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 of Startup]안정된 교수직 대신 꿈 따라 창업…인공와우 스타트업 ‘토닥’

지난해 대기업 퇴사를 고민하던 토닥(TODOC)의 민규식 대표는 고민에 빠진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창업에 도전할 것인지 상대적으로 안정된 교수의 길로 갈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서울대학교에서 학부에서부터 석,박사까지 마친 민 대표의 경력만 본다면 졸업 후 교수가 되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그는 박사 학위 수료 후 교수직을 찾는 대신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원으로 입사한다. 입사 후 기업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지만, 본인에게 맡겨진 업무가 특별히 자신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할 것 같았다.

많은 고민 끝에 민 대표는 학문적 커리어를 쌓기로 결정하고 교수 면접을 준비했다. 하지만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도 사업을 하고 싶단 마음은 접을 수가 없었다. 결국 최종 면접까지 간 곳에서 교수를 하면서 사업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가 “그런 사명감이 있다면 교수를 하면 안 되죠” 란 말에 뒤통수를 맞는 것 같았다.

욕심이었죠. 안전하게는 가고 싶고, 사업은 하고 싶고 둘 다 하겠다니… 이렇게 확신이 없는 CEO를 누가 인정하겠어요. 이 마인드는 틀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를 속이고 사느니 꿈이었던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창업 결심 후 그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다섯 식구의 생활비가 한순간에 끊긴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응원해주는 가족 덕분에 부담감을 덜고 2015년 말 인공와우 개발 스타트업 토닥을 설립한다.

걱정한 것과는 달리 좋은 기회들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글로벌혁신센터(KIC)가 주최하는 케이 글로벌 네스팅 프로그램에 선정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

피치 덱을 만드는 것부터 해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처음부터 좋은 기회를 얻었는데 감사했죠

지난 5월에는 바이오 의약회사 휴젤이 주최한 제 1회 오픈이노베이션 데모데이에서 우승하며 제품의 성공가능성도 검증받았다.

현실과 타협 하는 대신 꿈을 따라 창업한 민규식 대표를 서울대학교 연구원실에서 만나 토닥의 인공 와우와 창업 스토리를 자세히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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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이 만드는 인공와우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인도에서는 1만 명, 중국에서는 3만 명의 아이가 선천적 청각 장애아로 태어나요. 전 세계적으로는 인공와우가 필요한 3억 6천만 명의 고객들이 존재하고 있고요. 인공와우는 이런 듣지 못하는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보청기와 비슷한 것 같은데 다른가요?
보청기는 고막에다 더 큰 소리를 넣어주는 장치에요. 기능의 약해진 상태에서 사용하는 것이죠. 인공와우는 소리를 전기신호로 변환해 청신경을 자극함으로써 듣지 못하는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제품입니다. 무선으로 전력이란 데이터를 피부 속으로 전달하는 것인데 외부기기와 내부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내부기는 피부안에 외과적 수술을 통해 삽입해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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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기가 소리를 프로세싱해 디지털화 한 후 안쪽 내부기에다 넣어주면 내부기가 그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화해서 전기 자극을 주는 것이죠. 그러면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인공와우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소리만 돌려주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을 돌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인공와우를 실제로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보급이 잘 안되는 이유가 있나요?
일단 가격이 비쌉니다. 시장 조사 리포트가 꾸준히 제기하는 문제는 가격이에요. 비싼 이유는 손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고요. 2센티만 한 제품을 모두 수작업으로 하고 있어요. 최초의 인공와우 회사가 오스트레일리아인데 이곳에서 손으로 만드는 제품이라 비쌀 수밖에 없어요. 못 사는 나라의 못 사는 부모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죠. 또 인공와우는 피부에 삽입해야 하기 때문에 두개골에 수술을 해야 해서 아기들에게는 위험한 일이기도 하고요.

제품은 언제 나오나요?
현재 상용화 준비단계입니다. 몸에 들어가는 기기이기 때문에 임상실험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단계를 잘 버텨야 하고 그 단계를 버티기 위해서 다른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에요. 저희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다른 시장에 진입해 매출을 낼 생각입니다.

국내는 토닥 같은 의료기기 스타트업이 상대적으로 없는 것 같은데
임상실험의 데스벨리를 이겨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에요. 의료기기 스타트 업을 하려면 정말 많은 연구개발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그 기간을 버티는 것이 힘들어요.

혹시 박사학위를 하면서 의료기기 쪽 창업을 하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스타트업에 매력을 느꼈다면 힘들어도 도전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나와서 창업을 해보니 오랜 기간 전문가로서 공부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 일이 얼마나 좋으면 이걸 선택했을까라는 주변의 반응이 있고, 그만큼 더 높게 평가해주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토닥이 이루고자하는 목표는?
의료혜택을 공기처럼 만들고 싶어요. 비싸서 못한다는 건 슬픈 일인 거 같습니다. 의료보험으로 의료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인공와우는 그렇게 받지 못하는 나라가 많아요. 선진국이든 저개발국가든 가리지 않고 청각장애인이 저희 제품을 싸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벤처를 하면서 정말 여러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지도교수셨던 김성준 교수님, 오승하 교수님 등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계신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분들이 없었다면 사업 자체를 꿈을 못 꾸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좋은 기회들이 모두 과거의 인연을 통해 얻었기 때문에 겸손한 자세로 사업에 임하려고 해요. 어린 시절부터 사업을 통해 부를 얻어, 그 부를 어려운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창업을 한 것이기도 하고요. 경영자로서의 욕심도 있겠지만 겸손의 마음으로 토닥을 이끌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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