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를 설립하고 얼마 전 R&D센터 건설 계획을 밝히는 등 국내 시장을 두고 화웨이가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가 잘 모르는 화웨이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첫째는 화웨이는 네트워크 통신 장비 시장에서 시스코에 이어 전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국내에 지사를 설립하고 스마트폰을 내놨지만 이 분야는 화웨이가 주력으로 삼는 엔터프라이즈와 네트워크, 컨슈머 비즈니스 3개 중 하나인 것. 컨슈머 비즈니스는 화웨이 전체 중 24%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는 기술 중심 기업이라는 것. 화웨이는 전 세계 직원 17만 명 가운데 R&D 인원만 7만 명에 달할 만큼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395억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51억 달러를 R&D에 투자할 만큼 공격적인 기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내에도 R&D센터 건설 계획을 밝혔지만 이미 중국 외에도 인도와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전 세계 각지에 보유한 글로벌 R&D센터 수만 해도 16개에 달한다.
화웨이는 또 중국 심천과 상하이에 제품 양산 전 품질 테스트를 위한 테스트랩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기술 개발 덕에 LTE 관련 분야의 경우 특허 보유 건수가 전 세계 1위라는 설명이다. 컨슈머 분야의 경우에도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자사가 필요로 하는 모바일AP 가운데 50%를 공급받고 있다. 모바일 운영체제도 안드로이드 OS를 커스텀한 이모션UI(Emotion UI) 등을 직접 개발해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세 번째는 한 해 이 회사가 팔아치우는 스마트폰 판매량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화웨이의 컨슈머 비즈니스, 그 중에서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지난해 5,200만 대에 달하는 판매량을 보였다. 올해 판매 예상치는 8,000만대다. 시장 점유율은 IDC가 발표한 올해 2분기 자료를 기준으로 6.9%로 세계 3위를 기록했다. 물론 3분기에선 샤오미가 3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화웨이는 1,000위안 이하 저가 모델이 아닌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값싼 가격 경쟁보다는 품질 경쟁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어센드 P6 같은 모델의 경우에는 올해 3월까지 전 세계 100개 국가에 400만대를 팔았고 어센드P7은 5월 발표 이후 9월 말까지 300만대를 팔았다. 화웨이의 에다 쉬(Ada Xu) PR 디렉터는 “9월 베를린에서 발표한 어센드 메이트7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듯 가격이 3,699위안”이라면서 1,000위안 이하 저가형 중심 경쟁으로 성장하는 다른 중국 스마트폰 회사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 한국 시장 적극 공략 의지=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양극화 현상이 크다. 2,000위안 이하 중저가 스마트폰이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해도 2012년 기준으로 보도 46%에 달한다. 1,000위안 이하 저가형을 따로 뽑아도 23.3%다. 화웨이는 저가형보다는 프리미엄 중심으로 시장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에다 쉬 PR 디렉터는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신흥 스마트폰 회사의 급성장에 대한 대처를 묻는 질문에 “화웨이는 네트워크와 엔터프라이즈, 컨슈머 3가지 분야를 고르게 갖춘 기업이지만 샤오미는 이 중 컨슈머 한 개 부문과 비슷하다”는 말로 화웨이가 다른 시장에서의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최근 진출한 국내 시장에 대해서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에다 쉬 PR 디렉터는 “프로덕트가 바로 브랜드”라면서 중국이나 서유럽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국 시장 역시 중점 시장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시작 단계여서 판매량이 부족한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어센드 X3 외에도 최신형 모델이 아직 국내 시장에 들어오지 않는 점에 대해선 화웨이의 다른 프리미엄 모델도 국내 시장 출시를 위해 준비 중이지만 이동통신사나 다양한 채널들과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처럼 인터넷 직판 체계가 유행하는 곳에선 화웨이도 아너 시리즈 같은 라인업을 중심으로 공을 들이고 있지만 우리나라 시장의 경우 이동통신사를 비롯한 다양한 채널과의 사전 협의가 있어야 출시가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화웨이 측이 프레젠테이션 맨 마지막 페이지에 보여준 문구는 “We are long distance runners”다. 화웨이는 치고 빠지는 식의 국내 시장 진입이 아닌 길게 보고 달리고 있다는 점을 국내 소비자에게 알리려 하고 있다. 단순 제품 출시 뿐 아니라 R&D센터 설립 등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 화웨이가 던지는 중국의 메시지=10여 년 전 중국을 찾았을 때만 해도 중국 업체가 강조하던 건 규모의 경제와 직접 얘기는 안 했지만 값싼 노동력, 이를 통한 원가 경쟁력에 있었다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은 더 이상 원가 경쟁력을 말하지 않는다. 화웨이는 그들의 비전을 말하고 싶어 했고 R&D와 기술력을 강조했다. 이들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아마도 ‘메이드 인 차이나’의 변화다.
물론 IT 시장에서 원가 경쟁력은 당연하다. 기술 평준화가 이뤄지면 가격 경쟁이 시장을 주도하는 하드웨어의 패턴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미 원가 경쟁력을 보유한 중국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자국의 풍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키우고 있다는 건 상당히 의미심장한 변화다. 여기에 기술이 더해진다는 건 좁쌀 하나의 습격 이상이 될 건 분명하다.
하드웨어의 질적 변화는 과거 값싼 제품에 불과했던 중국산이 ‘값싸고 좋은’ 제품이 된다는 건 스마트폰만 따져 봐도 중저가 시장이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상당한 파괴력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인가젯이 발표한 11월 4일자 스마트폰 평가 랭킹(LG경제연구원)을 보면 TOP15 안에 중국 스마트폰이 4종이나 이름을 올렸다. 화웨이는 올해 1∼2분기 전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다른 변화는 소프트웨어 파워를 키우려 한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전통적으로 하드웨어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던 기업이다. 하지만 현지 화웨이 담당자는 현지 캠퍼스를 소개하면서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폭 충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지금보다 앞으로 몇 년 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갖추고 여기에 네트워크와 서버 등 다른 인프라 연동까지 가시화된다면 전 세계 시장에 중국이 던지는 샤오미와는 또 다른 메시지가 될 것이다.
글: LSWCAP
원문: http://lswcap.com/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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