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투자스토리 (2): 케이아이엔엑스(KINX)

오늘은 제가 2008년에 투자를 한 (주)케이아이엔엑스 (www.kinx.net)라는 회사의 투자 스토리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KINX를 투자 검토할 때에는 이미 어느 정도의 매출과 이익이 나고 있던, 일종의 mezannine 투자 혹은 중-후기 투자라고 볼 수 있기에, 이미 어느 정도의 재무구조를 갖고 있는 회사들이 참고할만한 case study가 되겠습니다.

우선 KINX는 (1) IX (Internet Exchange) 서비스 (2) IDC (Internet Data Center) 서비스를 당시에 갖고 있었고, 2009년에 (3) VoIP 인프라 서비스를, 그리고 2010년에는 (4) 클라우드컴퓨팅 (Infra as Service)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사실, 인터넷의 인프라를 구성하는 회사이다 보니, 그렇게 쉽게 ‘와 닿지’않는 사업이기는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저희가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에서 필수적인 서비스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IX는, 인터넷 상에서 ISP간 (Internet Service Provider, 쉽게 얘기하면 메가패스 같은 서비스) 트래픽을 연동하는 서비스입니다. 각 ISP끼리 직접 서로 연동을 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에는 매우 복잡해지기 때문에 중간에 ‘중립적인 연동 서비스’를 두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죠. 아래 그림을 보면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KINX_IX.gif

그렇기 때문에 중소형 ISP (예를 들자면, 케이블 방송사들이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들은 모두 KINX를 사용하면서 비용절감을 하는 것이죠. 현재 IX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는 KT, LG U+, SK BB, KINX 밖에 없는데 KINX가 상대적으로 더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고 있고, 그렇기에 약 17% 정도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IDC, VoIP, 클라우드 컴퓨팅에 데해서는 잘 아시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을 드리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 제가 무엇을 고민했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회사의 근간이 되는 사업이 IX이고, 해마다 두 자리의 매출 성장률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얼마나 탄탄한지가 궁금했습니다. KINX 입장에서 최악의 case라 하는 것은 (1) 중소형 ISP들이 하나 둘 KINX 서비스를 그만 사용하거나 (2) 중소 ISP들의 인터넷 서비스 시장 점유율이 급격하게 줄어들거나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이 2가지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트래픽이 늘어나는 것은 자명하기에 IX 사업은 문제 없이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을 할 것이죠.

(1)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중소형 ISP들이 KINX를 사용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얼만큼의 경제적 효익이 있는지를 대기업 서비스와 비교해서 확인을 해보았고, 중소형 ISP 경영진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요약하면, 의미 있는 수준의 경제적 효익이 있을 뿐 아니라, KT/SK/LG의 대기업들에 대한 설명하기 힘든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죠. 그렇다는 것은 제게 good sign입니다. (2)을 확인하기 위해서 최근 5년 간 인터넷 시장 점유율 자료를 확인했고, 또한 케이블 사업자들이 이미 적지 않은 시설 투자를 했기 때문에 사업을 중단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KT/SK/LG가 단순 케이블의 가격에 맞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인 가격전쟁을 일으킬 가능성도 크지 않음을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중소형 ISP를 통한 인터넷 서비스 사용자가 어느 정도는 계속 있을 것이라는 것이고, KINX에게는 좋은 일인 것입니다.

여기까지 IX를 살펴보았고, IDC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IDC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투자자들이 시각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워낙 많은 설비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고, KT와 같은 대형 회사가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면 소형 경쟁사는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죠. 그리고 자세히 뜯어보면, IDC 사업은 일종의 부동산 임대업과 비슷한 구조임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즉, IDC라는 것을 잘 보면, ‘공간’이 필요하고 (공간이 자가가 아니라면 임대로가 나가는 것이고), 서버 호스팅을 통해 ‘회선’을 판매하는 (본인의 회선이 없으면 ISP회선을 사와서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KT는 자가 건물에서, 자신의 인터넷 회선을 제공하기에 마음만 먹으면 매우 공격적으로 사업을 할 수가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중소형 회사는 비용구조가 더 높아서 이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죠.

하지만, 다행히 KINX는 작지만 본인의 공간을 갖고 있었고 (물론 확장을 하면서 확장된 공간들은 모두 임대를 했지만), 또한 중소 ISP들에게 트래픽을 전송할 때에는 ‘무정산’ 처리를 할 수가 있어서 회선의 원가 경쟁력이 다른 곳 대비 15~20%는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그리고, nhn과 같은 대형 업체는 KT에 서버를 둘 수 밖에 없지만, 중소형 인터넷 업체들에게는 가격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일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KINX가 전체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차지하기는 힘들지만, 자기만의 분야에서는 의미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살펴보면, 어느 정도의 매출이 기업들을 살펴볼 때에는 ‘지금까지의 성장성이 담보될 수가 있는가’가 투자 검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살펴보기 위해서 구체적으로는,

  • 매출이 계속 늘어날 수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이것은 (1) 산업 자체가 성장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인가? 아니면 (2) 경쟁사의 고객을 뺏어옴으로써 매출을 증대 시킬 수 있는 것인가?
  • 새로운 매출원은 구체적으로 어디이고 그 회사는 우리와 사업을 하면 구체적으로 무슨 이익을 보게 되는가?
  • 우리 매출 중 혹시 단일 고객의 매출 비중이 너무 높지는 않은가? (해당 고객이 어려워지면 우리 회사도 바로 어려워지기에)
  • 우리 고객들 중 다른 곳으로 갈 가능성이 있는 고객들은 어디인가?
  • 고객들이 속한 산업의 dynamics는 어떤가? 혹시 고객들이 M&A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는가? (이럴 경우 대형 기업에게 더 많은 힘이 쏠릴 수도 있겠죠)
  • 가격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는가?
  • 우리의 원가 경쟁력은 충분한가?

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들은 벤처투자자 뿐 아니라 제조업 기반의 회사들의 경영진들은 항상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KINX는 제가 투자한 이후에도 좋은 모습을 계속 보여줬고, 제가 생각했던 다양한 risk 사항들을 잘 피해서 지금까지 잘 왔고, 2010년 11월 25일에 상장심사를 통과해서, 2011년 2월에 거래가 될 예정입니다. (참고로 2010년 예상 실적은 매출 154억원에 영업이익 29억원이고, 총 자산 213억에 부채는 15억밖에 없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탄탄합니다) 그리고 작년부터 준비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모델로 한단계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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