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토의 심천 유랑기 #2] 폭스콘부터 화창베이까지..중국 심천의 모든 것

올바른 걸음걸이를 안내하는 차세대 웨어러블 디바이스 ‘아키밴드’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직토(Zikto)’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심천을 다녀왔습니다. 그 견문록을 벤처스퀘어에 기고해 주셨습니다. 해당 기고는 2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심천 이틀째
오늘은 심천 외곽에 있는 공장 2곳과 미팅이다. 심천에 모든 공장은 다 외곽에 있는 관계로 이동시간만 왕복 2시간이다. 중국은 정말 광활한 대륙임을 실감한다. 1시간 동안 이동해서 공장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공장 퀄리티가 좋다. 공장설비에 대해서 많은 지식이 없는 내가 봐도 매우 체계적이며 자동화가 잘 되어 있다. 중국의 부품공장과 거래 시 최소주문수량(MOQ)은 매달 10만 개라고 한다. 중국의 어마어마한 규모의 경제가 놀랍기만 하다.

그림2-horz배터리 공장은 대부분 자동화가 되어 있었고, 필요한 부분에만 노동자가 투입되어 있다.

부품 공장에서는 배터리 공장과 모터 공장을 방문했다. 중국은 한국보다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노동 집약적인 작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자동화가 되어 있었고, 반드시 인력이 필요한 부분에만 노동자가 투입되어 있었다. 노동자들의 나이는 대략 15-17세 청소년으로 보였다.

그림4-horz모터 공장은 매우 빠르고 정확했다. 무엇보다도 저렴했다.

모터 공장은 배터리 공장보다 R&D 준비도가 높았다. 사무실 바로 옆에 연구실이 있어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제품을 즉석에서 보여준다고 했다. 납기일도 한국에 받은 견적보다 훨씬 빨라서 여러모로 기회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림6-horz정밀한 작업을 수행하면서 제품 품질도 우수했다.

고도의 정밀함이 요구되는 작업은 기계와 인간의 인력 분배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QA 검수도 활발했다. 작업 과정을 보며 ‘중국산 제품=불량품’이라는 고정관념을 씻어낼 수 있었다. 사무실 한 쪽에는 해외 인증이 완료된 인증서들을 전시해 놓았다. 기술적 자신감이 돋보였다.

미팅하는데 영어가 안 통한다. 우리는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미팅하고 있다. 답답하다. 중국말로 자기들끼리 5분을 이야기하고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통역은 15초 만에 끝난다. 이번 출장을 통해 느낀 점은 중국은 중국어를 못하면 진출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아는 중국 단어는 ‘시에시에’와 ‘짜이찌엔’ 밖에 없었다. 부끄러웠다. 다만 깊이 감명받은 것은 말은 통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매우 순수하다는 점이다. 직토는 아직 스타트업인데 극진한 대우를 해주셔서 아직도 감사하다.

그림8-horz화창베이는 용산 전자상가와 뉴욕 타임스퀘어가 뒤섞인 느낌이었다.

드디어 모든 미팅을 끝내고 오후에 화창베이 도착했다. 화창베이는 로호에서 15분 정도 떨어져 있다. 우리나라의 용산 전자상가와 뉴욕의 타임스퀘어가 뒤섞인 느낌이다. 사람도 많고, 시끄럽고, 공기도 좋지 않다. 거대한 전자상가들이 분야 별로 단지를 이루고 있으며, 대부분의 중국 최신 제품들이 가장 먼저 선보여지는 시장이라고 한다. 이곳의 짝퉁 전자제품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최신 트렌드는 파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품과 짝퉁이 마구 뒤섞여있으므로, 물건을 살 때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림11-horz화창베이의 SEG는 5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스마트폰 관련 매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방문했던 SEG의 경우 대부분 스마트폰 관련 제품을 취급하는 곳이었다. 5층짜리 거대한 건물이 통째로 스마트폰 관련 매장이다. 주로 스마트폰, 짝퉁 스마트폰, 스마트폰 주변기기, 모바일 디바이스가 주류였고, 곳곳에서 아이폰에 대한 중국인의 뜨거운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얼마 전 아이폰이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심천 현지에서 느낀 바로는 1위와 2위의 격차가 꽤 커 보인다.

그림14-horz매우 저렴한 가격에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살 수 있다. 하지만 모두 짝퉁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2-3만 원이면 갤럭시 기어와 비슷한 제품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제품의 다양성에 비해 기술력은 크게 뒤진다. 실제로 한국이나 그 외 다른 해외 제품들과 유사한 디자인을 지닌 제품이지만 내장된 소프트웨어는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중, 하위권 제품은 매우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겠지만, 기술적으로 월등히 뛰어나야 하는 고급 제품은 아직 수준 차이가 크게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17-horz화창베이에서 발견한 테크 트렌드 3가지. 드론, 광학렌즈, 광학유리.

화창베이 시장에서 발견한 차세대 테크 트렌드 3가지가 있다. 첫째는 드론. 둘째는 스마트폰 액세서리 중에서 카메라 렌즈에 부착해서 줌을 할 수 있는 광학렌즈. 세 번째는 보호필름에서 한 발 더 나간 강화유리이다. 드론의 경우 ‘심천 DJI’라는 업체를 필두로 드론 산업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드론을 날리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음날

오늘은 심천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파악하기 위해서 셴젠웨어와 폭스콘(FOXCONN)이 지원하는 킥투리얼(Kick2real)을 방문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폭스콘 공장 방문이 가장 기대된다. 첫 일정으로 셴젠웨어를 방문했다.

그림19-tile셴젠웨어는 우리나라의 디캠프처럼 창업 초기 단계 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셴젠웨어는 한국의 디캠프처럼 창업 초기 단계의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소규모 사무공간과 네트워킹을 제공하는 곳이다. 역시나 디캠프와 느낌이 매우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한 두 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하드웨어 제품이 생산된다는 것이다. 놀랍기만 하다.

그림23-horz아파트, 수영장, 공장지대, 쇼핑몰까지. 폭스콘 공장은 그야말로 대규모 대학 캠퍼스였다.

드디어 고대했던 폭스콘 공장에 도착했다. 공장 단지가 정말 컸다. 대규모 대학 캠퍼스라고 볼 수 있다. 아파트, 수영장, 공장지대, 쇼핑몰까지 모두 모여있었다. 여러모로 중국은 몹시 웅장하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폭스콘의 인큐베이팅 회사인 킥투리얼(Kick2real)과 미팅을 했다. 역시 여기서도 영어가 안 통했다. 킥투리얼은 하드웨어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며, 아이디어를 제출할 경우 심사를 거쳐 프로토타입부터 홍보까지 도와 준다. 플렉스트로닉스(Flextronics)의 Lab9 모델과 비슷했다. 현재까지 600개 정도의 아이디어가 제출되어 20개 정도가 채택되었다고 한다.

폭스콘은 심천, 베이징, 하이난 지방 등 중국 본토 내부에 공장들이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심천 공장은 백색가전 (Home Appliance)을 취급하는 곳이었다. 애플 등의 최신 하이테크 기기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몹시 아쉬웠다.

출장을 끝마치며
심천은 아직도 발전의 여지가 무궁무진한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부문에서는 IT 분야에서 한국보다 더 발달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앞으로 전략적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일궈낸 발전보다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가 더 많아 보였지만, 한국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꼭 한번 방문해봐야 하는 곳임에는 분명하다.

글: 직토(Zikto) CFO 서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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