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CES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자동차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던 젠슨 황(Jensen Hwang) 엔비디아 CEO는 올해 포시즌 볼룸에서 개최한 프레스 컨퍼런스에서도 등장하자마자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제품 슬라이드를 대형 화면에 띄웠다. ‘드라이브 PX2’(Drive PX2). 지난 해 발표했던 드라이브 PX1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그런데 단순히 더 좋아진 성능의 이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그가 나선 것이 아니다. 드라이브 PX2를 포함해 엔비디아 디지츠(Digits), 드라이브넷(Drivenet) 등 자율주행을 위한 엔비디아의 엔드투엔드 솔루션을 모두 공개한 것이다.
엔비디아가 맨 처음 슬라이드에 띄운 드라이브 PX2는 지난 해 공개했던 드라이브 PX1에 비해 성능을 10배 이상 대폭 올렸다. 좀더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 젠슨 황 CEO는 드라이브 PX2 1대가 맥북 프로 150대를 트럭으로 가져와야 맞먹을 수 있는 성능이라고 전하면서, 자율주행을 위해 자동차에 넣는 ‘인공지능 슈퍼 컴퓨터’라고 덧붙인다. 파스칼 아키텍처 기반 GPU 2개와 차세대 테그라 프로세서 2개를 넣어 1초에 24조 회의 처리 능력을 끌어낸다.
이렇게 강력한 처리 능력이 필요한 이유는 차 내에서 심화학습으로 얻어낸 알고리즘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길만 따라 가는 자동 주행이 아니라 360도에 걸쳐 최대 12대의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통해 다양한 상황을 인식하고 처리해야 하는 자율 주행의 특성상 사람과 각종 표지, 날씨나 공사 같은 돌발 상황까지 대비해 신속하게 그래픽 데이터를 처리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처리해야 할 알고리즘이 워낙 많고 지속적으로 추가되기 때문에 이러한 처리 능력은 필요하다.
드라이브 PX2가 심화 학습한 알고리즘을 처리하는 인공지능 컴퓨터는 맞지만, 심화 학습 작업은 다른 곳에서 별도로 해야 한다. 종전에는 이 작업을 자율 주행 관련 업체나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관계자들이 따로 했던 반면, 엔비디아는 타이탄 X 기반의 자체 심화신경망 플랫폼인 엔비디아 드라이브넷을 구축해 서비스다. 이 심화신경망은 3천700만 개의 신경과 9개의 인셉션 층, 3개의 컴볼루셔널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드라이브 PX2에 학습된 내용을 적용하기 위한 플랫폼 구축과 개발을 위해 엔비디아 디지츠라고 부르는 학습망(Training Network)용 플랫폼도 내놨다.
물론 이 심화신경망에서 분석할 데이터는 자율 주행 개발자들의 몫인 만큼 이에 필요한 개발도구, 엔비디아 드라이브웍스(DriveWorks)도 발표했다. 드라이브웍스는 자율주행차량 개발과 테스트용 라이브러리와 모듈을 포함한 것으로 주변환경 측정과 데이터 수집, 동기화, 기록, 처리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파이프라인 알고리즘 과정에 활용되는 센서 데이터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주행 중 물체 감지나 분류, 지도 현지화, 운행 경로 수립에 관련된 작업을 드라이브웍스의 소프트웨어 모듈에서 처리할 수 있다.
물론 엔비디아는 이렇게 어려운 내용을 말로만 풀어낸 것은 아니다. 수많은 변수가 넘치는 주행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통해 학습을 마친 자동차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여러 다양한 데모를 통해 설명했다. 길거리를 달리거나 서있는 자동차를 알아채고, 사람이나 각종 표지, 눈이 내리는 도로를 달리는 동안 앞질러가는 자동차들을 정확히 분석하고 찾아내는 능력을 한껏 뽐냈다.
하지만 당장 모든 자동차 업체가 파트너가 되는 것은 아니다. CES2016에서 공개한 자율주행 컴퓨터, 드라이브 PX2를 탑재할 첫 파트너가 볼보라고 발표했다. 엔비디아 드라이브넷과 엔비디아 디지츠가 드라이브 PX를 위한 신경망 플랫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볼보가 엔비디아 플랫폼을 모두 적용하는 첫 자동차 업체인 셈이다. 드라이브 PX2는 오는 4분기에 정식 공개되지만, 파트너는 2분기부터 쓸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테크G 최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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