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벤처캐피털인 세콰이어 캐피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이 있다고 한다. “Why now” 즉 어째서 내가 지금 이 사업을 시작해서 성공할 수 있는가에 대해 창업자들이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동시간대 살면서 현재 기술과 문화 수준, 그리고 사회적 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에 지금 반응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를 창업자가 찾아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우버 처럼 위치를 기반으로 운전자와 탑승자가 서로를 찾아내서 모바일로 중간에서 이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었던 것은 위치기반 기술이 보편화돼 있고 스마트폰을 누구나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피처폰 위주의 시장에서는 우버와 같은 서비스는 사용자들에게 주목받기 힘들었을 수 있다.
e-잉크라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보편화 돼 있었지만 아마존 킨들이 나오기 전까지 전자책 하드웨어 시장과 서비스는 성장성 면에서 시장의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아마존 킨들은 대히트를 기록했고 전자책 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었다. 왜 그 전에 삼성과 소니 등 유수의 전자책 제조사들은 성공하지 못한 일을 아마존 킨들은 가능했던 것일까.
바로 3G 네트워크가 보급되던 당시 상황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아마존은 3G 네트워크가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의 무선망을 임대해 가상 이동 통신망 사업자(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로 등록했다. 그리고 킨들 전용 요금제를 만들고 킨들 내부에 3G 모듈을 심어서 시장에 싼값으로 내놓았다. 보조금을 활용해 최신 스마트폰을 요금제와 묶어 싸게 판매하는 일반적인 전략을 전자책 단말기를 팔면서 활용한 셈이다.
이렇게 전자책이 무선 기능을 탑재하고 인터넷 서점으로 성장한 아마존의 막강한 전자책 쇼핑을 위한 플랫폼이 갖춰지자 킨들의 시장장악은 의외로 빠르게 진행됐다. 소비자들은 어디서나 전자책을 다운로드받아 구매했고 옆에 있는 동료가 보는 책을 당장이라도 다운로드할 수 있었던 것이 주효했다. 하드웨어 그 자체보다는 통신 기술의 발달이 전자책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준 셈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3D 프린터에게도 ‘결정적 순간’이 존재한다. 애초에 3D 프린팅 기술은 아주 최근의 기술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통적’인 기술에 속한다. 1981년 3D 프린팅 기술의 역사가 시작되니 말이다. 일본의 나고야시립연구소 히데오 코다마가 개발하고 이를 1984년 미국의 찰리스 헐(Charles Hull)이 입체인쇄술(Stereolithography)이란 제목으로 3D 프린터 기술 특허를 출원했고 이를 이용한 상용화는 1988년 3D시스템즈라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주로 고가의 산업용 시제품을 제작하거나 비행기 등 고가 정밀 기기에 필요한 소량의 부품을 제조할 때 사용되던 3D 프린터가 최근 들어 주목받게 된 것은 2006년부터 시작된 렙랩(RepRap)이란 오픈소스 데스크탑용 3D 프린터 제조 방식 때문이다. 렙랩은 독특하게 3D 프린터 원형의 기술적 제원은 물론 기술 방식, 디자인을 공개해 누구나 이를 활용해 3D 프린터를 제조하거나 약간의 변형을 가해 새로운 3D 프린터 키트를 배포할 수 있다. 저가형 3D 프린터가 보급될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이 온 셈이다.
가까운 예로 애니팡으로 유명한 선데이토즈는 창업 당시 ‘토즈’라는 임시 회의 공간 대여 사업이 있었기 때문에 창업자들이 회사에 다니면서 창업을 주말에 준비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또한 아쿠아스토리라는 게임으로 2011년 네이트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수익면에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가 모바일 무료메신저로 승승장구하던 카카오톡 게임하기 플랫폼에 올라타면서 본격적인 성공 모델을 만들 수 있었고 거꾸로 거대한 무료 메신저 시스템으로 엄청난 비용만 들이던 카카오톡으로서는 본격적인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견하게 되었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주인공으로도 잘 알려진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 CEO 엘런 머스크는 올해 6월 자사가 보유한 전기차 특허를 전면 무료로 외부에 허용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른바 ‘짝퉁 테슬라’가 나와도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외롭게 홀로 서느니 전기차 시장에 경쟁자들을 등장시켜 새로운 시장의 확대를 노린 셈이다. 마치 IBM이 PC의 제조 사양과 기술을 공개해 호환 PC 시대를 열었던 것과 비견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테슬라 역시 하드웨어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능이 상당 수준 올라온 시점에서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었다. 테슬라는 회사 설립이 2003년이었지만 2009년에야 첫 전기차 양산모델인 로드스터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최근 만나본 창업자 다수가 남들의 성공만을 따라 창업해서 너무 늦었거나 ‘결정적 순간’이 과연 지금인지 앞으로 올 것인지 판단이 흐린 상태로 창업을 도모하고 있다.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통찰력이 창업의 시작이다.
글: 그만
원문 : http://goo.gl/gdzb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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