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로 살던 루이변(Louis Byun) 대표는 어느 날, 밤새워서 일한 후 퇴근해 무척이나 무거운 가방을 하나씩 메고서 술집으로 들어가는 직장 동료들의 뒷모습이 평소와는 다르게 보였다고 한다. ‘나도 10년 후에는 저렇게 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는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인생 10년 계획’을 세우고 국내외 여러 회사에서 경영, 마케팅에 대한 실무를 차례대로 익혔다.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에 옮긴 그에게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 했던가, ‘그럼 이제 뭘 해야 할까? 요즘 같은 세상에 80살까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하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러던 중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들과 협업하여 아마존과 애플에 30권의 동화책을 출판했던 프로젝트가 그에게 결정적 힌트를 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개발 경력을 집대성한 책 ‘블루투스: 저에너지 무선기술(2010)‘로 생각지도 못한 여러 기회를 접했던 그는 “책이면 어떤 산업이든 연결되겠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마침내 ‘아이패드’ 기기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그는 창업을 결심한다. 인터뷰를 위해 가산디지털단지 내 ‘오렌지디지트코리아(Orange Digit Korea)‘ 사무실을 찾았다.
Q. 창업 당시의 상황은.
■ 전자책 저작 툴과 플랫폼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게 돼
모바일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반도체 산업의 통신 시장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디스플레이를 가진 스마트 기기들이 시장에 넘쳐나기 시작하면 모바일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확대된다. 나는 지난 7년간 글로벌 반도체 마케터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통신시장과 IT, 그리고 출판시장을 접목할 수 있는 시장 동향을 꾸준히 조사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주로 시장 진입의 초기 단계를 고민하였다.
회사를 나오기 2년 전부터 디지털 모바일 콘텐츠를 전 세계에 유통하고 그에 따르는 저작권을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회사 로고, 웹사이트 도메인 등의 준비를 하다가 퇴사 후 6개월간 본격적인 창업 준비를 하였다. 2011년 12월 오렌지디지트 미국 법인회사를 설립 후 2012년 9월에 한국 법인 회사를 설립하였다.
처음 목표는 “전자책 한 권을 만들어 전 세계에 팔겠다.”였다. 그러나 전자책 제작은 쉽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효과가 들어가야 하므로 프로그래머, 디자이너가 있어야 했다. 인건비 이슈가 있으니 그러면 이걸 만들 수 있는 저작 툴을 개발하자는 생각에 다다르게 되었다. 미디어 융합 플랫폼 ‘뷰포터(ViewPorter)‘과 그 안에 있는 전자책 개발 툴 ‘이펍3 에디터(EPUP3 Editor)’, 그리고 디지털 콘텐츠 스토어 ‘오렌지 4D(Orange 4D)‘ 등을 개발하였다. 일명 ‘모바일 디지털 콘텐츠 왕국’으로 가는 여정을 시작한 셈이다.
Q.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 모바일 디지털 콘텐츠 제작/유통 플랫폼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하는 것은 경쟁이 아니라 배움의 연속이다. 우리는 모바일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업이다.
뷰포터라는 융합 플랫폼 안에는 에디터, 컨버터, 뷰어, CMS 서버, 앱 메이커, 디지털 콘텐츠 스토어 등이 있다. 2012년 9월에 애플(Apple), 아마존 킨들(Amazon Kindle), 반스앤드노블 누크(Barnes & Noble NOOK), 코보 이북스(kobo eBooks), 구글 플레이북스(Google Playbooks)와 출판 계약을 맺었다. 2013년 11월에 서비스를 출시했을 당시에는 글로벌 호환 포맷에 대한 인지도와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 대한 낮은 인지도로 인해서 우리의 사업을 설명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영상, 소리, 대화형 프로그래밍 코드 등이 융합된 형태로서의 결과물이 바로 전자책이기 때문이다.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등의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과 국제 전시회 참여를 통해 사용자를 모으기 시작해 현재 영국, 독일, 미국 등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16,000명의 사용자가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큰 비용을 들여 인쇄하던 사보, 잡지, 신문, CD 음반을 저렴한 비용의 전자책, 앱으로 만들어 전 세계에 출판할 수 있고, 모든 기기에서 공유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오렌지 4D 스토어와 뷰포터 플랫폼의 B2B 사업, 그리고 디지털 콘텐츠 제작 서비스를 통해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오렌지 4D의 경우, 우리 회사가 전자책 시장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가장 먼저 만든 개방형 미디어 플랫폼이다. 각각의 영역에서 한정적인 퍼블리싱을 했던 음악가, 미술가, 영상작가, 사진작가와 프로그래머들이 오렌지 4D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한 디지털 콘텐츠를 전 세계에 판매하고 일정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이다. 또한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Q. 사무실 벽에 ‘Respect, Sharing, Fitter, Sustainability’라고 쓰여있는 종이가 눈에 띈다. 회사 철학인가.
■ ‘Fittest’가 아니라 ‘Fitter’가 살아남는다
10여 년 동안 여러 회사에 다니면서 느낀 건, 회사의 기준이 있어야겠다는 거였다. 그래서 회사 설립 전에 우리의 기조 4개를 만들었다. 팀원 간에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등 서로를 동등한 관계로 존중하자는 뜻에서 ‘Respect’, 모든 일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협업을 해야 하므로 ‘Sharing’, 시장과 고객 맞춤 경영을 통해 변화에 충실히 대응하고 적응하자는 뜻에서 ‘Fitter’를 강조한다. 시장에서 ‘Fittest’, 최고가 살아남는 게 아니다. 이런 기조를 지켜나간다면 회사는 자연스럽게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를 확보하게 된다.
Q.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
■ 모바일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해나갈 것
본격적인 중국 시장 진출 채비를 하고 있다. 며칠 전에 중국출판수출입공사(CNPIEC)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돌아왔다. 중국의 경우 전자책을 수출하려면 반드시 시장의 50%를 독점하고 있는 출판수출입공사를 거쳐야 한다. 이 경로를 거치지 않으면 불법 콘텐츠가 돼버린다. 오렌지디지트는 향후 CNPIEC와 함께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을 중국에 구축하는 것에 대해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
모바일 디지털 콘텐츠는 모바일 데이터이다. 이 점에서 통신 시장과 유사하다. 앞으로 뷰포터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를 통해서 많은 3D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3D 홀로그램도 포함된다. 쉽고 간편한 이동이 가능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미래의 디지털 콘텐츠 왕국을 만들고 싶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중요해지는 게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이다. 우리나라가 어렵던 시절(일제식민지, 6·25전쟁) 찍었던 사진의 저작권을 누가 갖고 있는 줄 아는가? 미국이 다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의 가치를 인지하고 확보해야 한다. 나는 저작권이 회사가 100년, 200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뷰포터를 통해 많은 사람이 상상하고 이를 현실에서 실현했으면 한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
■ 목표의식이 인생의 가장 큰 원동력
나는 힘든 일이 생겨도 거기에 매여있지 않는다. 힘든 일도 금방 잊어버리고 화나는 일도 금방 풀어버리는 스타일이다. 원래 마음에 담아두지 않을뿐더러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이 된다. 내가 아는 대표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내게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면 만나지 않는다.”고. 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건 내게 할 일이 있고 ‘저기를 가야 한다’는 목표의식이 있다면 그 중간의 일들은 다 과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나는 10년 후에 저걸 할 거니까’라고 상상하고 계획을 세운다. 그게 인생을 사는 데에 덜 흔들리는 방법이고, 할 일이 있으므로 내가 여기서 흔들리는 시간이 오히려 아까운 것이다. 목표가 없는 게 더 힘든 것이라고 본다. 회사에 다니다 보면 35살 즈음에 방황하게 된다. 그러나 목표를 세워놓고 그에 따른 계획을 세운다면 ‘방황의 시기’가 ‘준비의 시기’가 된다.
또한, 나는 ‘병렬적’으로 살지 않으면 자신의 꿈을 다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다닌다면 회사와 자신 간의 인터페이스를 이뤄야 한다. 병렬적으로 사는 삶이 스트레스도 적게 받는다. 예를 들면 외국에는 스포츠 국가대표선수이면서 변호사이면서 출판사 사장인 사람이 있다. 나는 사업, 가족, 취미생활 등 앞으로의 계획을 병렬로 짜도록 노력함으로써 각각의 기둥들을 정확히 형성시켜 80살까지 열심히 땀 흘려 일하며 살기를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인다면 지금까지 회사를 믿고 성장해준 동료이자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초기 스타트업의 성공은 사람이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한다. 성실하고 열정 넘치는 구성원들이 있었기에 우리 오렌지디지트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회사의 꿈과 이들의 꿈을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달려나갈 것이다.
‘찾아가는 인터뷰’시리즈는 앱센터의 프로그램 (Startup Weekend, K-Hackathon, A-camp, B-camp, Super App Korea 등)을 거쳐간 스타트업을 찾아가는 연재 인터뷰입니다. 앱센터의 동의를 얻어 벤처스퀘어에도 게재합니다. ‘찾아가는 인터뷰’ 시리즈 전체는 여기를 참고하세요.
글:안경은
원문: http://goo.gl/Sw07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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