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이벤트가 조금전 끝났습니다. 애플 워치(Apple Watch)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는 항간의 루머에 걸맞게(?)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애플 워치였습니다. 이벤트 전체를 놓고 볼때 대미를 장식하는 순서였고 시간 할애도 가장 많았기에 애플 워치를 위한 이벤트라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애플 워치는 사전에 너무 많은 정보들이 유출되었던 탓에 큰 감흥이 없었습니다. 더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작년 애플 행사에서 처음 공개된 이야기에서 루머를 통해 사전 공개된 가격과 다양한 라인업 이상도 이하도 없었습니다.
애플 워치는 독보적이었습니다. 대형 제조사들이 내놓은 스마트 워치 제품들에 비하자면 완성도가 상당히 높았고 스마트 워치를 어떻게 포지셔닝 시킬 것이냐의 관점에서 기존의 시계 시장, 그것도 스포츠형 시계부터 럭셔리 악세사리로서의 시계까지 커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전체 제품 라인업이 애플 사상 가장 복잡하다고 할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손목시계라는 카테고리가 개인의 개성을 나타내고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수단, 즉 악세사리의 관점에서 스마트 워치를 봤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최근 그 위상이 높아진 중국이 1차 출시국에 포함되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고 갤럭시 웨어러블 기기의 영향을 받은 듯 사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전화를 걸고 받는 기능이 추가된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너무 김이 빠진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행사장에 모였던 사람들 역시 신제품을 이미 너무 잘 알고 온 탓인지 간헐적인 박수와 환호조차도 객석 곳곳에 앉은 애플 직원들이 주도한것이 아니냐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최저 349달러에서부터 10,000달러를 넘는 초고가 제품까지 자리잡은 애플 워치는 아이패드의 전례를 따를지 아이폰이 걸어간 영광의 길을 따라갈지 가늠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정작 행사 전반에 걸쳐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것들은 따로 있었습니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내장한 맥북이었습니다. 애플의 노트북 라인업은 경량의 휴대성을 강화한 맥북 에어(Macbook Air)제품군과 다소 무겁지만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가지고 있는 맥북 프로(Macbook Pro)로 나뉘어져있습니다. 이제 여기에 맥북(Macbook)이 추가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맥북 에어의 위치를 자사의 다른 제품이 위협하는 재미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새로 발표된 맥북은 가볍고, USB 3.1 로 통합된 포트 하나만 내장하고 있는 하루종일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임을 알렸습니다.
이제는 필수 컬러가 된 금빛의 맥북까지 등장하면서 바야흐로 중국이 애플에게 있어서 가장 큰 시장임이 다시 한 번 증명된 듯 합니다. 물론 금색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있겠지만 10억 이상의 인구가 포진해있고 지난 4분기 애플에게 영광을 안겨준 중국을 감안하지 않았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가격은 맥북 에어보다 다소 비싼 포지셔닝이지만 제품의 소재에서부터 마감까지, 그리고 남들이 신경쓰지 않을 것 같은 키보드에 대한 고민과 터치패드의 진일보가 합쳐져 애플 워치보다도 이번 행사의 주인공이라 불리울만한 스펙으로 공개가 되었습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단연 리서치 킷(Research Kit)이 독보적이었습니다. 하드웨어를 만들고 플랫폼을 만드는 기업이지만 시장에 제품을 내놓고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애플은 그 어떤 경쟁사도 따라올 수 없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누적 판매대수가 7억대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중국에서 지속적인 판매 신장을 하고 있는 애플 기기를 통해 난치병, 불치병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으고 그 피드백을 공유한다는 생각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물론 기업의 이런 활동들은 여전히 “영리 활동”에 어느정도 속해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프라이버시와 기업들이 제공하는 혁신적인 기능 사이에서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겠지만 애플은 “우리는 당신의 정보를 저장하지 않는다”는 메세지로 한번 더 임팩트를 줍니다. 이런 그들의 움직임은 이미 시장에 발표된 애플 페이(Apple Pay)에서도 이야기된 바가 있습니다. 구글 월렛과 같은 시장의 경쟁 제품, 서비스에게 애플 페이가 내세우는 가장 큰 아이덴티티 역시 “우리는 당신의 결제 정보를 보지 않는다” 였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제조사이고 하나의 벤더(Vendor)이지만 동시에 자신들의 이미지와 철학을 제품과 함께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출시하는데 있어서 철학이 없다면 그 제품은 영혼이 없는 제품과 비슷할 것입니다. 특히나 기술의 발전 속도와 복제의 속도가 거의 동일해진 동시대에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비슷한 제품들 사이에서 어떤 가치를 사용자에게 주고 그것을 통해 어떤 무형의 의미를 만들어 낼 것인가가 중요하기도 합니다.
바르셀로나의 MWC 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새로운 제품을 공개하고 혁신의 선두주자임을 주장했지만 결국 “기승전애플” 이라는 우스갯 소리처럼 다시 사람들의 입에는 애플 워치를 포함한 오늘 발표된 많은 내용들이 오르내릴 것 같습니다. 애플 워치 자체에서는 시장의 다른 플레이어들과 기술적인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애플 워치를 바라보는 애플의 시각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단순히 새로운 제품 뿐만 아니라 전체 라인업에 걸쳐서 지속적인 철학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무척 재미있는 이벤트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 노피디
원문: http://goo.gl/7rQ8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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