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인터뷰 44] “집안일은 ‘홈클’에 맡기고, 소중한 이들과 중요한 일에만 시간 쓰세요.”

전주훈 대표는 낙후된 숙박시설을 리모델링하여 호텔 서비스 사업을 해보자는 친구의 제안을 받고선 2014년 9월, ‘에어비앤비(Airbnb)‘ 호스팅을 시작했다. 음식점을 운영해본 적은 있어도 호텔 쪽은 생소했기에 먼저 숙박 사업 경험을 쌓고자 시작한 일이었다. 뉴욕 에이스 호텔을 벤치마킹하여 방을 꾸미고 정성을 들인 결과, 그는 투숙객의 만점 후기 80% 이상을 받은 호스트에게만 부여되는 ‘슈퍼호스트’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청소·빨래를 하려고 시작했는지, 아니면 호스팅을 하려고 시작했는지 헷갈릴 정도로 뒤처리 일이 쌓여갔다. 해외 사이트를 찾아보니 에어비앤비 클리닝 전문 서비스 업체가 있을 만큼 호스팅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사업화하는 사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그의 사업은 에어비앤비 호스팅에서 클리닝 서비스로, 마침내 집안일 서비스로 진화했다. 인터뷰를 위해 논현동 사무실을 찾았다.

‘홈클(Homcle)’의 멤버들. 왼쪽부터 박윤미 운영이사(31), 김선우 마케팅 인턴(25), 이호진 back-end 개발자(29), 전주훈 대표(32), 김승욱 개발이사(29), 박혜희 디자이너(30).

Q. 어떻게 빠른 서비스 진화가 가능했나.

■ 적재적소의 인연

필요한 인재들이 적재적소에 합류했던 게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2014년 연말부터 에어비앤비 클리닝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한 팀원을 모으기 시작하여 2015년 2월에 소개를 통해 한국, 중국, 미국, 인도 등 다국적 개발 경력을 가진 개발자가 첫 팀원으로 합류하였다. 자신의 전공이 빅데이터이니 청소 아주머니의 성향을 데이터베이스화하자고 했다. 덕분에 데이터를 모아 청소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였고, 2015년 5월 법인 설립 직후에 합류한 개발자도 그의 지인이었다.

5번째 팀원으로 합류한 운영이사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가사도우미 서비스 제공 회사의 창업 멤버였다. 퇴사 후 가사도우미 플랫폼 창업을 준비 중이었으나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 고민하던 중 스타트업을 하면서 느낀 점을 적은 내 블로그 글을 보고 찾아왔다. 마침 나는 회사 운영을 담당해줄 팀원을 찾고 있었다. 덕분에 그녀가 가진 가사도우미 서비스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리의 주력 서비스를 에어비앤비 클리닝에서 가사도우미로 피봇팅(pivoting)할 수 있었다. 참고로 당시 시장에는 덤핑 업체들이 들어와 단돈 2만 원짜리 가격으로 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우리의 입지가 위태롭던 상황이었다.

Q. 시행착오는 없었나.

■ 성장과 내실 사이에서 고민

나는 처음에 쉽게 생각했다. 청소업체와 제휴하여 일거리를 전달해주고 우리는 온라인 예약 채널만 운영할 생각이었다. 그리하여 서비스 피봇팅을 결정한 후 일주일 만에 가사도우미 웹앱 사이트를 만들어 2015년 7월 말에 출시하였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에 다 무너지더라. 제휴라는 게 미묘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도 하고, ‘청소’라는 핵심역량을 다른 업체에 맡기다가 그 업체와의 관계가 삐걱거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대안이 없었다.

우리가 청소에 관한 역량을 완벽하게 갖고 있고, 제휴 업체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을 때 제휴를 하자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회사가 흔들릴 것 같았다. 우리가 직접 청소 매니저를 뽑아 교육한 후 검증된 분들만 고객의 집에 보내기로 했다. ‘성장’과 ‘내실 다지기’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내실을 다진 후 성장해나가는 걸로 결론 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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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 집안일 대신 해주는 ‘올인원 라이프 헬퍼’

홈클(Homcle)‘은 PC, 스마트폰으로 가사도우미를 부를 수 있는 서비스이다. 예약에서부터 결제까지 클릭 몇 번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달마다 100여 건의 서비스 이용과 8백만 원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1~3인 가구 중 전문직에 종사하는 분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에만 시간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우리는 그 욕구에 주목하여 사람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돕는 ‘올인원 라이프 헬퍼(All-in-one Life Helper)’가 되고자 한다.

서비스 신청 방법은 간단하다. 주거 형태와 평수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하고 매니저 방문주기와 시간대를 선택한 후 결제하면 된다. 이어서 ‘홈클 리모컨’을 사용하여 홈클 매니저에게 맡길 일들을 선택한 후 하단 메모 칸에 보다 구체적인 요구사항들을 적어준다. 고객은 이후 ‘서비스 보고서’ 페이지를 통해 완료사항을 보고받게 된다.

기본적으로 홈클 매니저는 기본청소 서비스(설거지, 싱크대 청소, 세탁, 욕실관리, 바닥 청소, 먼지 제거, 쓰레기 배출)를 제공한다. 여기에 집중청소(주방 후드 기름때 청소, 침구/커튼 세탁, 냉장고 청소, 창틀 청소, 베란다 물청소, 옷 정리정돈 등)를 요청하면 기본청소 전에 고객이 요청한 집중청소를 우선적으로 진행하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Q. 기존 가사도우미 서비스와의 차별점

■ ‘소통’과 ‘표준화’

2015년 5월부터 주변 맞벌이 부부 50여 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가사도우미를 쓰는 이유, 불편한 점, 서비스 기대감 등을 물었다. 그 결과 예상치 못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답변자의 90%가 일하러 오는 매니저분들과 소통이 안 된다는 불만을 언급한 점이었다. 청소 품질에 관한 불만이 주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책상 위에 있는 물건들은 치우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 정리되어 있다거나, 언제까지 와달라고 했는데 엉뚱한 시간에 방문하는 등 소통 부재에 답답해했다. 더 나아가 고객도 바쁘고, 매니저도 여러 집을 방문하다 보니 서로 어떤 집안일에 대한 부탁을 주고받았는지 까먹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래서 우리는 서비스 기획 시에 ‘소통과 피드백’에 중점을 두어 ‘홈클 리모컨’이라는 소통의 도구를 만들었다. 요구사항이 명확한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매니저도 자신이 고객의 집에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가 명확해진다.

서비스 피드백과 관련해서는 2가지 채널로 주고받게끔 했다. 우선 고객은 ‘서비스 보고서’를 클릭하여 홈클매니저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보고서에는 홈클매니저가 어떤 일을 어떻게 완료했는지, 완료하지 못한 일이 있다면 그 이유와 추후 완료 예정일 등이 적혀 있다. 만약 서비스가 불만족스럽지만 홈클매니저에게 직접 말하기 부담스러운 이야기가 있다면 ‘1:1 대화’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홈클 리모컨’이 고객과 홈클 매니저 간의 소통 도구라면, ‘1:1 대화’는 고객과 우리 본사 간의 소통 창구이다. 놀랐던 건, 고객이 ‘말없이 청소만 해주고 가는’ 사람을 제일 원한다는 것이었다. 자식 자랑을 늘어놓는 아주머니 때문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매번 통화해서 요구사항을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분들이 많았다.

다음으로는 청소 프로세스의 표준화이다. 집마다 구조가 다르고, 원하는 집안일이 다르지만 사실 집 청소에 관해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가 100가지가 안 된다. 우리는 이걸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어느 유형의 고객이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예측하여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끌어올리고자 한다. 또한, A 매니저가 방문할 때와 B 매니저가 방문할 때의 질적인 서비스 차이를 없앤 것이 우리의 강점이다.

Q. 어떻게 사용자의 마음을 얻었나.

■ ‘와우 포인트’를 만들자

우리는 초반에 어떻게 해서든지 고객을 만족시켜서 서비스 이용 연장을 신청하게끔 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팀원들끼리 “‘와우 포인트(Wow Point)’를 만들자.”는 의견을 모았다. 특히 여성 고객이면서도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온 힘을 다해서 1회 서비스 신청을 정기 서비스 전환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했다.

한 여성 고객이 사는 집에 방문했었는데 신발장이 넘칠 만큼 구두가 많은 적이 있었다. 우리가 신발 정리함을 별도로 사서 정리해놓고 나왔더니 “문제가 있긴 했지만 솔직히 불편하지는 않아서 현관 정리해달라는 이야기를 안 했는데 이렇게 정리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하시면서 주변에 우리 서비스를 엄청 좋게 이야기해주시더라. ‘아 이렇게 해야 입소문이 나는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다음에는 옷장을 타겟으로 하여, “만약에 버릴 옷이 있다면 스티커를 붙여놓으면 우리가 다음 매니저가 방문할 때 알아서 버려드리겠다.”고 했다. 또한, 꽃이 풍기는 향기와 아늑한 분위기가 좋길래 맞춤형 꽃배달 서비스 스타트업 ‘원모먼트(ONE MOMENT)‘ 임규형 대표와 손잡고 정기고객 첫 서비스 시에 꽃을 세팅해드리는 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Q. 앞으로의 계획 및 목표

■ 가사도우미 서비스로 깊게 들어가 홈 서비스 전반으로 넓힐 계획

가사도우미로 서비스로 깊게 들어가서 홈 서비스 전반으로 입지를 확장하는 게 장기적 목표이다. 그러려면 손에 잡히는 가사도우미 서비스 지표로 증명되어야 한다. 정기 고객 연장률 100%를 기록하고 있는데, 서비스 규모가 커져도 고객 만족 지표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과 매니저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있다.

한편, 청소 외로 직장인 여성 고객이 제일 선호로 하는 서비스가 옷 수선, 택배 접수/수령이더라. 그래서 이러한 서비스들도 준비 중이다. 투자 유치 후에는 매니저 면접장과 교육장으로 쓰일 서울 지역 직영점을 다섯 군데에 낼 계획이다. 또한 일반 고객들에게 파고들 수 있는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세울 계획이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

■ 집안일을 홈클에게 맡기면 집안에 평화가

우선 내 블로그에 그동안 사업하면서 느낀 점이나 고민의 흔적을 남긴 글들이 많으니 스타트업하시는 분들이 보시고 힘내셨으면 좋겠다.

우리 서비스는 ‘한 번도 안 쓴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쓴 사람은 없는’ 서비스이다. 나도 지금 직원 특별가로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집안에 평화가 찾아온다. 아내와 사이도 좋아지고, 주말에 여유가 생긴다. 인간답게 사는 것 같고, 내가 배려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기분이 드는 서비스이니, 가사도우미 서비스가 필요하신 분들은 주저하지 마시고 홈클을 신청해달라.

‘찾아가는 인터뷰’시리즈는 앱센터의 프로그램 (Startup Weekend, K-Hackathon, A-camp, B-camp, Super App Korea 등)을 거쳐간 스타트업을 찾아가는 연재 인터뷰입니다. 앱센터의 동의를 얻어 벤처스퀘어에도 게재합니다. ‘찾아가는 인터뷰’ 시리즈 전체는 여기를 참고하세요.

글: 안경은 (앱센터)
원문: http://goo.gl/49uw6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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