을 밝혔다.
블랭크페인 회장은 기존 골드만삭스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원 서베이 결과를 다양하게 인용하면서 뉴욕타임즈 기고문 주장에 대해 반론을 폈다. 전직원의 85퍼센트가 회사 자체와 회사가 일 하는 방식에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고객들의 89퍼센트가 골드만삭스가 그들을 위해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답한 고객 서베이 결과도 언급했다. 그는 “이 긍정적 답변 비율은 오늘 자 뉴욕타임즈 기고문을 쓴 전직 임원과 비슷한 직급인 사내 1만 2천명 부사장들의 긍정적 의견 비율과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골드만삭스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단 문제를 발견하게 되면 그것에 대해서는 아주 심각하고 근원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좀더 소통을 강화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약속했다. 이 내부 메모는 자연스럽게 언론에서도 주목을 했고, 주주들과 고객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공유가 되었다.
이후 블랭크페인 회장은 180도 태도를 바꾸었다. 고고하게 어깨에 힘을 주던 월가 CEO의 모습을 싹 빼버렸다. 이전에는 거의 언론 접촉을 하지 않고 비밀주의를 지키던 블랭크페인 회장이 대외 활동을 강화하면서 언론과의 스킨십을 마다하지 않게 변화 한 것이다.
그는 뉴욕타임즈 기고문 파동 직후부터 CNBC, 블룸버그 등 언론과 잇따라 인터뷰를 확대하고 골드만삭스의 홍보맨으로 뛰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각종 포럼, 컨퍼런스 등에도 얼굴을 적극적으로 비추기 시작했다. 논란 이후 땅에 떨어진 회사의 평판 개선을 위해 그 동안 비판을 받아 왔던 실적위주의 임직원 성과보상 시스템도 확 바꿔버렸다.
자사 핵심 임원이 유력지에 기고문을 통해 공개적으로 회사를 비판하며 사표를 냈다는 이슈는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충격적인 것이다. 하지만 이 충격에 대응 해 골드만삭스는 숨거나 침묵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고경영진은 정신을 차리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면서 ‘기업 평판은 직원으로부터 나온다’는 원칙을 다시 기억했다. 이들을 향한 내부 메모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직원과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베이 결과들을 적극 인용해 퇴직 임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일개 해프닝에 대한 대응과 논리적 반박에만 위기관리를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회장 스스로 자신을 변화시켰다. 대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기자를 연이어 만나고 밖으로 나가 연설 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위기관리 전략은 그 대부분이 회장 스스로 자사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파악에 기반한 것이었고, 그 핵심 타겟은 일관되게 임직원들이었다. 위기 시 가장 강력한 리더십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바라는 모습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리더십이다. 이런 리더십이 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한다.
[참고] 골드만삭스 경영진의 내부 메모
March 14, 2012
Our Response to Today’s New York Times Op-Ed
By now, many of you have read the submission in today’s New York Times by a former employee of the firm. Needless to say, we were disappointed to read the assertions made by this individual that do not reflect our values, our culture and how the vast majority of people at Goldman Sachs think about the firm and the work it does on behalf of our clients.In a company of our size, it is not shocking that some people could feel disgruntled. But that does not and should not represent our firm of more than 30,000 people. Everyone is entitled to his or her opinion. But, it is unfortunate that an individual opinion about Goldman Sachs is amplified in a newspaper and speaks louder than the regular, detailed and intensive feedback you have provided the firm and independent, public surveys of workplace environments.
While I expect you find the words you read today foreign from your own day-to-day experiences, we wanted to remind you what we, as a firm – individually and collectively – think about Goldman Sachs and our client-driven culture.
First, 85 percent of the firm responded to our recent People Survey, which provides the most detailed and comprehensive review to determine how our people feel about Goldman Sachs and the work they do.
And, what do our people think about how we interact with our clients? Across the firm at all levels, 89 percent of you said that that the firm provides exceptional service to them. For the group of nearly 12,000 vice presidents, of which the author of today’s commentary was, that number was similarly high.
Anyone who feels otherwise has available to him or her a mechanism for anonymously expressing their concerns. We are not aware that the writer of the opinion piece expressed misgivings through this avenue, however, if an individual expresses issues, we examine them carefully and we will be doing so in this case.
Our firm has had its share of challenges during and after the financial crisis, but your pride in Goldman Sachs is clear. You’ve not only told us, you have told external surveys.
Just two weeks ago, Goldman Sachs was named one of the best places to work in the United Kingdom, where this employee resides. The firm was the highest placed financial services company for the third consecutive year and was the only one in its peer group to make the top 25.
We are far from perfect, but where the firm has seen a problem, we’ve responded to it seriously and substantively. And we have demonstrated that fact.
It is unfortunate that all of you who worked so hard through a difficult environment over the last few years now have to respond to this. But, our response is best demonstrated in how we really work with and help our clients through our commitment to their long-term interests. That priority has distinguished us in the past, through the financial crisis and today.
Thank you.
Lloyd C. Blankfein
Gary D. Cohn
# # #
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 # #
글 : 정용민
원문 : http://goo.gl/rU5euO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