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회사를 경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는 (내가 생각하기에) 전사미팅이다. 미국직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올핸즈미팅’(All hands meeting)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모든 이들이 다 참여하는 미팅이란 뜻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이 말이 꽤 생소하게 들려서 뭐냐고 다시 여러번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
미국회사에서는 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정기적으로 이런 전사미팅을 소집해 회사의 경영상황을 전직원들과 공유하고 질문을 받고 답해준다. 회사의 매각이나 구조조정 등 큰 변화가 있을 때도 신속히 전사미팅을 소집해 직원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가 처음 라이코스에 갔을때 당시 있었던 한 한국인직원이 이렇게 조언해줬다. “정욱님, 영어를 더듬어도 상관없으니까 꼭 전사미팅을 갖고 회사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명해주세요. 미국사람들은 그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솔직히 나는 1대1 미팅을 편하게 여기는 성격이며 사람이 많을수록 말을 잘 못한다. 더구나 그것을 익숙치도 않은 영어로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크게 긴장이 됐다. 하지만 내가 CEO로 부임했을 당시인 2009년초는 리먼브라더스파산이후 미국경제가 얼어붙고 실업률이 2자리수까지 치솟은 몹시 암울한 시기였다. 추가 구조조정이 있을까 두려워하며 회사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회사의 상황이 파악된 한달여후 첫번째 전사미팅을 갖고 회사에서 가장 넓은 공간에 모인 60여명의 직원들앞에서 회사의 경영상황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후 매분기별로 회사의 실적과 나아갈 방향을 알리는 전사미팅을 꾸준히 가져갔다.
잊을 수 없는 것은 2009년 8월과 10월의 전사미팅이었다. 그 8월초에는 본사에 가서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사회 멤버들에게 라이코스의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보고했었다. 라이코스로 복귀한 다음에 바로 전사미팅을 열고 이사회에서 보고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전달했다. 긴 슬라이드를 만들어 회사의 실적, 제품리뷰,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설명했다.
또 3분기실적을 막 마감한 10월의 전사미팅에서는 회사가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 회복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유머러스한 내용으로 슬라이드를 만들어 솔직한 내 느낌을 전했다. 각 부문을 담당하는 매니저들이 짧게 직접 발표를 하도록 했다. 이후 직원들의 나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진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참고 : 라이코스 실적 3분기 실적공유미팅 )
다만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은 이런 전사미팅시간에 질문을 거의 받지 않은 것이다. 질의응답에 익숙하지 않기도 했고 불편한 질문이 나올까봐 사실 걱정되기도 했다. 그런 질문은 나중에 팀별로 미팅을 할 때 소화하도록 했다.
매 분기 가졌던 회사실적공유 전사미팅 이외에 또 자주 가졌던 것이 소위 ‘트렌드미팅’이다. 내가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테크놀로지트랜드나 인상적으로 본 짧은 TED같은 강연동영상을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같이 관람했다.
참가는 자유였고 보통 피자를 주문해서 간단한 식사로 제공했다. (미국에서 이런 이벤트를 가질때 가장 만만한 음식이 피자다.) 나중에 지나고 보니 이것도 직원들과 나의 유대감을 강화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사장이 첨단 업계 트렌드에 관심이 있고 직원들과 자신이 알게 된 것을 항상 공유하려고 한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CEO로서 직원들에 대한 이런 커뮤니케이션은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그때 실감했다. (참고 링크 : 라이코스 트랜드 세션-에스티마블로그 )
나중에 실리콘밸리에 가서 보니 잘되는 미국회사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CEO가 직접 주재하는 전사미팅을 자주 갖는다는 것이었다. 구글의 경우 매주 목요일에 TGIF미팅이라고 해서 전사미팅을 갖고 래리 페이지 CEO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나서서 회사의 경영내용이나 현안에 대해서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도 매주 전사미팅을 갖는다. 물론 이제는 전세계에 지사를 둔 몇천~몇만명 단위의 회사들이 되었기에 이 내용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 이 두 회사는 매주 그런 미팅을 갖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서 몇번씩 확인을 했던 기억도 있다. 그런 거대기업의 CEO라면 엄청나게 바쁠텐데 매주 그렇게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넷플릭스, 링크드인, 트위터 등 방문하는 회사마다 물어봤는데 분기별이나 한달에 한번씩 미팅을 갖는다는 점이 다를 뿐 전사미팅을 갖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올핸즈미팅을 갖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적극적인 전사미팅을 통해 회사의 상황과 비전을 직원들과 솔직히 공유하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다.
이런 전사미팅 문화는 한국 기업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실행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글 : 에스티마
원문 : http://goo.gl/6Ou9q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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